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육을 하게 된 아기곰의 비밀#3

결국 가정보육을 선택하다(아빠 육아의 시작)

by 고미니곰

큰 수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탈장의 증세를 보여 아동전담 간호사와 계속해서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주일 정도 경과를 지켜보자는 말에 일주일 간 집에서 아기곰의 상태를 살폈고 지속적인 탈장증세를 보여 일주일 만에 다시 입원을 해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일주일 만에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우리 부부는 말이 없었다. 큰 수술 이후 이제 조금 회복된 아이를 또 수술실로 보내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다시 마주한 입원실,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을 보니 다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게 실감이 났다. 선생님들도 전부 안쓰러운, 미안한 눈빛으로 아기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 입원하자마자 선생님들 앞에서 펑펑 울었다. 정말 안 울고 싶었는데 침착하게 진행하고 싶었는데 힘없이 한순간에 터져버린 눈물은 쉽사리 멈춰지지 않았다.


입원기간 밤낮없이 일하며 우리 아기곰을 돌봐줬던 분들이고 아기곰을 너무 이뻐해 주셨기 때문에 나와 같은 마음으로 아기곰을 걱정해 주시는 모습을 보니 눈물을 참기 힘들었던 것 같다.


3박 4일, 담관낭종 수술과 비하면 탈장 수술은 간단한 수술이라 입원기간이 짧았다. 3시간 만에 수술이 끝났고 전문의 선생님은 절개해 보니 담관낭종 수술 이후 봉합과정에서 근막이 단단히 봉합되지 않아 탈장이 있었고 이번에는 단단하게 봉합을 하였다며 안심시켜 주셨다. 그러며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실 사과를 받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수술 이후 반흔탈장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다. 사람이 하다 보면 언제나 완벽하지 않음을 알기에 누굴 탓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의료진의 실수임을 인정하고 사과해주시고 재수술은 잘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상대적으로 짧은 입원 기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3~4주면 일상으로 돌아올 줄 았았는데 2번의 수술을 마치고 나니 5~6주 만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입퇴원을 반복하며 수면패턴, 수유패턴 흔히 말하는 먹놀잠 같은 루틴은 모두 깨졌다.


큰 수술과 연이은 수술, 입원기간 동안 수없이 맞은 주사와 4~5일간의 금식, 여러 검사를 위한 약물투여 등으로 아기곰은 지칠 대로 치쳤고 예민할 대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분리수면을 하며 혼자 잘 자던 아기곰이었으나 이젠 밤잠도 한 시간을 유지하지 못하고 놀라서 깰 정도였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에는 무리가 있었다. 생후 5개월에 큰 수술을 마친 아기곰은 누워서 잠을 잘 수 없었고 낮잠도 안아서 재우고 밤잠도 최대한 안아서 편안하게 잠들 수 있도록 이제는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수술 이후 우리의 집 구조도 일상도 바뀌었다. 아기곰의 몸과 마음의 회복을 위해 안방에는 패밀리 침대가 들어왔고 그렇게 우리 가족은 함께 잠을 자기 시작했다. 9개월이 될 때까지 낮잠을 잘 때는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안겨서 잤다 내려놓으면 바로 깨고 다시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이다. 10개월쯤 되었을까 밤에는 누워서 잠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낮잠은 돌 쯤이 되어서야 안아서 잠이 들고 눕히면 누워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기까지 5~7개월이 걸린 것 같다. 그렇게 맞이한 아기곰의 돌잔치는 우리에게 너무 큰 의미였다. 사실 나는 아기를 낳기 전 돌잔치가 무슨 의미가 있나 굳이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아마 아기곰이 아프지 않았더라면 그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임신 12주부터 마음 조리며 지켜보다 생후 5개월에 수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험난했던 시간들을 돌아보면 건강하게 우리 곁에 있어준 아기곰의 첫 생일은 큰 의미였다. 양가가족들만 모여서 한 소박한 돌잔치였지만 행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사실 주변에서는 아기곰을 수술을 잘 마쳤고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고 돌이 지난 이후로도 수술을 하며 무수히 맞은 항생제 때문인지 면역력이 약했다. 약한 면역력 탓에 공공장소에도 잘 가지 않고 아기곰과 놀이터에 가는 정도의 외출만 했는데도 가와사키라는 큰 병에 걸려 2주간 입원 치료와 완치 이후에도 몇년간 대학병원에 다녀야 한다. 가와사키는 심장질환이고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질환이라 지속적인 추적검사를 해야 했다. 담관낭종 수술 이후 추적검사, 가와사키 추적검사로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 느는 생활을 해야 했고 엑스레이, 초음파, 피검사를 분기별로 했다.


수술 이후로는 낯가림이 심해졌고 불안도도 높았다. 엄마, 아빠 외에는 아무에게도 가지 않았다. 특히나 간호사 선생님으로 보이는 나이의 여자에게는 더욱 무서워했다. 돌이 지나면서 많이 안정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엄마아빠만 찾는 아기곰을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렇게 아기곰이 돌을 앞둔 2주 전 과장님께 급하게 복직해 줄 수 있냐며 연락이 왔다. 평소 좋아하던 과장님이시고 가서 일해보고 싶었던 과였지만 아기곰은 아직 모유수유 중이었던 터라 고민이 됐다.


고민하는 모습을 본 남편은 본인이 1년 육아 휴직을 할 테니 복직해 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돌잔치를 끝내고 일주일 만에 복직을 했다. 그리고 아빠의 1년간의 가정보육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