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에 영향을 미치는 인지편향 및 원칙
2023년 버킷리스트에 "브런치 글 쓰기"를 넣었던 이유에는 크게 2가지가 있어요.
1. 생신입 주니어 디자이너가 스타트업의 유일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직접 경험했기에 고군분투하며 성장했던 경험을 공유하여 다른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답답한 마음을 해소시키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2. 스터디를 하며 공부했던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고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여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1번은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좀 더 정리를 해서 다음에 올리기로 하고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디자인 심리학 스터디부터 공유해보려고 해요.
이 글은 2년째 참여 중인 디자인 커뮤니티 "프롬디자이너"의 스터디에서 제가 발표했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디자인 심리학 스터디는 https://growth.design/psychology 사이트의 심리학 원칙들을 기반으로 진행했어요. 다양한 심리학 원칙들이 관련 케이스 스터디들과 함께 정리되어 있어 원칙과 사례를 한 번에 살펴보기 좋아 추천합니다!
우리는 왜 디자인 심리학을 공부해야 할까요?
사용자들은 경험을 할 때 <정보 필터링 - 의미 찾기 - 주어진 시간 안에 행동 - 상호 작용의 일부를 메모리에 저장>의 과정을 거쳐요. 우리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려면 이런 네 가지 결정 주기 단계에 영향을 미치는 편향 및 휴리스틱을 이해해야 한다고 해요.
그중 저는 <의미 찾기>, <주어진 시간 안에 행동> 단계에서 활용되는 인지편향 및 원칙 중 4가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사용자는 정보에 의미를 부여하려고 할 때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이야기와 가정을 만들어요.
이때 어떤 이야기와 가정을 만들까요?
- Occam's Razor (오컴의 면도날)
- Noble Edge Effect (고귀한 가장자리 효과)
- Hawthorne Effect (호손 효과)
사용자는 바쁘기 때문에 지름길을 찾고 빠르게 결론을 내려요.
이때 어떻게 내릴까요?
- Labor Illusion (노동 현상)
오컴의 면도날
오컴의 면도날은 경제성의 원리, 검약의 원리, 단순성의 원리 등으로 불리는데요,
어떤 현상을 설명할 때 불필요한 가정을 해서는 안되고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원칙이에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에 적용되는 원칙이며 현대 과학 이론을 구성하는 기본적 지침으로 지지받고 있어요.
오컴의 본명은 Gulielmus Occamus (굴리엘무스 옥카무스)에요. 잉글랜드 서리 지방의 오컴이라는 동네에서 태어난 그는 오컴에서 태어난 윌리엄이라는 의미로 William of Ockham이라는 영어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오컴에서 태어난 윌리엄은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 프란체스코회 수사로 활동했습니다.
윌리엄은 중세의 철학자들, 신학자들과 복잡하고 광범위한 논쟁에 참여하던 중 무의미한 진술들을 토론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지나친 논리비약이나 불필요한 전제를 진술에서 잘라내는 면도날을 토론에 도입하자고 제안했어요. 그렇게 "가정은 가능한 적어야 하며, 피할 수만 있다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오컴의 면도날 원칙이 등장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점은,
논리학, 물리학, 신학에 중요한 저작을 다수 저술했던 윌리엄의 오리지널 오컴의 면도날은 신앙주의적 성격을 띠었는데, 오늘날의 오컴의 면도날은 버트런드 러셀이 "서양철학사"를 해석해 퍼뜨린 버전이라고 해요. 하지만 윌리엄이 빈번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이 영원히 붙게 된 거죠. 오컴의 면도날에서 오컴은 오컴이 아니었고 게다가 다른 사람이 해석해 퍼뜨린 버전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히스토리였어요.
우리가 지나가다가 벼락을 맞은 것 같은 나무를 만났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때, 나무가 그렇게 된 이유 2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요.
1. 이 나무는 벼락을 맞은 걸까?
2. 누군가 어떤 장치를 이용해서 나무가 완전히 잿더미로 변하지 않도록 적절히 그을린 다음에 자신이 그을렸다는 흔적을 완전히 없앤 걸까?
오컴의 면도날에 의하면 첫 번째 이유가 정답이에요.
디자인에서의 오컴의 면도날은 단순한 솔루션이 복잡한 솔루션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에요.
여기서 단순하다는 것은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 중요한 사실을 무시하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더 적은 복잡성과 더 적은 가정으로 더 나은 해결책을 찾고, 일을 하는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는 것을 말해요.
오컴의 면도날을 통해 디자이너는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복잡성을 제거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는 장애물이 제거된 간결한 디자인을 가지게 되고 사용자는 서비스를 사용할 때 필요한 것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게 되죠.
불필요한 기능인 X아이콘과, 필터 타이틀을 제거하고 가격과 지역 필터를 통합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가격대와 지역 설정을 한눈에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필터를 사용할 수 있어요.
표를 그릴 때 불필요한 라인을 제거하면 사용자가 찾고자 하는 내용에 집중하고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어요.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기능을 제외한 세부 기능들은 LNB로 한 뎁스 숨겨둠으로써 홈화면에서 사용자들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목적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어요.
단순함이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설계의 관점에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 정의하기에 따라 어디까지 단순해지는지 정할 수 있습니다.
Toss Simplicity23의 "UX라이팅, 혼자가 아닌 함께 잘 쓰기"를 듣다가 오컴의 면도날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토스에서 푸시 메세지를 실험하던 어느 날 투자 매니저님이 메세지에 "이유를 알려드릴게요"라는 문장을 추가하자고 제안하셨다고 하는데요 UX라이터분은 오랫동안 실험해 본 결과 문장을 길게 쓰면 CTR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넣지 말자고 반대했다고 해요. 하지만 실험 결과 "이유를 알려드릴게요"라는 문장을 넣은 푸시 메세지가 기존 메세지에 비해 CTR이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기존의 메세지는 너무 단순하여 구독자들의 관심 끌기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자들이 진짜로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준다는 메세지 전달이라는 최소한의 필요 기능이 충족되지 못했던 거죠.
첫 번째 서비스에서는 검색 후 어떤 피드백도 없기 때문에 사용자는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한 건지 검색 결과가 진짜 없는 건지 알 수 없어요. 최소한의 필요 기능이 충족되지 못한 단순함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서비스는 "검색결과가 없습니다."라는 문장을 보여주어 최소한의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고, 세 번째 서비스에서는 검색 결과가 없다는 피드백뿐만 아니라 안내와 함께 다른 방법도 제안하고 있어요.
최소한의 필요 기능은 각 서비스에서 설정한 목표에 따라 다르게 정의할 수 있어요.
지도 서비스에서 "장소 검색하기"를 목표로 설정한다면 검색 결과가 없다는 피드백을 최소한의 기능으로 정의할 수 있고, "장소에 대한 정보 얻기"를 목표로 설정한다면 검색 결과가 없다는 피드백뿐만 아니라 다른 검색 방법도 제공하는 것이 최소한의 필요 기능일 수 있죠.
디자인할 때 오컴의 면도날을 떠올리며 덜어낼 것은 없는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을 충족하고 있는지 한번 점검해 보면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Noble Edge Effect (고귀한 가장자리 효과)부터는 다음 글에서 계속하겠습니다.
첫 글이라 부족한 점도 많겠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글들을 공유하도록 노력할게요. 함께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참고 글
https://ko.wikipedia.org/wiki/오컴의_면도날
https://growth.design/psychology#occams-razor
https://jonyablonski.medium.com/designing-with-occams-razor-3692df2f3c7f
https://designcompass.org/2021/08/19/ockhamsrazor/
https://simplicity-23.toss.im/sessions/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