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수연 Oct 24. 2023

전쟁 같은 육아가 기대되는 이유

43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이전 이야기 : 임신과 출산, 만일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40살도록 엄마가 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아이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삶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난 정말이지,
행복하지 않았다.



죄다 불행했다고 할 수는 없다. 나를 아껴주었던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그들은 계절처럼 내게 다가와 바람을 불어주거나 따스하게 안아주었으니 난 참 복도 많다.


그러나 홀로 있을 때면 무한히 고독했다. 학창 시절엔 나의 자유를 탄압하는 모든 것들에 반항했고 성인이 되자 방황했다. 개뼉다구 같은 도리나 관습, 효과적이지 않은 방법론 등을 혐오했다.


더 괴로웠던 점은 나라는 인간에게 있었다. 심각한 모순에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자유를 그토록 중시하면서도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니? 외부 세계를 탐닉의 대상으로 보고 피상적인 즐거움과 좋은 평가, 순간적인 흥미와 쾌락에 빠져들기도 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삶. 그 삶이 날 혼란스럽게 했다. 사회적인 시선을 혐오하면서도 무시하지 못했다. 그것이 싫었다. 인간의 도리, 자식의 도리,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자유롭고 싶었다.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고통이요, 이 세계는 최악의 세계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는 지독한 염세주의자이지만 인생의 고통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그는 권태로운 천국보다야 현생에서 지옥을 맛보는 걸 택하겠다고 했다. 삶은 곧 고통이며 고통이 있기에 충만하다고.


이제와 고백하지만 이 공식은 내게 딱 맞아 떨어졌다. 고뇌의 시간 덕분에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지독한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나를 탐구했다. "대체 이 그지같은 생각의 뿌리가 무엇일까" 치열하게 공부한 탓에 생각 훈련이 되었고 지금은 평안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뿐 아니라 방법과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이럴줄 몰랐는데 이렇게 되고나서 고백해본다.

아! 얼마나 멋진 고난이었는가!



고통은 성장을 만들었듯 전쟁 같은 육아가 나를 성장케 할 것이다.


다행히 결혼을 한 뒤로 인생이 편안해졌다. 기혼 여성에게 결혼 생활은 인생의 전부나 다름없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남편과 나는 죽이 잘 맞는다. 결혼 전으로 돌아가도 그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육아 전쟁에 함께 할 전우로써 부족함이 없는 파트너이니 노산에도 자신이 있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프리랜서가 된 지 10년 차, 일도 점점 자신감이 붙었다. 2,30대에 투쟁한 결과일까? 남이 주는 스케쥴 인생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업무 스케쥴을 갖게 되었다. 더불어 인생의 결정 대부분을 자유롭게 쟁취했다.



인생 후반기에 접어드는 43살, 자녀 출산과 육아라는 굉장한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큰 성장을 이루게 될까?


기대가 되네요. :)




-----

송수연 코치의 브런치스토리를 구독하시면 따끈한 다음 편이 배달됩니다.


https://brunch.co.kr/@suysong/115

https://brunch.co.kr/@suysong/109

 https://brunch.co.kr/@suysong/11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