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여, 본인의 33살을 조심하라

by 송수연


그렇다.

분명 얼마 전까지 여유 만만했었다.


더 늙기 전에 결혼해야 한다는 사회적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척이 아니라 정말 괜찮았었다.


노땡큐.



이미 서른이 넘었는데 아무 하고나 결혼할 수도 없지 않은가?

게다가 이번에 결정하면 평생 같이 살아야 하는데 그만큼 끌리는 사람도 없다.

그만큼.....


'그 정도로'의 의미도 있지만 '그놈만큼'이 떠오르니...

철부지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찔찔 즙을 짜며 만났던 사람?


어우, 그건 아니다 싶지만 그래도,

장차 하나밖에 없는 남편이 되어야 할 사내와의 관계인데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풋풋한 설렘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러다 어느새 33살이 되자,

내 마음이 서서히 결혼으로 물들고 있다.


오 신이시여

내 마음이 왜 요동치는 것입니까?!


사연을 상상해 보면,

그동안 잠자코 나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던 나의 숙주, 나의 DNA님은 본인이 나서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나 보다.


짝을 맺어라. 짝을 맺어!



으아아아아악 결혼해야 할 것 같다.

시한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난데없이 초조해진다.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초조하다.

이대로는 안돼.

너무 늦어버릴 것 같아.


결혼 시장에 남아있는 떨거지 들 중에서 (나도 떨거지이다) 억지로 선택해야 할 것 만 같은 비합리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서 안달복달하는 것이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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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슨은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운반자'에 불과하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유전자는 자신이 복제되어 생존하는 것이 목표이다. 나 역시 부모로부터 복제된 유전자이며 내 유전자도 복제되기 위해 존재한다.


나이가 들 수록 복제 확률이 줄어든다. 특히 임신, 출산이라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 여성에게 기한의 압박은 혹독하다. 가임기는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34살이 되면 병원에서는 '노산'딱지를 붙이니까.


유전자는 33살 여성의 귀에 속삭인다.

너 늦었어.
곧 모두 짝을 짓고
너는 도태될 거야.


나도 모르게 스치는 비교.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기 자신을 다그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갑자기 소개팅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취미생활에 관심도 없었던 여성이 와인동호회고, 골프 동호회고 출석하며 짝을 맺으려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들이여.

우리는 유전자의 소리와 나의 내면의 소리를 구분해야 한다.


당신이 옳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 것이다.


그러니 유전자가 귓가에 '너 늦었어, 아무하고나라도 얼른 짝을 맺어'하고 속삭이면 이렇게 대응하라.


"유전자야. 미안해. 너의 속삭임에 흔들리지 않아서.

만일 너의 마지막 삶이 나와 함께라고 해도 아쉽지 않도록 멋진 삶을 살아낼게.


언젠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게 될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렇게 초조한 상태에서 누군가를 선택하고 싶지 않아.


소중한 나의 삶.
나의 속도대로 잘 살아낼게.
고마워.
사랑해."




송수연 코치는 어떻게 하면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를 고민하며 학교, 기업, 공공기관에서 강연을 펼쳐왔습니다. 이제 시민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씁니다.


행복하세요!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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