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육을 하게 된 아기곰의 비밀#2

'이 아기를 살려만 주시면 뭐든지 하겠다.'는 기도

by 고미니곰

아기곰은 태어나서 한 달이 되기 전 대학병원에서 첫 검사를 하였고 태어난 지 6주부터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을 다니며 2주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았다. 출산 전부터 어떤 병원에서 어떤 선생님께 어떤 방법으로 수술을 받을지 심사숙고하여 결정하였고 태어나서는 계획했던 대로 진행해나갔다.


갓 신생아를 졸업한 아기를 안고 차로 5시간이 걸리는 병원을 다니며 우리 부부의 마음은 그저 이 아기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불안한 마음을 달랠 방법은 기도 밖에 없었다.


21년 12월, 아기곰은 5개월이 되었고 몸무게가 7킬로가 되었다. 로봇수술을 하려면 최소 7킬로가 되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우리는 7킬로까지 키우기 위해 노력했었다. 모유수유로만 살을 찌우려니 쉽지 않았지만 잘 먹어 준 덕분에 5개월 만에 7킬로까지 키우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이제는 담관에 약간의 찌꺼기도 보이고 늦기 전에 수술날짜를 잡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드디어 그날이 왔구나 싶었다. 수술날짜를 잡고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 우리 부부는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이라는 것, 우리나라에 그런 의학 수준이 된다는 것,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것까지 사실 감사할 일이 한둘이 아님에도 이 작은 아기가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


21년 연말 우리는 이민을 갈 듯한 짐을 싸들고 소아병동에 입원했다. 코로나 시기로 보호자는 한 명만 상주할 수 있어 의도치 않게 남편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입원 첫날부터 아기도 나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잠을 설쳤다. 다음날부터는 매일 피검사와 간담도스캔, MRI, 초음파, 엑스레이 검사로 고통스러워하는 아기곰을 보고 몇 번이나 울음이 터졌다.

그렇게 힘든 검사를 버텨내고 수술당일이 되었다. 아기와 보호자인 나는 침대를 타고 수술 대기실로 갔다. 대기실로 가는 길에 사람들은 '저렇게 작은 아기가 무슨 수술을 받으러 가는 걸까?'라는 눈빛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다. 생전 처음 가보는 커다란 수술 대기실, 낯선 환경에 아기곰은 울기 시작했고 나도 울고 싶긴 마찬가지였지만 최대한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품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아 내 품에서 수면마취를 진행하고 곤히 잠이든 상태로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수술 대시길에서 나왔다. 그리고 수술이 잘 시작되었다는 문자가 왔고 6~7시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수술은 9시간이 지나도록 끝나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수술이 잘 되기만을 기도하며 기다렸다. 수술시간이 길어지니 제발 이 아기를 살려만 주시면 뭐든지 하겠다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렇게 9시간 이상지나 수술이 끝났으니 보호자는 수술 대기실로 오라는 문자를 받았고 대기실로 달려갔다. 문 앞에서 발을 동동이며 기다리고 있는데 10여분을 기다렸을까 아기곰의 이름을 부르며 보호자를 찾는 간호사가 침대를 끌고 나왔다. 거기엔 9시간 수술을 버텼다기엔 너무나 작은 아기가 병원 이불에 돌돌 말려 있었다.


10시간 만에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난 아기는, 이쁜 내 아기는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어있었다. 붓기로 인해 1킬로나 늘어있었고 오랜 시간 마취로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애를 먹은 모양이었다. 병실로 올라가 후처치를 한다고 이불을 펼쳤는데 아기의 몸은 6곳에 구멍이 나있었고 코부터 배까지 여러 가지 줄을 달고 있었고 통통한 아기의 혈관을 찾기 어려웠는지 팔다리 여기저기 전부 멍이 들어 있었다.


아기는 숨을 쉬기도 어려운지 쉰 목소리로 흐느끼고 있었다. 그 와중에 또다시 혈관을 잡아야 하는데 3~4번을 찔러도 혈관을 찾지 못했고 수술로 힘들었던 아기에게 바늘로 여기저기 찌르니 힘없는 목소리지만 더 크게 고통스러워했다. 그 모습을 보니 도저히 서서 쳐다볼 수도 버텨낼 수도 없어 병실 구석에 주저앉아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같이 울 수밖에 없었다.


여러 번 찔러도 혈관을 잡지 못하니 어딘가 전화를 했다. 잠시 후 연륜이 있어 보이는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고 한 번에 혈관을 찾아냈다. 혈관을 잡고 나니 다양한 후처치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이제는 보호자가 아기가 오랜 시간 마취가스를 마셨기 때문에 적어도 2시간은 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파하다가도 가만히 두면 잠을 자려고 했기 때문에 계속해서 만지고 물티슈, 손수건 등으로 손바닥, 발바닥, 볼, 이마 등을 만지며 울려야 했다. 2시간을 울렸더니 11시가 넘어 있었다. 이제는 아이를 재워도 되는지 여쭤봤으나 수술 시간이 너무 길었어서 1시간 더 울릴 것을 제안하셨다. 그렇게 1시간을 더 울리고 12시가 넘어 아이를 재우려고 하니 이제는 고통스러운지 잠들지 못하고 울었다. 혹시 진통제를 맞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지금은 맞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하셨다.


아기는 계속해서 고통스러워하며 심박수가 내려갔다 올라갔다를 반복하며 밤을 지새웠다. 수술을 하고 제일 힘들다는 밤을 나름대로 잘 버티고 수술 다음날이 되었다. 아기곰이 받은 수술은 담낭과 담관을 제거하고 소장을 잘라 담관으로 만드는 큰 수술이었다. 담낭, 담관뿐 아니라 소장까지 잘라야 하는 수술이라 수술 전날부터 수술 이후 3~4일간 금식을 해야 했다. 수술은 잘 끝났으니 금식하면서 회복에 집중했다.


수술 이후 3일간은 많이 움직이지도 웃지도 않았다. 수술시간이 길었던 만큼 출혈도 많아 2번에 수혈도 받아야 했다. 수술 이후 붓기가 너무 심해 8킬로로 늘어난 몸무게가 정상으로 돌아오기까지는 5일이 걸렸다. 수술 4일 차 물을 조금씩 먹었고 수술 5일 차에는 모유수유를 조금씩 시작했다. 모유를 먹고부터는 조금씩 미소를 되찾아갔다.


수술 7일 차에는 배에 들어있던 배관도 제거하였고 슬슬 퇴원을 할 준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입원을 한 지 2주가 넘어갈 때쯤 퇴원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신나는 마음으로 퇴원을 준비했고 마지막 초음파를 찍으러 오랜만에 외래 검사실에 내려왔다. 그리고 초음파를 보러 가서 초음파 침대에 눕히자마자 아기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초음파를 하러 오면 항상 울었기 때문에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초음파를 진행하던 도중.. 나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됐다. 6개의 수술 부위 중에 왼쪽 밑에 수술부위에 뭔가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이 초음파만 찍고 바로 퇴원인데 이걸 누구에게 말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퇴원 전 소아병동전담간호사와 상담을 하는 시간이 있었고 간호사 선생님께 이야기하니 반흔탈장일 수 도 있다는 소견을 들었다. 퇴원 후 1주일 정도 지켜보고 차도가 없다면 다시 입원하여 탈장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분명 아침까지만 해도 모든 게 정상적이고 퇴원하여 즐겁게 집에 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사람이 멍해지고 큰 수술을 받고 이제 막 회복하고 있는 아기가 다시 수술대에 올라가야 한다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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