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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Sep 13. 2023

제가 노산이어서 자폐의 가능성이 높다고요?

만 41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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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둘은 꼭 지같은 사람을 만나서 잘 살고 있다. 인연이다.


솔직히 말하면 가능하면 진한 인연은 맺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진한 인연이 세 가지 있는데 첫째가 부모, 둘째가 배우자, 셋째가 자녀이다. 


부모는 선택할 수 없으니 제껴두고 배우자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잘 맺었다. (천만다행이다) 셋 중 가장 어려운 인연이 자녀인데 그 이유는 한 인생이 오로지 나의 선택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하고 그에 따른 업보와 번뇌를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자녀의 인연을 맺을 수도 있겠지 하며 무기한으로 미뤄두었다. 그러다 폐경이 오면 어쩔수 없지 싶었다. 그러다 만 41세에 덜컥 아이가 생겼다. 


늙다리 부부의 자녀를 고대하고 있던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우리 엄마는 소식을 듣고 오열했다.




아이를 갖고 난 뒤 조금씩 태아와 시간을 나눠갖고 있다. 정보 검색과 병원, 조리원 예약, 영양제를 사고 먹는데 쓰고 있다. 앞으로 점차 더 많은 시간을 나눠가질 예정이기 때문에 미리 조금씩 마음을 먹어둬야 한다.


가장 많이 접한 정보는 역시 노산에 대한 것이다.


노산모의 신체는 2,30대의 몸과 다르다.

아이를 품기에 자궁이 늙었다.

각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등등


덕분에 틈만 나면 조산이야기를 듣고 있다. 12주에는 절박유산 진단도 받았다.


그러나 40대의 좋은 점도 많다. 일단 웬만해서는 무리하게 초조해지지 않는다. 절박유산 진단을 받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생각했다.


 유산?
이 또한 운명일지니  



운명에 맡기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자폐의 가능성 때문이다. 노산이기 때문에 자폐나 정신지체의 비율이 높다는 말을 듣고 난 뒤로는 하루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근래 자폐 아이의 수가 늘었다. 미국은 10명 중 1명꼴로 자폐이고 한국은 그보다 수치가 높다.


자폐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자폐의 스펙트럼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자폐로 분류하지 않았을 경미한 증상도 이제는 자폐 진단을 받는다. 두 번째는 정보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아이가 좀 특이한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상황이 지금은 병원을 찾아야 할 중대 사안이 되었다.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편안한 삶을 위해 만들어진 각종 유해 성분과 같은 환경 문제도 한몫했다. 알 수 없는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는 것이다.    


현대의 부모들은 아이의 작은 몸짓에서도 자폐의 기미를 찾는다. 말이 느려요, 눈 맞춤이 안 돼요. 반복 행동을 해요... 


정보는 항시 양면성이 있으므로 무분별한 정보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좋은 정보를 선별하는 것이 요하다. 유익한 정보다 많지만 유해한(?) 정보도 많기 때문이다.


아래와 같이 노산에 관한 정보를 읽다 보면 노산모 기분이 퍽 곤란해진다.


1) 자폐나 정신지체와 노산의 연관성?


40살 이후 출산한 아이의 자폐 가능성이 높다. 노화된 정자나 난자로 인한 유전자 변이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런 기사도 있다. 40살 이후 출산한 아이가 영재가 많다.  나이 든 부모의 인자한 양육방식 때문이다.


2) 자폐 유전자는 남성으로부터 온다?


남성의 나이와 자폐도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도 있다. 자폐는 정자의 노화와 관련이 깊고 남성의 유전자에서 유전될 가능성이 높아서 노산모가 하는 모계 정신 유전자 검사 (X 취약 검사)는 의미가 없다고 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3) 자폐는 치료할 수 없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은 제대혈을 활용한 자폐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던져주었다. 다만 완치는 아니고 호전 정도이다.



유전자



어느덧 임신 중기를 지나고 있다.


모든 유전자 검사는 끝이 났다.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끝냈다. 아기의 목둘레 수치(1차 기형아 검사의 기준)가 정상이었음에도 '융모막 검사'를 선택했고, 취약 X증후군 검사는 물론 2차 정밀초음파까지 마무리했다. 모두 정상.


이렇게 정상 진단을 받아도 자폐나 정신지체는 알 수 없다. 그야말로 낳아서 키워봐야 안다.


마음을 단단히 하기 위해 미리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아니면 불안도를 낮추기 위해 정보를 차단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자폐?
이 또한 운명일지니  



나는 임산부로서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두자. 어떤 일이 발생되어도 우리 부부는 잘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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