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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수지 Nov 15. 2021

김수지의 내 인생의 책 3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

“인간이란 언제나 그렇게 남의 일을 망치는 존재이다”라는 문장을 처음 본 건 마침 내가 전 인류를 미워할 때였다.


교환학생으로 터키로 가게 될 가을학기를 앞두고 생활비를 만들기 위해 나는 스물셋 봄, 여름을 전부 아르바이트로 채웠다. 오전과 저녁을 완벽하게 비우기 위해 공강 없이 오후 수업만 빽빽하게 몰아넣어 시간표를 짰다. 나의 하루 패턴은 오전 5시 기상, 새벽 수영, 8시부터 12시까지 카페 아르바이트, 오후 6시에 수업이 끝나면 다시 또 다른 카페 아르바이트 후 밤 11시 퇴근이었다. 주말엔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풀타임 근무 일정이 있었다.


수면 부족인 상태로 정릉동과 삼청동, 서교동을 오가며 카페에서 내내 커피를 만들고 많은 사람을 상대하고 나면 세상이 원망스럽고 모든 사람이 다 싫어지는 순간이 찾아오곤 했다.


<호밀밭의 파수꾼> 속 홀든은 싫은 게 너무 많은 소년이다. 누구는 너무 더러워서, 누구는 힘 자랑을 해서, 누구는 아는 사람이 많아서. 싫은 이유도 다양하다. 처음엔 홀든의 ‘싫은 감정’을 읽는 것만으로 대리만족을 느꼈다. 서비스직으로 일하며 내 감정을 감춰왔기 때문이다. 이 책을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자기가 되고 싶은 건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홀든의 고백 때문이다. 누구든 벼랑 너머로 떨어지고 싶어하면 붙잡아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홀든의 말은 자신은 세상으로부터 번번이 내쳐졌음을, 그래서 많은 상처를 받았음을 보여준다. 세상이 싫어 죽겠지만 사실은 세상이 나에게 조금만 따뜻하길 바랐던 그 시절, 나는 딱 홀든 같은 마음이었다. 누가 나를 붙잡아줄 수 없다면 나라도 누군가를 붙잡아주고 싶은 마음 말이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culture/book/article/202108312058005#csidxe3f09a2e75ecabf9fd0ad8ce1c12e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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