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산티아고?

왜 하필 산티아고

by 송수연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여행지 중에 왜 산티아고 순례길을 택했는지 적고 싶다. 40일이나 자리를 비워야 하는 그것도 도보 여행을...


부처님도 깨달음을 얻기 위해 고행 길에 나섰다는데 나 같은 소인이 어딜 집구석에서 편안히 깨달음을 얻겠는가!


오래전부터 끈적한 껌처럼 엉겨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불안감을 녹여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공간과 시간의 변화가 필요했다. 그뿐이라면 템플 스테이도 있고 제주도 둘레길도 있는데 왜 하필 산티아고 순례길이었을까?


계기는 특별치 않다. 당시 대학원 고위자과정 수업에서 어느 교수님의 입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이 나오는 순간 (그전까지는 그곳의 존재조차 몰랐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부랴부랴 교재 구석에 적어두었다. 일 년이 지나도 이년이 지나도 뇌리에 남아 삭제되지 않기에 기어이 떠나게 된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로!


교수님은 그곳에 가면 인생의 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하셨..... 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당시 나는 대충 그런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그만큼 해답이 절실했다. 답 없는 인생에 답을 찾을 수 있다면? 한 달간의 휴가가 뭐가 아깝겠는가?


자신의 미래를 흘낏 볼 수 있다는 산티아고 순례길, 흡사 타임머신과 같다. 너무 멋지지 않은가? 무엇을 얻게 될까? 기대되지 않는가?


만반의 채비를 하고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리라. 여행 타임머신을 타고 슬쩍 내 미래를 구경하고 오리라.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 미리 보기로 알게 되면 그동안 고질병처럼 나를 괴롭혔던 지긋지긋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다.



그로부터 4년 뒤, 드디어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뜨거웠던 여름, 20kg짜리 배낭을 메고 당당히 프랑스 파리 샤르드골 국제공항에 내렸다. 승무원 시절 자주 왔던 파리, 바게트를 씹어 먹으며 쇼핑이나 하던 내가 '나를 찾는 여행'을 하려고, 그것도 무려 한 달간의 도보 여행을 하려고 여기 와있다니 감개 무량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하루정도 아름다운 파리에 머물며 마음의 준비를 하기로 했다. 파리 시내의 작은 숙소에 짐을 풀고 에펠탑을 구경하고 마카롱을 사 먹었다. 아직 아무런 실감이 나질 않는다. 캐리어 대신 배낭을 짊어지고 온 것 말고는 아직 특별한 변화는 없다.


그동안의 파리에서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죄다 먹고 놀았던 일뿐이다. 숨이 막히는 일상에서 벗어나 술과 음식에 빠져들며 잠시나마 가벼워질 요량이었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스프링처럼 불안해졌다.


이번 여행은 뭔가 다를까?
며칠 걷고서 다시 파리로 스프링처럼 돌아와 버리는 것이 아닐까?




산티아고 순례길은 야고보의 길이라고도 불린다. 목적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야고보의 무덤이 있기 때문이다. 예수의 제자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척박한 스페인 길을 따라 복음을 전했다. 그리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죽었다.


목적지로 가는 다양한 경로를 죄다 산티아고 순례길이라고 부른다. 그중 대부분의 순례자들이 선택하는 경로가 바로 <까미노 프란세스> 프랑스 길이다.


800Km가 넘는 프랑스 길을 도보로 걷는다면 30~40일 정도 소요된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스페인 북부 지방을 매일 7~8시간씩 걷는다. 한해 30만 명이 넘는 여행자들이 이 길을 걷는다.


사람들과의 역동 속에서 나는 무엇을 느끼게 될까? 실제로 누구 하고도 교류하지 않았지만 관계에 대하여 철저히 배우게 되었다. 내가 왜 무거웠는지를. 내가 어떻게 가벼워질 수 있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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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 월요일에 만나요! :)



송수연 코치는 '어떻게 잘 살아야 할까?'라는 주제로 강연과 코칭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생각과 감정을 조절하여 원하는 삶을 끌어당기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당신의 '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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