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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울연 May 08. 2019

강릉 해변에서

느껴지는 것들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기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평소와는 다른 공간, 처음 보는 사람들, 느껴보지 못했던 음식들의 맛...

인생을 조화롭게 살고 싶은 사람들 모두가 비슷한 생각이지 않을까.


바로 어제 강릉여행에서 봄바다의 기운을 가득 받아왔다.

햇볕과 바람과 바다.. 그저 보고 있기만 해도 모든 평온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신기했다. 그 모든 자연의 것들이 일상의 복잡했던 걱정거리들을 나로부터 앗아가 주는 듯했다.

그리고 마음이 넓어짐을 느꼈다.


햇볕은 어머니의 포옹만큼 따스하게 감쌌고 바람이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칠지만 가슴이 뻥 뚫리도록 어루만져주었다. 그 아래 앉아 바다를 보고 있자면 바다는 쉼 없이 넘실거리며 지루함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파도를 하얗게 피워내기도 하였다.

그렇게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그대로 누워 하늘로 시선을 두고 있노라면 행복하기 그지없다.

봐도 봐도 더 멀리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끝이 어딘지 모를, 아주 깊이 빠져들 것 같은 느낌. 마치 나도 그 깊이만큼 세상 모든 것들을 포용할 수 있게 될 것만 같았다.



이번 여행에서 이렇게 해변에 앉아 그저 편히 휴식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나도 모르게 한 친구 말에 의하면 'coma'상태에 빠지는 순간이 많았다. 친구들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었는지 전혀 모를 정도로.


볕을 쬐며 솔솔 부는 바람결에, 넘실대는 바닷물결에, 넓디넓은 하늘에 마음 가는 데로, 이를테면 영혼이 잠시 자유로워졌던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먹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하면, 사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 순간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 안의 모든 것들이 가벼웠음을. 그리고 비워진 만큼 다른 어떤 것들을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냥 그 순간 이런 글을 남기고 싶었다. 온전히 자연으로부터, 여행으로부터 얻은 선물을 시간이 조금 더 지나기 전에, 잊혀지기 전에 기록이 필요했다. 이번 여행이 그리 대단하지도, 그렇다고 별 볼 일 없는 여행도 아니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굉장히 행복하다.


그걸로 되었다. 무엇이 되었든 내가 포용해 줄 수 있을 만큼의 마음 한 켠이 더 넓어졌으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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