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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지 Nov 15. 2021

김수지의 내 인생의 책 2

커트 보니것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

엘리엇 로즈워터는 내가 처음으로 좋아한 부자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의 주인공인 그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쉽게도 돈을 빌려주고 어떻게든 ‘쓸모없고 볼품없는 사람들’을 도우려 한다. 어떤 요청이든 따지고 드는 법이 없고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흔쾌히 건네준다. 장난처럼 걸려온 돈을 요구하는 전화에 당장 거액을 송금할 정도다. 나는 그 너그러움과 무조건적인 박애정신에 반했다.


슬픈 점은 그는 기행을 일삼는 술주정뱅이에 정신과 의사마저 치료를 포기한 이른바 ‘미치광이’라는 것. 그럼 그렇지. 버림받은 사람들을 챙기겠다고 나서는 백만장자가 제정신일 리는 없었던 거다.


미국 상원의원이자 대단한 자산가인 그의 아버지는 재단의 돈을 마구 뿌리는 아들에게 공산주의자냐고 묻지만 엘리엇은 단지 조금 나누기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특정 사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한다. 누구를 조금 더 위하는가에 따라 이쪽이네 저쪽이네 하는 세상에서 사랑, 사랑, 사랑뿐인 엘리엇을 종이로나마 만날 수 있어 나는 기뻤다.


고작 백년 정도밖에 못 사는 인간의 유한한 삶. 그가 강조한 단 하나의 법칙은 이것이다.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그가 자선을 베풀며 살았던 건 착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지 미쳐서가 아니다. 그가 무능한 사람도 사랑하는 건 기술에 밀려 모든 사람이 가치를 잃게 된 미래에도 인간은 그저 인간이라서 괜찮다는 존재 가치를 미리 만들어두고자 함이다. 그를 통해 이생에서 무엇을 우선하고 살아야 할지 배운다. 언젠가 쓸모없어질 인류를 위해 지금, 착하게 살아야 한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108302102005#csidx54b275e8e54c7e8866271761cda2e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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