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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바리 Nov 01. 2019

최고를 위해 최악을 상상하라

[도서] <중압감을 극복하라>, 빅토르 발데스

결국 골키퍼는 선수 11명으로 구성된 팀과 팬, 동료들의 식구와 지인들에게 승리를 선물하지 못한 잘못이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게 바로 골키퍼의 실상이다. 극한의 순간에 신속하게 결정하되 실수가 없도록 단호해야 한다.

그럼에도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다. 인생에서와 마찬가지로 많은 경기에서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비난도 여전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단체보다 한 개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 들어가면서


건강한 습관은 대내외적 삶을 정리하는 행동으로부터 습득된다.
습관에 관한 한 매우 엄격하고 진지해져야 한다.
특히 충분한 수면 시간과 건강한 식습관, 질서 있는 생활 등이 중요하다.


FC바르셀로나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전성기를 보낸 빅토르 발데스. 그는 FC바르셀로나의 프리메라리가 6회 우승, 챔피언스리그 3회 우승의 당당한 일원이었다. 그의 자서전 <빅토르 발데스, 중압감을 극복하라>는 자신이 들어 올린 트레블, 수많은 트로피에 대한 추억팔이가 아니다. 대부분의 축구 선수라면 자신의 가장 화려했던 순간을 조명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자신만의 꾸준한 노력과 고마운 이들을 언급하기 마련이다. 언론에 비친 모습이 아닌 스타의 반전 있는 뒷이야기나 명장면, 명승부의 숨은 스토리를 찾아보는 게 자서전의 매력이다. 하지만 분명 이 열정적인 골키퍼의 자서전은 그런 종류가 아니다. 오히려 지극히도 출판계를 장악하고 있는 자기 계발서와 비슷하다. 마치 간절히 꿈을 꾸면 이뤄진다는 공식처럼 '메소드V'를 제안한다.


1단계 목표를 단계적으로 설계하라

2단계 겸허한 마음으로 인생을 단순화하라

3단계 건강한 습관을 가져라

4단계 훈련, 훈련, 또 훈련하라

5단계 당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채워라

6단계 결정적인 순간에 시각화하라

7단계 결정적인 순간에 냉담해져라

8단계 성공을 관리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라


그는 한 번도 골키퍼가 되고 싶은 적이 없다. 축구를 좋아해서 어린 시절부터 공을 차고 놀았지만, 그것이 남은 인생을 좌우하리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 라 마시아에서도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다. 그리고 훈련은 즐거웠지만 경기에 나서면 지독한 불안함과 중압감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는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FC바르셀로나의 주전 골키퍼로 나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축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여러 번 있었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가족을 생각하며 버텼다. 골키퍼란 원래 특수한 자리다. 11명 중 유일하게 다른 유니폼을 입고, 홀로 손을 사용할 수 있다. 골문 앞에 선 고독한 파수꾼으로 본인의 실수는 곧 실점이다. 백번 못해도 한 번만 골을 넣으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는 스트라이커와는 태생적으로 다른 자리다. 수많은 빛나는 세이브도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두 산산조각 나고 엄청난 비난과 야유를 듣는 자리기 때문이다.


비록 카시야스, 데 헤아, 레이나 등 골키퍼 강국 스페인이 자랑하는 스타들에 밀려 국가대표 커리어는 그저 그렇지만, 발데스의 클럽 커리어는 화려하다. 2008~2010년 2년 연속 최소 실점으로 사모라 상을 수상했고, 챔피언스리그 빅이어를 들었다. 발데스는 타고난 순발력과 폭넓은 수비 범위를 바탕으로 멋진 선방을 자주 보여주는 선수였다. 일대일 경합 상황에서 과감하게 튀어나와 몸을 날리고, 발밑이 좋아 후방 빌드업의 시발점이 된 그는 FC바르셀로나의 최전성기에 어울리는 마지막 조각이었다. 한편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중압감을 이겨내는 방법을 스스로 체득했다. 반복된 연습과 꾸준한 노력으로 얻은 경험적인 결과물이었다. 여러 차례 치명적인 실수로 골을 헌납하며 조롱을 듣기도 했지만, 05/06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아스날 앙리의 슈팅을 막아내던 모습은 철벽 그 자체였다. (실제 '메소드V'를 적용한 사례로 아스날과의 결승전이 자주 등장한다.)



실패를 가정하고, 오히려 최악을 상상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우를 나 역시 느낀 적이 있다. 너무 잘하려고 필승의 의지를 다잡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쫓기면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할 확률이 높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본인이 차근차근 쌓아온 노력의 결과물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면 후회도 없고, 오히려 성과가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게 발데스의 조언이다. 비록 새로운 도전을 위해 선택한 맨유행이 최악의 결과로 흘러가지만, 발데스는 새롭게 '메소드V'를 다시 곱씹으며 미들즈브러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결국 2017년 은퇴를 선언했다. 발데스의 조언은 단순히 치열한 경쟁에 속한 골키퍼만에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이는 중요한 시험을 앞둔 학생, 발표에 앞서 긴장하는 회사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노하우다. 반복된 연습으로 결정적인 순간 냉담해진다면 진정한 자신의 실력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 이후 SNS로 논란을 일으키며 벤치행. 2019년 바르샤 U-19 감독으로 나서 첫 경기에 심판과 다투고 퇴장, 두달 만에 경질. 말년의 행보를 보면 중압감에 먹힌 것만 같다.


Victor Valdes - Best Saves Ever HD (출처 : 유튜브 SportsProdu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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