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밤이 되면 뭔가 끄적이고 싶다. 그냥 괜히 그런 마음이 든다. 노트를 펴고, 이것저것 적으며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일요일 밤은 희한하다. 묘한 기분이 든다. 왜 그럴까? 괜스레 이것저것 붙여 의미를 만들어보며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일요일은 시작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하고.
누군가는 일요일을 한주의 첫날이라고 정했다. 어떤 사람은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 나 같은 애매한 사람은 뭔가 정했다고 까지 단언할 순 없지만 어쨌든 첫날 보다야 마지막 날에 가까운 기분이 83%쯤 든다. 그러니 오묘할 수밖에.
그런 이유로 일요일 밤에는 한주 계획을 적어 놓았던 노트를 펴 두고 상념에 빠져들곤 한다. 어떤 것은 전혀 손대지 못했다. 어째서 손대지 못했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을 뿐이다. 할 일도 많았고… (물론 지금 이 잡다한 이야기를 쓰느라 허비되는 시간을 아껴 지금에라도 완수하면 어떻냐고 물으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만…) 어쨌든, 그렇게 되어 버리고 말았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등골이 오싹해진다. 미래의 나에게 자문을 구해보려 상상을 해보지만 이미 오싹해진 뒤에는 안개가 자욱한 새벽의 산길처럼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내 인생에 일요일 밤은 앞으로도 무수히(?) 찾아오겠지만 12월 19일인 일요일 밤은 오늘로 마지막이다. 그 사실 만으로도 나는 격하게 이별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괜히 센티한 것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