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예술기행 - 모네의 정원, 오츠카 국제 미술관
가까운 곳에 있다면 매일 가서 산책하고 명상하다 밥 먹고 오고 싶던 곳...!
언제나 모사품엔 시큰둥한 나지만 시코쿠 고치현의 초여름 모네 정원은 그의 후반 인생이 있는
파리 근교 지베르니 못지않게 미학적으로 잘 조성된 휘게의 명소였다.
3가지 자연을 주제로 물, 꽃, 빛의 정원으로 구성되었다는데 처음 들어 선 물의 정원에서 벌써
온 마음이 행복해진다.
제철인 6월의 붉고 푸른 수련 무리들이 햇빛을 머금고 모네의 연작시리즈를 재현하듯 길게
펼쳐지는 연못을 따라 걷노라면 그가 좋아하던 일본풍의 푸른 다리와 군데군데 모네의 그림을 얹은
이젤들까지 등장하며 산책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 준다.
그렇게 언덕길에 이르면 이번엔 세상 모든 종류의 꽃들을 다 모아 피워낸 듯 수많은 꽃의 향연이
계절감을 제대로 살린다. 화려한 색채를 가진 신비한 나비들을 보는 건 덤이다.
마지막 열대 식물들 속 숨은 찻집에서 커피 한 잔을 하는데 내부 tv에서 모네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있었다. 그가 직접 가꾼 지베르니 정원과 생가에도 한 번 들러 보고 싶어졌다.
모네의 정원
도쿠시마현 오츠카 국제 미술관
명화들을 복제한 1000 여점의 모사품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미술관이다.
그러나 소문난 서양 명화들을 그 나라 미술 전문가들의 인정과 찬사를 받으며 오리지널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한 도자기판 위의 그림들로 오히려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기술력으로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다고
한다. 중세 종교적 벽화 같은 입체적 전시부터 근대에서 현대까지 우리가 미술책에서 배운 모든 명화를 다 볼 수 있어 자녀들의 현장 교육용으로 좋은 장소가 될 듯하다.
일본인 다운 끈질긴 근성으로 최고의 값진 모사품을 만든 것 같다.
바티칸에서 보았던 천정화, 스페인에서 1시간 줄 서서 보던 게르니카를 건성으로 지나고 모딜리아니 곁에 좀 쉬다가 연못조차 그림같던 레스토랑 지베르니에서 정말 맛있는 카레를 먹었다.
일본여행은 마음이 편하다.거리도 가깝지만 예기치 않은 작은 일들을 겪더라도 그렇게 두렵지 않은 곳..!
이런 이미지가 있음은 아직도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할 선진의식같은 것이라고 본다.
몇 년 전 교토를 자유여행하다 어린 소녀에게서 해 질 녘 길안내를 오래도록 받았던 기억이나
이번 다카마쓰 여행의 길 잃은 늦은 밤 호텔 찾기 곤궁에도 길 가던 평범한 가정주부의 무한대 동지애에
나는 사람다움의 예의를 되새김하게 됐다. 그 선함이 인간의 본성이기를 우리는 또 얼마나 잊고 살고
있는지... 공동 온천에서 두고 온 비싼 화장품이 다음날 청소 후에 다시 놓여있던 경험도 놀라웠다.
이렇게 여행에서는 또 무언가를 얻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