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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ZZETTE Sep 26. 2023

60일의 타국 화랑 방랑기 00. 방랑의 시작

12년 차 직장인 퇴사 후 진짜 꿈을 그리는 방랑을 시작하다

이 방랑기는 내 꿈의 첫 시작이다. 12년간 나를 가두고 지낸 현실 타협이라는 그저 그런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자유해방일지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내 꿈은 젊은 아티스트들을 양성하는 공간을 운영하는 것이었다. 예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내 재능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일찍 깨닫고 예술 지원 사업에 대한 꿈을 품고 살아왔다. 하지만 늘 그렇듯 꿈은 '현실 살아가기'라는 구름에 드리워 무려 12년간 잊히고 있었다.

그러다 내 몸속에 있는 종양 때문에 내 꿈이 다시 비치기 시작했다.



매 년 그렇듯 의무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다 몸속에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난생처음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된다. 처음엔 암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서울대학교 암센터를 찾았다. 검사결과 다행히 암은 아니었고 기형종양이었다.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들은 간병인 없이는 혼자서 대소변을 볼 수 없는 정도의 거동이 불편한 중증 암환자들이었다. 나의 병실 생활은 암환자들과 다르게 낮시간엔 산책을 할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작은 것만으로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수술 당일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이 현실에서 플레이되었다. 수술방으로 들어가는 침대에서 보는 가족들의 얼굴, 전신마취 전 수술실 의사와의 대화, 수술 이후 마취가 풀려 극심한 고통과 추위, 무사히 병실로 가는 길 안도와 감사하는 가족들의 표정들... 직접 겪는 수술 과정은 실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고 감정은 너울처럼 요동쳤다.



그 이후 지금 나의 삶, 오늘 하루, 내 옆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더 특별했다. 후회 없이 살기로 더 이상 현실과의 타협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냥 꿈이라고 가두었던 일들을 드러내고 무작정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늘 여행하듯 삶을 살기로 다짐하며 “WINDOW SEAT(2023)“ oil and acrylic on canvas




가장 해보고 싶었던 타국살이를 실행하기로 했다. 어디에 살지 무엇을 할지 고민하며 냅다 캔버스에 비행기 창을 그렸다. 위 사진은 방안에 몇 개 걸어두면 집안이 기내처럼 보일 수 있으니 늘 여행을 시작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시리즈로 시작한 WINDOW SEAT이다. 우리는 여행에서 평소보다 많이 보고 듣고 먹고 걷는다.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고 낯설고 새로운 대화에 조금 더 관대해진다. 이런 작은 변화의 시간이 뭉쳐져 단단해지면 곧 큰 사유를 가능하게 만든다. 하루를 매일을 조금씩 여행하듯 방랑하며 살기로 다짐하면서 거실에 이 비행기 창문을 걸었다.



그리고 60일간 일정의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마음이 가는 대로 타국의 갤러리를 찾아가 보고 싶었다. 이 방랑으로 어린 시절 오랜 내 꿈이 더 이상 가려져있지 않게 내 일상으로 내 현실로 끌어오기 위한 시간이 되길 바랐다. 앞으로 나아가 더 큰 사유를 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학창 시절 어렵기만 하고 부자들만의 향유물 같은 예술이 싫었던 것 같다. 내 꿈을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고 누구나 마음먹으면 예술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전공이 아닌 사람이 이런 일을 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근본이 없다 비난하겠지만 그런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면 나는 가장 적격자가 아닐까?



12년간의 보상이자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꿈을 위한 첫 시작, 그 시작을 기록하며 스스로에게는 지금을 잊지 않고 꿈을 이루기 바라며 새로운 시작이 필요한 누군가에게는 울림이 되고 싶다.



파리 15구에서 한 달간 지낸 스튜디오 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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