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바다에서 도플갱어와 마주쳤다.

by 송수연



부산 바닷가의 복작복작한 레스토랑, 테라스 자리에 홀로 앉아 와인을 마시고 있다. 쏴- 하고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파도소리가 듣고 싶어서 밖에 앉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연히 얻어걸린 격으로 귀 호강 중이다. 파도 소리를 듣다 보니 이제야 부산 바다에 온 것 같다. 갑자기 감격스러워진다. 그래. 바다에 왔다.


본격적으로 즐겨보려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안 그러면 습관적으로 만지작거리게 되니까 곤란하다. 테라스 에는 나 말고도 남자 넷이 앉은 테이블, 여자 둘이 앉은 테이블도 있고 커플도 한 테이블 있다. 나처럼 혼자 온 여자도 한 테이블 더 있다. 혼자 온 여자는 나와 같은 안주를 시켰고 직원에게 나와 같은 질문을 한다. “하우스 와인 품종이 뭔가요?” 내가 물었을 때 당황하며 어디론가 물어보러 다녀왔던 직원은 그녀의 질문엔 거침없이 답변할 수 있다. 위기는 기회다. 그럼.


안주가 나오자 하는 행동도 나와 꼭 같다. 와인 글라스를 이리저리 옮기며 사진 찍기에 심혈을 기울이더니 핸드폰을 집어던지고는 안주를 집어 먹고 와인을 홀짝이고 있다. 내가 자기 이야기를 장황하게 쓰는지도 모른 채… 홀로 멋진 저녁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감탄할 지경이다. 혼자 와인을 마시러 온 여자들은 다 비슷한가? 저 여자를 보고 있으니 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우습다. 혼자서도 잘 노는 나 같은 여자를 직접 보니까 기묘한 기분까지 든다. 심지어 저쪽이 나보다 더 즐기고 있는 듯하다. 내 쪽은 고작 와인 한잔을 시켜놓고 이러고 있지만 저쪽은 와인 한잔과 맥주 한 잔 총 두 잔을 시켜 놓고 동시에 마시며 즐기고 있다. 배울 점이 많은 여자가 틀림없다.


어쨌든 혼자만의 부산의 밤도 이렇게 저물어 가는데 외롭지 않아 좋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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