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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겨울이 왔는데 나는, 바보같이.

[연재 브런치북] 송수연의 가벼워지는 시간

by 송수연


봄은 겨울이 꾸는 꿈이라는데.


이미 겨울이 왔는데 나는,

바보같이.


너와 보냈던 봄을 그리워하며,

겨울을 만끽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의 이별이 내 탓이라고 여기며

나 스스로에게 답을 찾으려


무거운 발걸음을 떼

시린 거리를 홀로 걷곤 했으니까


사진: Unsplash의Aaron Wilson


그러나 이제는 알아.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걸.


그저 우리는 소중했던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걸.



너와 함께해서 좋았다.
그뿐이다.



우리가 함께 보낸 봄을 지나.

네가 없는 겨울을 보내고 나면

다시 새로운 봄이 온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홀로

움켜쥐고 있던 말라버린 봄꽃이파리를 탈탈 털고 나니,

이제 손에 쥔 것이 없어

홀가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해서 괴로웠는데,

이제는 달라.


할 수 있는 것이 있어도

이제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안녕.

지나간 소중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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