낙엽처럼 부딪혀온 그녀
– 그날의 빛은, 아직 내 마음에 머문다.
창가에 오후의 빛이 스며들었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웃었다.
눈꼬리 끝에 얄상하게 잡히는 주름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커피 잔 위로 김이 피어오르고,
마스크 사이로 흐릿한 숨결이 번졌다.
그 순간 나는 알았다.
이런 마음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는 걸.
코로나 백신을 맞은 지 이틀째였다.
가슴이 괜히 뛰었다.
열 때문인지, 그녀 때문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밖은 여전히 조용했다.
간판 불빛 하나가 유리창에 비쳐
그녀의 뒷모습을 감싸고 있었다.
그 빛이 너무 따뜻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렸다.
“오래가진 않을 거야.”
혼잣말이 떠올랐다.
그 말은 꼭 예언처럼 실현될 거다.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이별을 겪고 있었다.
마음이 닿기도 전에,
손끝이 스치기도 전에,
그녀는 내게서 멀어져 있었다.
사진처럼,
빛과 그림자 사이에 남은 한 사람.
나는 그 프레임을 아직 지우지 못한다.
그녀의 웃음, 그날의 공기,
그리고 가슴이 뛰던 그 순간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