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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자 Sep 27. 2019

르완다 속 소소한 행복 찾기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에서 점심 먹기


르완다는 아프리카 대륙의 심장부에 위치한 동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로, 남한의 1/4 크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르완다보다 훨씬 더 작은 수도 키갈리에서 거주하고 일을 하다 보면 괜스레 답답해질 때가 있다.

르완다가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라서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작은 나라에 갇힌 것도 서러운데 또 그런 날이 있다. 열심히 했는데도 뭔가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날.

다정한 코워커들에게 괜스레 투정 부리고, 나답지 않게 부정적인 말을 쏟아내 그들을 당황하게 하는 날이 있다.


해외에 있다 보면, 아니 자신을 잘 돌보려면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조그만 방법들이 필요하다.

자기 자신을 잘 돌본다는 것은 결국 주변 사람들 또한 조금 더 배려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고, 이 배려와 여유는 또 돌고 돌아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나에게로 다시 돌아온다.


외국에서 오래 생활을 했기에, 처음 새 환경에 적응하면서는 우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루틴을 가장 먼저 만든다. 그래서 나에게는 현재 상황에서 나를 돌보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심호흡하기, 짧은 명상과 요가 하기, 머리가 새카매지도록 테니스 집중해서 치기, 커피숍에서 글을 쓰거나 읽고 싶은 책 읽기, ASMR 듣기, 영화를 배경에 깔아놓고 실컷 빈둥거리다가 소파에서 잠들기, 그리고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과 마음속 이야기 솔직하게 나누기가 그중 일부이다.





사실 이런 것들은 나만의 특별한 스트레스 해소법이 아니라 아마도 굉장히 보편적인 방법이지 않을까.

요컨대, 르완다에서의 삶도 다른 곳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우선 다들 아프리카라고 하면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람 사는 곳은 문화적, 경제적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는 정말 비슷한 것 같다. 많은 편견과 다르게, 아프리카는 생각보다 원시적이지 않으며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인프라들은 아프리카에도 갖추어져 있다. (편리함을 중시하는 우리의 눈에는 아직 부족해 보일 때가 많기는 하지만.)


한국보다는 느리지만 인터넷도 잘 되고(실제로 지금 나는 무제한 인터넷을 쓰고 있다.), 키갈리에는 한식당 두 곳이 있으며,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은 한식당을 포함해 총 5곳이다. 물론 다른 여러 레스토랑이 있지만 한국인이 운영하셔서 한국인의 정서가 담겨있는 한식, 일식, 현지식 또한 여기에서 접할 수 있다.


물론 없는 것을 따지자면 또 한 없이 따질 수 있겠지만, 있는 것들에 또 만족하고 살려 노력하면 꽤나 살만하다고 생각된다. 일을 하다가 괜스레 기분이 울적해지는 날에는 핸드폰 노트 패드에 저장된 나만의 키갈리 식당 리스트를 꺼내서 어디에 나를 달래줄 맛있는 음식이 있을지 생각해본다.


평소보다 점심시간에 여유가 조금 더 있는 날, 혹은 평일에 괜스레 예쁜 곳에서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 둘셋과 함께 점심을 하기에 좋은 날에는 이 곳에 간다.


르완다의 이탈리아식 런치 뷔페 레스토랑 'Brachetto'
반겨주는 꽃과 건강하고 깔끔한 음식



테이블마다 세팅된 예쁜 꽃과 정원을 보면 우울했던 기분도 날아가고, 내 마음속 근심 걱정을 포함해 모든 사고가 천천히 흘러가는 기분이 든다.



꽃은 시즌에 따라서 바뀌며 항상 신선하다 :)



눈으로 정원의 식물이나 햇살 같은 걸 바라보다가 또 기분처럼 천천히 음식을 뜨기 시작한다.

이 곳은 음식의 가짓수가 많이 있는 뷔페는 아니다.

조용하고 온화한 분위기에서 전체적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깔끔한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집에서 먹는 아보카도보다 이 곳의 아보카도가 훨씬 맛있고,

내가 집에서 구운 호박보다 이 곳의 호박 디쉬는 풍미가 훨씬 더 고급스럽다. 

그래서 나는 이 곳에 오면 분위기, 맛, 건강함까지 보장된 행복한 한 끼를 스스로에게 선물할 수 있다.



사실 메뉴는 1년 동안 거의 바뀐 것이 없지만 신기하게도 매번 가도 질리지 않는 곳이다
정말 하나도 빼 놓지 않고 다 맛있다.



평일 점심 뷔페에는 식사 후 디저트가 따로 나오는데, 매번 달라지는 디저트를 즐기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개인적으로는 커다란 슈크림을 좋아하는데, 크림을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퍼프의 바삭함과 많이 달지 않은 크림을 퍼먹는 것이 재미있어서 좋아한다.



컵 티라미수
사각사각 딸기 퓨레


당신 또한 이 세상 어디에 있던, 어떤 하루를 보냈던, 자신을 위해서 조금 더 행복하고 따사로운 하루로 오늘을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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