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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ZZETTE Oct 04. 2023

60일 타국 화랑 방랑기 01. 마요르카와 호안미로

요시고 사진 한 장으로 떠나 호안미로의 바다를 보다


늘 요시고의 푸른 바다가 궁금했었다.


마요르카 해변을 헤엄치는 사람의 사진 한 장으로 어떻게 이토록 사람들을 평온하게 만드는지 사진이 아닌 실제 그 광경을 보고 싶었다. 유명한 요시고 전시의 포스터 사진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나도 언젠간 저 사진 속 장소에 누워 그 반대편의 하늘을 바라보겠다고 다짐했었다.



드디어 그 기회가 왔다. 60일간 타국살이를 시작하며 요시고의 바다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유명한 요시고의  “Mallorca, Spain" ( 출처: 미디어앤아트 )




마요르카는 비밀스럽고 보물 같은 해변들이 둘러싸인 섬이다. 전시회 사진보다 더 그림 같은 장면들이 섬 곳곳에 연출되고 있었다. 나의 마요르카를 기억하고 싶어 NIKON FM2 필름카메라와 함께 했으나 인화를 해보니 역시나 본 것만큼 담기지는 않았다.




험난한 절벽 길을 내려가며 - NIKON FM2



마요르카 동남부 쪽 작은 바닷가들을 찾아다녔다. 숨어있는 작은 바다들은 차가 드나들 수 없는 좁고 경사진 길을 따라 내려가야 만날 수 있다. 조금은 숨이 차고 발걸음이 힘들어질 때 즘 나무들 틈 사이로 일렁이는 바다 물결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지중해 바다와 태양이 만나 매 순간 찬란히 부서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벅차 올라 자꾸 숨 고르기를 해도 심장이 이상하게 더 요동치며 뛰기 시작했다.



 

NIKON FM2로 담은 Caló des Moro를 즐기는 사람들



요시고의 푸른 사진 그 바다 ”칼로데스모로 Caló des Moro“는 험난한 지형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해변이다. 해변을 둘러싼 바위 위에는 청록색 바다 품에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줄을 지어 있었다. 어린아이들도 다이빙을 하기에 그리 깊은 곳은 아닌가라고 착각했다. 깊이도 깊이지만 바닷속에도 크고 모난 바위들이 많아 지형이 험난해 수영이 쉽지는 않았다.


물에 잠시 들어갔다 나와 태양의 온기가 느껴지는 바위에 앉았다. 평온한 분위기 취해 일광욕을 즐기며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편이 더 즐거웠다. 한참을 사진 찍다 이곳을 찬찬히 눈에 담아 보았다. 예술가들이 왜 이 섬을 이토록 사랑했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된다.



마요르카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예술가 호안미로. 호안미로의  대표적인 Bleu I, II, III 시리즈는 이런 마요르카의 무한한 바다와 하늘에 매료되어 만든 작품이다.



"Mallorca is a truly beautiful island. In some places, it still feels as fresh as if the world had just been created.

" 마요르카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다. 어떤 곳에서는 마치 세상이 방금 창조된 것 같이 여전히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Joan Miro-



Joan Miró, Bleu II (1961)




푸른 배경과 점 선들을 추상적으로 배열한 블루는 3개의 연작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한한 캔버스 안에서 푸른빛은  경계를 없애고 무한한 바다, 하늘 혹은 우주 그리고 그의 내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호안미로 Joan Miró (1893-1983)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의 작가이다. 그의 어머니가 마요르카인이었고 그 덕에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마요르카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곳의 자연환경이 그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꿈의 스튜디오를 만들기 위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마요르카로 이주해 생을 마감하기까지 27년간 작품활동을 했다. 두 번째 마요르카 작업실 손 보테르 Son Boter는 18세기 시골 주택으로 살아생전 그가 작업했던 페인팅과 낙서의 흔적들로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호안미로는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초현실주의는 20세기 프로이트의 영향으로 공상과 환상, 비이성, 무의식을 표현하는 표현하는 문학, 예술 사조다. 호안미로의 작품들은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같은 타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조금 다른 특징이 있다.


특유의 어둡고 무거운 심리묘사보다 밝은 색채와 단순한 기호들로 상징적 표현들을 통해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보인다. 호안미로의 작품들은 어른들의 동시를 읽는 느낌이다. 그의 말처럼 방금 창조된 것 같은 마요르카의 신선하고 행복한 기운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호안미로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 섬에 온다면 태초의 순수했던 그 모습처럼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순수하고 열정적인 동기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나 또한 마요르카의 기억으로 이렇게 첫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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