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남씨 부엌에서 내가 컸다
‘프렌치 프리아’는 나의 소울푸드다. ‘감자튀김’말이다. 프렌치 프라이에 맛을 들인 건 이십대 후반 미국 생활을 할 때 였다. 버거킹보다는 맥도날드 프렌치 프라이가 더 맛있었다. 얼마나 좋아했으면 냉동감자튀김을 사서 집에서 만들어 보기도 했다. 역시 사 먹는 프렌치 프라이가 더 맛있었다.
웨지감자튀김도 그 때 처음 맛보았다. 학교 앞 버팔로 윙을 팔던 가계였는데 닭튀김과 함께 두툼한 웨지감자튀김이 딸려 나왔다. 서울에서는 파파이스 웨지감자가 맛있었는데 요즘은 판매하지 않아 아쉽다. 그 때 들인 입맛이 지금도 계속이다. 가끔 감자튀김을 먹으로 맥도날드에 가곤 한다.
튀김 음식은 그 자리에서 먹어야 제일 맛나지만 아쉬운 데로 감자튀김을 대신해 이런 저런 감자스낵과자를 먹는 것도 취미가 되었다. 그러던 중 일본에 사는 친구를 통해 ‘홋카이도 자가포쿠루 감자스낵’을 알게 되었다. 아니 이런! 프렌치 프라이가 과자로 환생한 느낌이었다. 그 후로 ‘자가포쿠루 감자스낵’은 내가 좋아하는 과자가 되었다.
지난 9월 친구는 신상품으로 가리비맛이 나왔다며 자가포쿠루 한 박스를 선물로 가져다주었다. 홋카이도 산 가리비 분말이 0.02% 들어가 있다는 과자를 한 개 입에 넣으니 처음에는 ‘꽃게랑’ 맛이 났다. 몇 일 뒤 다시 먹었는데 올갱이 맛이 났다. 어쩌다 올갱이 맛이 나는 걸까.
우리 집에서는 다슬기라고 했다. 우리 동네에는 금강이 흘렀다. 지금도 흐른다. 부강초등학교 교가에도 금강이 나온다. 부강중학교 교가에도 금강이 나온다. 초등학교 위에 중학교가 있었는데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는 금강이 보였다. 유치원 시절에는 금강에 가서 뱃놀이도 했다.
우리 집에서 다슬기는 된장을 풀어 국으로 만들어 먹었다. 삼촌들이 금강에서 잉어를 잡아오기도 했는데 가끔 다슬기도 잡아왔다. 내가 맡은 일은 노란 주전자에 담긴 삶은 다슬기를 먹기 좋도록 빼 내는 일이었다. 다슬기의 삐족한 꼬리 부분을 왼손의 엄지와 검지로 잡고 빨판처럼 생긴 주둥이 쪽에 바늘을 찔러 넣어 살살 돌리면 다슬기 살이 빠져 나왔다.
다슬기에 대한 기억은 여기 까지다. 어린이인 나는 올갱이국을 좋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슬기국의 준비과정은 기억이 나는데 막상 먹었던 맛이 기억이 나지 않으니.
커서 올갱이국이라는 것을 먹어 봤다. 파는 음식이다 보니 우리 집의 다슬기국보다 다슬기의 양도 많았고 맛도 진했다. 이제는 올갱이국을 파는 가게도 전국적으로도 많지 않다. 이제 우리 동네 금강에서는 다슬기가 나지 않는다. 물놀이도 못한다. 아쉽다. 가리비맛 감자튀김 과자 먹다가 참 멀리도 갔다 왔다. 그 때 같이 뱃놀이 했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모두 건강하길.
가운데 모자를 쓰고 있는 여자 아이가 나. 금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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