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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외향형 인간인 줄 알았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벼룩 같은 성격?

by 송수연


40년을 살면서 나는 내가 외향형 인간인 줄 알았다. 선택 장애가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지 먹고 싶은 것을 당당히 주장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도 쫄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틈만 나면 어떻게든 나가 놀 궁리를 하고 좀처럼 집에 붙어있지 않는다.


그렇다.

간단히 말하면 나는 나대는 성격이자, 미디엄 한 수준의 관종이다.


"외향적인 인간인가요?"라는 질문에 언제나 ‘네!’하고 답해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자신의 외향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1. 분명 나가 놀기 좋아하지만 혼자 노는 게 좋다.

누군가를 만나서 놀아야 한다면 둘이나 셋이 좋고 넷부터는 조금 고심하게 된다.


2. 사람을 만나면 이상하게 기가 빨리고 2차는 절대 거절이며 10시가 되면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집으로 줄행랑치기 일쑤이다.


3. 하루 종일 말할 사람이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으며 누군가가 말을 걸어올까 봐 혼자 방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종류의 성향들이 의심스럽지 않은가?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성격의 빅 5’ 강사 양성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다. 성격을 구성하는 5가지 요인 중 외향성이라는 척도가 있어서 흥미롭게 생각하며 진지하게 검사에 임했다.


결과는?

외향성 50에 내향성 50으로 반반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상황에 따라 외향적이었다가 내향적이었다가 하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벼룩 같은 성격이잖아? 참나.


40년을 외향적 인간이라고 굳게 믿고 살았는데 어쩐지!

밖에 나가고 싶어 옷 다 챙겨 입고서는 집에 있고 싶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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