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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고등어구이

순남씨 부엌에서 내가 컸다

내륙지방에서 자란 나에게 물고기 반찬은 간고등어구이이었다. (멸치가 서운해 할라) ‘자반’이라는 단어는 커서 알게 된 것이다. 그냥 고등어구이하면 굵은 소금이 잔뜩 뿌려진 고등어를 네모난 망석쇠에 넣어 연탄불 위에서 뒤집어 가며 굽는 것이었다. 연탄을 사용하지 않게 되자 할머니는 주로 ‘후라이판’에 기름을 두르고 고등어를 튀기듯 익히셨다.      


우리 집 고등어구이는 항상 짰다. 어느 날 먹고 남은 고등어를 찬장에서 꺼내 먹었던 것이 가끔 생각난다. 아궁이 건너편에 있던 커다란 찬장은 누런 합판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미딛이문을 옆으로 밀면 안은 두 개의 층으로 나눠져 있어서  그릇 뿐 아니라 반찬도 들어가 있었다. 찬장에서 꺼낸 고등어는 조리된 지 좀 지난 탓인지 거의 고동색을 띄면서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물에 밥을 말아 그 위에 고등어를 얹어 먹었다. 요즘 보리굴비를 먹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딱딱한 고등어 살이 맛있었다. 배 쪽 부분이었는데 결결이 뜯어지던 살점이 고소하고 바삭했다.      


할머니표 생물 고등어구이는 먹은 기억이 없다. 생물 고등어가 우리 마을 시장까지 못 왔던 것일까? 왔다 하더라도 냉장시설이 거의 없던 시장에서 고등어는 어쩔 수 없이 소금에 뿌려진 것은 아닐까? 생물고등어가 우리 집에 온 적이 없다.      


생물 고등어구이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처음 먹어봤다. 상 위에 올라오는 고등어들은 통통하기도 하고 소금기가 전혀 없을 때도 많았다. 같이 딸려 나오는 와사비 간장에 찍어먹으라는 가르침으로 고등어를 먹었다. 느끼했다. 후추를 잔뜩 뿌려서 먹어 봤지만 여전히 비리다. 그렇게 해서 어릴 적 먹었던 짜디짠 간고등어구이를 먹을 기회는 없어져버렸다.      


고등어를 2마리씩 묶어 ‘손’이라는 단위를 사용하다는 것도 대학 때 쯤 알게 된 것 같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 ‘고등어’(1994년 출간)를 읽고 난 후에는 고등어 눈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김창완 가수의 ‘어머니와 고등어’라는 노래를 삼십 넘어 알게 되었을 때는 공감하지 못했다. 우리 할머니는 아침에 생선을 굽지 않으셨을 뿐더러 미리 고등어를 사다가 소금을 뿌려 놓지 않으셨다. (뭐 집안마다 풍습이 다르니까.) 그리고 안동이 간고등어로 유명하다는 것은 사십 넘어서야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지방특산물이라는 것을 해당 지역이 아닌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구할 수 있게 된 것은 대형마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할머니가 시장에서 구입하셨던 고등어가 안동 간고등어이었을리는 만무하다. 시장 생선가게 사장님도 본인이 판매하는 고등어가 우리나라 어느 바다에서 잡혔는지 모르셨을 것이다. 고등어는 그냥 남해 어디쯤에서 항상 잡히는 국민 생선으로 알고 나이를 먹었다. 지금은 온라인에서 아예 제주산 고등어, 노르웨이산 고등어로 구분해 판매한다. 고등어를 뼈를 발라냈을 뿐 아니라 손바닥만하게 만들어진 토막이 하나씩 비닐포장되어 냉동상태로 배달된다.      


“등푸른생선이 몸에 좋다, 단백질은 생선으로 섭취하는게 좋다”는 말에 현혹되어 그렇게나 조리하기를 꺼려하던 고등어를 주문한 것은 아니다. 할머니표 간고등어구이를 제현해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어짜피 어떻게 해도 집안에 구운 생선 냄새는 진동하게 될 것이다. 날이 조금은 선선해지기를 기다렸다. 방문을 모두 닫고 부엌과 앞베란다쪽의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돌리고 후드를 틀었다. 굽고 나면 초를 킬 작정이었다.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는 쌀뜨물에 담그면 좋다는 인터넷상의 정보를 따라 생선살을 30분 정도 쌀가루 푼 물에 담가뒀다. 살이 흐물거리게 되어 버렸다. 키친타올에 조심히 한 토막씩 놓고 그 위에 레몬즙을 뿌려두었다. 레몬즙이 생션 비린내를 잡아준다고 했다.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튀김가루를 입혔다. 종이호일에 고등어를 놓고 올리브오일을 살살 충분히 뿌린 후  기름이 새나오지 안게 종이호일을 여몄다. 뚜껑이 있는 후라이팬에 종이호일에 싼 고등어를 앞뒤로 5분씩 구웠다. 종이호일이 시커멓게 탔다. 그래도 고등어 살은 타지 않았다. 내가 냄새를 최소한으로 하면서 만들 수 있는 최선이었다.      


고등어는 내 기억 속의 그 맛이 아니었다. 세 토막을 구웠기 때문에 한 토막은 냉장고에 다시 넣어두었다. 다음날 남은 한 토막을 전자레인지에 1분 동안 데웠다. 오호 바로 이 맛이다! 짠맛은 물론이고 말라비틀어진 식감! 고맙다 전자레인지. 이상하게 비린 맛도 덜했다. 기뻤다.    


#간고등어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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