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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제가 마법을 합니다. (진짜)

진짜. 농담이 아닙니다.

by 송수연

난 사실은 마법사다. 농담이 아니다. 물론 마법을 부릴 때 효과음이 있다던지 하는 이펙트는 전혀 없다. 그 점이 문제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단 말이지.


아직 몇 가지 주문밖에 모른다는 것도 문제다. 가령 꽉 찬 주차장에 내 자리를 비워둔다던지 비 온다던 날씨를 맑게 만드는 주문 외에는 아직 찾지 못했다.


면접에 합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모든 면접에 합격했던 것은 나의 역량이 아니라 순전히 마법 덕분이다.


엊그제 쓴 글에 열 분이나 하트를 눌러주셨기 때문에 그 보답으로 비밀을 밝히기로 했다. 그러나 소문은 사절이다. 이상한 사람으로 소문나면 (어쩌면 지금도 이미..) 곤란하기 때문에....


오늘도 마법은 성공했다. 하마터면 기차를 놓칠 뻔했는데 무사히 탑승했다. 기차역 주차장이 만석이라 해서 10분 전부터 주차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세상에. 주차장 입구에서 어떤 아저씨 요정(!)이 내 차를 가로막고는 바로 옆에 세워져 있던 고깔을 치우며 "여기 대십시오~" 하는 것 아닌가? 오 마이 갓 땡큐 아저씨!!


결국 5분이나 여유롭게 기차역에 도착했다. 5분이면 빵도 사고 커피도 한잔 살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유유히 콧노래를 부르며 기차에 탑승했다. 그러고는 이 글을 쓰고 있다.


어쨌든 오늘 여수 출장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를 마법사의 기운을 넣어 주문을 외워본다. 오늘 강의가 잘되어도 순전히 마법 덕분이다.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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