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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윤 Aug 14. 2022

[상반기 관극 결산] 바라만 보기엔 아까우니까 2

(약간의 스포 포함) 쓰라는 글은 안 쓰고 많이도 봤다

관극 결산이 2탄이나 있다고요?

어지간히 봤던 것이다. 마치 보상 작용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웃풋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하니, 아니 안 하니 인풋이라도 넉넉히 넣어 놓자는 마인드.

물론 내가 공연을 사랑하는 것도 있어.



11.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대학로 TOM

- 입문자에게 추천

- 잘 만든 로코 어드벤처 대학로 공연

- 특히나 코믹 요소가 불편함없이 편안해서 마음 놓고 폭소

- 마음에 있는 어둠을 이용해 자신의 영생을 위한 신체를 노리는 뱀파이어와 그를 퇴마 하고자 하는 신부, 그들의 어드벤처

- 대학로 가면 꼭 보시길 진짜 추천


12. 연극 영자씨의 시발택시, 신촌 문화발전소

- 또 보고 싶은 연극

- 영자 씨를 향한 날카로운 말과 상황들이 오히려 가만히 앉아 지켜보는 나에게 날아와 심장을 뛰게 만들었고, 코 끝을 시리게 만들었다.

- 영자 씨가 단지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당연히 둘러싸이던 투명한 벽과 천장.

- 누군가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을, 혹은 누군가의 눈에는 보였지만 힘이 없어 외면했던 우리 어머니들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도 부스러기로 남아 계속되는 이야기.

- 가장 알맞은 경력과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여자'조합장은 '좀 그렇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빼앗겼던 영자 씨는 남은 기억들도 하나씩 놔주기 시작한다.

- 그렇게 본인은 겨울을 당연하게 버텼으면서 또다시 올 누군가의 봄과 누군가의 만개를 희망하고 설레어한다.

- 실제 인물을 모디브로 올렸던 연극, 충분히 루즈해질 수도 있던 실제 인물의 이야기라는 소재를 가장 쫀득하고 야무지게 표현했던 연극.

- 다시 재상연을 한다면 입문자든, 마니아든 꼭 한 번 보길 추천


13. 창극 춘향, 해오름극장

- 국립창극단 공연은 뭐 꼭 한 번 씩 봐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안 봤다고요? 보란 말이야.


14. 연극 타자기 치는 남자, 아트원시어터

- 좌절 혹은 자책감을 대하는 두 가지의 방법

- 힘 있는 자에게 무릎을 꿇고 자신의 신념을 저버렸던 비참함은 두 가지의 방향으로 향한다.

- 더 비열하게 남을 향해

- 더 비참하게 나를 향해

- 불순물이 섞인 라면을 처참하게 먹어대는 등 다소 비위가 상하기 쉬운 장면이 꽤나 있었음

- 각 인물의 서사가 더욱 자세히 나타났으면 좋았을 듯

- 한 번 본 것으로 만족


15.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 광림아트센터

- 입문자보다는 마니아에게 추천해

- 평범으로 가기 위한 각자의 '바라봄'

- 무언가에 대한 거대한 상실은 각자에게 다른 모양의 흉터를 남겼고, 그 흉터를 다루는 모양도 당연히 각자 달랐을 것.

- 허나, 그런 다름은 어느새 너무 쉽게, 단지 가족이라는 덩어리의 이름 밑에, 틀림이 되어버리기 시작했다.

- 가족이니까 타인의 흉터를 매만지고 바라보기, 그전에 사람이기에 나의 흉터를 매만지고 바라봤어야 했다

- 연출이 산발적이고 동시다발적이라서 정신없다.

- 층층으로 나뉜 무대 구조물로 인해 시야방해석이 아님에도 배우가 좀만 깊이 들어가면 배우의 상반신이 사라지는 신비한 매직

- 서사의 맹렬함과 진득함을 걷어내는 다소 양면적 매력의 무대 연출


16. 연극 심청전을 짓다, 알과 핵 소극장

- 나의 예상과 너무 달라서 당황한 연극

- 심청전을 지었다고 해서 현대적으로 풀어냈다는 건가 했는데, 아니었음.

- 그걸 뺀다면 나쁘지 않은 연극

- 근데 알과 핵 소극장 진짜 너무 열악. 진짜 황정민이 나온다고 해도 좀 거르고 싶어. 낯선 사람의 체취를 경험하고 싶다면 추천합니다.


17. 연극 7분, 대학로 트원시어터

- 다시 보고 싶은 연극

- 오랜만에 연극을 보고 전율이 느껴져 나 아직도 연극에 설레는구나 싶어 즐거웠던 연극,

- 합병인수가 되는 낡은 공장과 그 공장에 남은 300명의 근로자, 그 300명을 대신하는 11명의 여자 대표들, 그리고 그들에게 모두를 해고 없이 그대로 채용하는 대신 단지 휴식시간 7분을 줄이자는 제안하는 합병기업, 합병기업은 너무도 세련됐고, 근로자들은 그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 정의와 현실,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선택의 기로. 우리는 얼마나 수많이 이 기로를 만날까. 그리고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나.

