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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울연 Jul 22. 2020

너에게 쓰는 추억의 깊이





어느 책에서 그랬다, 그 사람과의 추억이 소중한 이유는 그 추억의 지분이 반은 나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라고. 그 사람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더불어 나의 흔적을 새겨 넣는 시간이기도 하다고. 너와 지내는 시간을 삶의 일부분에 기꺼이 그 가치를 두고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그 흔적이 남아있기에 각자의 시간을 보내거나 떨어져 있어도 옆에 있는 듯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어떤 감정들은 숨길 수 없어 들킨 부분도 있다. 또 다른 감정들은 참지 못해 새어 나온 것들도 많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서로 미처 몰랐던 아픔도 없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이 순간까지 옆에 있는 네게 감사해, 매 순간 너의 노력이 마음을 간질이고 그 배려에 아직도 설레는 중.


너는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다 했지만 나에겐 이제 한 걸음 인양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그만큼 기대가 되기도 하는 나날들. 서로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한 길을 이제 겨우 몇 걸음 내디뎠을 뿐, 앞으로의 길에서 무수한 변수들은 또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먼  여정을 같이 가려면 천천히 나아갈 때도 있고, 쉬어갈 때도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미처 신경 쓰지 못할 때도, 챙겨주지 못할 때도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마음은 변치 않았다는 것. 그러다 지친다고 한들 분명 누군가 먼저 손 내밀어줄 것이라는 것.


너에게 무언가를 해주기 시작한 건 네게 더 바래서가 아니다. 부자 여서도 아니다. 추억의 교집합으로 쌓아 올린 신뢰가 물질적인 가치보다 몇 겁이 크기 때문이다. 그저 받은 만큼 더 베풀고 싶을 뿐.


이런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날들이 소중하다.




너는 이유 모를 슬픈 눈을 하고 있었다. 안쓰러울 정도로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꼈다.


왜 울어..


그냥...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아서 그래.


무슨 이상한 말이야 그게.


모르겠어, 그런 생각이 들었어.


정말 무슨 뜻이야. 갑자기.


너는 나한테 별이야. 무슨 뜻이냐면 그러니까,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랑한다는 말이야.


나는 별이 아니야. 네 옆에 꼭 있을 거야.


너는 더 크게 흐느끼며 말했다. 꼭 안아주며.

응...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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