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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Sep 18. 2023

불행한 임산부의 남편이 가진 5가지 특징

만 41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한쌍의 원앙처럼 사이가 좋았던 부부도 아이를 갖고 난 뒤에는 다투기 시작한다. 둘의 사랑이 결실을 맺어 드디어 '완전체 가족'이 되었다는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진흙탕 같은 감정싸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부부관계는 아이를 갖고 난 뒤부터 시작한다고.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유로운 삶을 살며 가졌던 나만의 여유가 사라지게 되면 그제야 본성(?)이 나온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다. 인간의 본성은 생존의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 인간 기본 성질을 말하기 때문이다.


먹는 것 자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은 산모는 생존의 욕구에 시달리게 되고 극도로 예민해진다.   


임신 전에는 오로지 배우자의 욕구를 채워주면 된다. 다행히 배우자는 말이 통하는 어른이므로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쉽다.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상대에게 물어보면 된다. 만일 물어보는데도 대답해주지 않으면?


 애 낳기 전에 갈라서라.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물어봐도 알 길이 없다. 내가 아는 산모는 신생아 시절 아기와 함께 매일 울었다.





욕구 좌절은 이미 임부 시절부터
서서히 시작된다.



일단 임신을 하면 임산부는 서서히 다른 사람이 된다. 살이 뒤룩뒤룩 찌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얼굴은 시커메진다. 여드름이 차오르고 배에 털이 부숭부숭 나거나 굵은 선이 생긴다. 배와 허리가 아프고 급기야 간지럽다. 호르몬의 영향으로 기분도 들쑥날쑥하다. 하루에 몇 번씩 기분이 가라앉는다.


지혜로운 임산부는 본인의 감정상태를 남편에게 일일이 보고하지 않는다. 남편도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조울증 환자를 둔 가족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했는지는 많은 심리상담 연구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만일 남편이 자신의 감정을 모두 받아주고 이해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제일 먼저 좌절을 겪고 말 것이다. 냉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감정은 오로지 자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현명한 남편은 임신 기간이 곧 끝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임신한 기간에 느낀 서운함이 평생 자신을 괴롭히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서 결단한다. '임신한 기간 동안 정말 잘해줘야지!'


불행한 임산부의 남편은
아래와 같은 행동을 보인다.


1.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알고자 노력하지 않는다.
2. 임신과 출산, 태교여행, 신생아를 다루는 방법 등 미리 알아둬야 할 내용들을 아내에게 모두 맡긴다.
3. 부탁한 것만 한다.
4. 방법을 알려줘도 모르거나 한없이 미룬다. 결국 시켜야 하거나 그마저도 하지 않아 독촉하게 만든다.
5. 자신의 일상이 달라진 것을 본인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임신한 아내는 배에 아기를 품고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다투고 싶지 않아) 혼자 출산과 육아를 준비한다.


며칠 후면 자신의 배를 째러 가야 하는 공포에 잠도 이루지 못하면서 혼자 제왕절개 방법이나 출산 준비물을 챙기고 미리 구입해야 할 육아 용품을 살핀다.


자신의 출산 부작용보다 아이의 젖병 소독 방법이나 옳은 예방 접종, 혹시 모를 신생아 주의 사항들을 대비하며 외로움을 느낀다.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쌓여 간다.


임신한 아내가 어째서 모든 것을 나만 신경 쓰는 거냐고 화를 내지 않는 이유는 남편과 다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임부 시간을 보내야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낙심하면서도 아름답게 단념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아기가 생기면, 모든 관심과 사랑을 아기에게 쏟는 것으로 보복(?)한다. 그제야 자신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투쟁해 봐야 의미가 없다.


나는 조심스럽지만 강력하게 모든 남편들이 이것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인생에는 사이클이 있다.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원하는 곳 모두에 자로 잰 듯 나눠서 사용할 수는 없다. 현재 (Present) 가장 집중해야 하는 것은 임신과 출산이다. 지금 이 시기가 그렇다. 회사 일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만일 이 사실을 명료히 알고 행한다면?



Present(현재)의 노력은 반드시
Present(선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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