- 새벽마다 다른 사람의 토사물을 치우는 것으로 시작했던 청소부였던 누군가는 현실을, 아침마다 출근하며 탔던 만원 버스가 조금씩 비어 가다 결국 혼자만이 타는 순간을 기억하는 누군가는 현실을.

- 자신의 선택이 다른 공장에게 용기를 줄 것이라는 확신을 하는 누군가는 정의를, 곧 퇴직을 앞두고 떠날 공장이 조금은 더 나아지고자 바라는 누군가는 정의를.

- 끝나지 않는 끝이 없어 보이는 토론과 논쟁, 서로의 사연과 사정, 서로의 과거와 현실과 미래.

- 마지막 선택을 앞두고 연극 속 인물은 관객 석을 바라보며 그렇게 무대는 암전이 된다.

- 솔직히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오랜만에 설렜던 연극.


18. 뮤지컬 데스노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 유흥으로는 최고, 분석으로는 잘 모르겠어.

- 우선 홍배우 내 연뮤생에 볼 수는 있는 거니? 혹시 유니콘인가? 생존하는 사람 맞지? 그 막 메타버스는 아니지?

- 배우들의 기량, 그 기량과 시너지 터지는 쫀득한 넘버들, 손길이 보이는 의상과 동선, 디테일이 살아있는 돈 좀 들인 냄새가 나는 고급 3D 맵핑. 돈이 아깝지는 않은데

- 원작도 원래 이랬나? 라이토 왜 이렇게 중2병이지. 감정이입은 어려웠어. 그냥 눈이 즐거웠던 비싸고 피가 튀는 피켓팅 공연.

- 역시 소문난 잔치집에는 먹을 게 없... 읍읍


19. 연극 오아시스, 세종문화회관

- 솔직히 뭔 소리를 했는지 기억은 하나도 안 남.

- 근데 나도 모르게 계속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어.

- 몰라, 근데 왜 위로받은 기분이지?

- 우린 결국 마지막까지 사랑해야 해.


20. 연극 트랙터, 소극장 판

- '트랙터'라는 소재에 각각의 단막극 3편을 연결하기엔 좀 난감하지 않았나 싶은 작가들의 심정이 느껴졌던 다소 다급한 엔딩.

- 그렇다고 각각의 단막극이 나빴다는 건 절대 아님, 오히려 좋았음. 단지 왜 굳이 '트랙터'였냐는 거지.

-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순백의 눈이 가득 쌓인 듯한 깨끗한 무대와 그 무대를 매 순간 색다르게 물들이는 조명과 배우의 연기.

- 익숙한 소재를 색다른 시각으로 색다르게 이야기를 풀고자 한 시도가 색다른 경험으로 쌓임.


21. 뮤지컬 아이다, 블루스퀘어 신한카드 홀

- 대극장은 뭐 유흥 부분은 믿고 보는 격이야.

- 근데 이제 서사적인 부분은 잘 모르겠다는 점을 곁들인.

- 흔하디 흔한 개인과 세계의 갈등 러브스토리, 위기와 굉장히 아끼는 인물의 극적인 죽음, 자, 그럼 이제 주인공은 무슨 선택을 해야 할까. 그렇지, 사랑을 택해야지.

- 오히려 암네리스 성장 스토리 아니냐며. 차라리 암네리스의 서사가 더 좋았음.



여기까지가 나의 상반기 관극 결산

네? 2022년도가 아니고 상반기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상반기고요. 하반기도 열심히 쏟아붓는 중이니까 쓰고 싶으면 써볼게요.

고작 이렇게 달랑 짧은 관극 결산 쓰는데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이 걸리는군요? 재미도 꽤 있네요.


핵심은 이거죠?


그래서, 나 혼자 방구석에서 써보는 추천리스트, 물론 공신력은 없음. 개취 주의

순위는 의미 없음. 그냥 관극 순임.


입문자에게 추천 (이건 친구 끌고 가서 보면, 우선 욕은 안 듣는다)

1. 뮤지컬 '팬레터'

2. 연극 '환상동화'

3. 뮤지컬 '블러디 사일런스'


번외) 감히 마니아에게 추천합니다.

1. 넥스트 투 노멀

2. 각종 국립창극단 공연


또 보고 싶어 (방구석 관극 쟁이 극 개취 추천 리스트)

1. 연극 '회란기'

2. 뮤지컬 '쇼맨'

3. 연극 '영자씨의 시발택시'

4. 각종 국립창극단 공연

5. 연극 '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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