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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바리 Dec 16. 2019

독불장군 슈퍼스타가 '호즐메'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도서] 나는 즐라탄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나는 즐라탄이다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내용도 여타 축구선수 자서전과 다르다. 즐라탄은 불우한 어린 시절, 부상을 이겨낸 꾸준한 노력, 동료들의 고마운 도움, 소중한 은사에 대한 감사,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뻔한 흐름은 철저히 거부한다. 그는 콘솔게임에 빠져 훈련 전날에도 밤새 게임을 한다. 어린 시절 조깅이 싫어서 몰래 대열을 이탈해 자전거나 훔치는 불량배였다. 한정판에 목매며 자신이 번 돈 자랑도 멈추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감독을 욕하고, 자신이 최고라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자화자찬한다. 스타의 사생활을 캐는 언론을 피하기보다는 목소리 높이며 싸우기 일쑤다. 하지만 즐라탄의 이런 당당한 행동들이 오만이 아닌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대열에 오른 즐라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상대는 조심스럽게 나왔다. 하지만 나는 상대 수비의 허점을 찾아냈다.
득점 기회였다. 축구를 하다 보면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
마치 섬광이 터지는 것처럼 눈앞에 골을 넣는 장면이 그려진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호즐메'. (호날두-즐라탄-메시의 줄임말) 흔히 인간계를 초월해 신계에서 축구를 한다고 평하는 메시와 호날두는 독보적이다. 그리고 대중이 TOP3를 꼽으면 흔히들 뽑는 건 스웨덴의 장신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다. 그는 여러 클럽을 전전하는 전형적인 저니맨이다.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받고 더 많은 돈을 주는 클럽으로 가길 원한다. 겸손은 '개나 주고' 마음껏 한정판 고급 스포츠카를 타고 질주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동료에게 연습 때도 소리를 버럭 지르고, 경기장에선 욕하며 시비를 거는 수비수를 들이박기도 한다. 말 그대로 제멋대로 독불장군이다. 하지만 로센고드 출신 다혈질 스트라이커를 명문 클럽이 모두 원한다. 아약스, AC밀란, 인터밀란, 유벤투스, 바르셀로나, PSG. 그가 몸담았던 곳은 하나같이 최정상 클럽이다. 다루기 어려운 사고뭉치를 원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다. 바로 어떤 상황에서든 골을 넣어주고, 우승을 이끌기 때문이다. 구단주와 팬들이 원하는 건 오직 승리다. 그리고 그걸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즐라탄'이다.



"그런데 이 역겨운 발 사진은 여기서 뭐 하는 거냐? 어떻게 이런 쓰레기를 벽에 걸어둔 거야?"

"머저리 새끼들. 그 발이 아니었으면 이 집을 살 수도 없었어"


그는 195cm 장신이면서 발재간이 좋다. 수비수를 농락하는 화려한 개인기를 즐긴다. 태권도를 했던 경험 덕분인지 아크로바틱한 골도 곧잘 넣는다. 잉글랜드와 친선 경기에서 나온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은 조 하트를 병풍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아약스 시절 카메라까지 여러 번 속이는 환상적인 슛 페인팅은 기가 막힐 정도다. 중거리 슛 정확도도 뛰어나고 수비수의 거친 몸싸움도 두려워하지 않고 이겨낸다. 게다가 동료에게 찔러주는 패스도 무척 감각적이다. 그의 자신감은 결코 허풍이 아니다. 이탈리아 리그 최우수 외국인 선수, 득점왕, 리그 1 득점왕, 스웨덴 올해의 스포츠인, 프랑스 리그 올해의 선수, 스페인 국가대표 역대 최다 골 기록 보유자. 골을 넣으면 이기는 스포츠인 축구에서 이렇게 든든한 스트라이커는 우승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실제로 그는 가는 팀마다 우승컵을 선물했다. 이 정도면 "나는 즐라탄이다."란 거만한 제목을 붙일 수 있지 않을까?


당신들에게. 나와 인터 밀란 선수들을 의심하고 씹어댔던 언론과 모든 이들에게 이 영광을 바칩니다!



반 더 바르트, 루이 판 할, 펩 과르디올라

막스웰, 조제 무리뉴, 파비오 카펠로


즐라탄의 자서전을 제일 먼저 읽어봐야 할 축구인들이다. 누군가는 불같이 화를 내겠지만, 누군가는 흐뭇한 미소를 띨 것이다. 즐라탄만큼 호불호가 강한 선수는 없을 것이고, 직설적으로 싫어하는 사람들을 깎아내린다. 지금까지 읽었던 한국 축구 선수 자서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표현들이 난무했다. 매번 고마운 동료와 은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돌리고, 지금까지 세운 자신의 공을 모두 돌리는 겸손함? 그런 건 즐라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겁쟁이, 남자답지 못한 사람, 거만한 인간.' 기발한 독설로 즐라탄은 상대방을 비판하고 자신만의 당당함을 만천하에 뽐낸다. 특히 바르샤 시절 펩 과르디올라를 묘사한 부분은 고소를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의 수위다.


학창 시절에도 그렇게 얌전히 지낸 적이 없었는데, 나는 바르셀로나 구단에서 제공한 아우디를 타고 훈련장에 가서 모범생처럼 군말 없이 지냈다.
동료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치지도 않았다. 갑갑했다.
나, 즐라탄은 더 이상 즐라탄이 아니었다.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 대 남자로 호감을 표시한 무리뉴는 명장으로 칭송한다. 그는 승부사 기질이 넘치는 무리뉴에 본능적으로 끌렸고, 그와 함께 수많은 승리와 어마어마한 우승컵을 따냈다. 감독과 선수의 궁합이 단순히 실력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는 결과였다.


늘 목석같은 얼굴로 눈썹 하나 깜빡이지 않던 무리뉴 감독이 깨어난 것이다.
그는 미친 사람 같았다. 어린 학생처럼 펄쩍펄쩍 뛰며 즐기고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결국 내가 그를 흥분하게 만든 것이다.



즐라탄은 분명 모든 선수에게 모범이 되는 성실하고 훌륭한 우상은 아니다. 그는 더욱 높은 연봉을 위해 팀을 옮기고, 우승을 위해 여러 팀을 저울질하는 저니맨이다. 하지만 축구로 돈을 버는 '프로' 축구 선수에게 그러한 덕목은 교활함이나 악덕이 아니다. '원클럽맨'이란 로맨틱한 선택을 칭찬할 수는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비난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하지만 즐라탄은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거짓이 없다. 항상 남들과 조금 다를지라도 자신을 믿고, 중요한 순간마다 최고의 집중력을 보여주었다. 자신감의 대명사  즐라탄의 축구 인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19 시즌 LA갤럭시 29경기 30골 7 도움, 미국 MLS 유니폼 판매 2년 연속 1위. AC밀란, 에버턴, 나폴리 등 수많은 팀들의 러브콜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즐라탄은 조금 튀더라도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란 걸 몸소 증명하며, 자기 주관대로 나아가고 있다. 다소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마지막 골로 경기의 승패를 가르는 스트라이커에게는 단점이 아닌 장점인 덕목이다. 어떤 상황이든, 특히 평범한 이들이 무리라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즐라탄은 놀라운 몸동작으로 어떻게든 골을 넣었다. 탐욕이니, 무리한 플레이니, 게으르니 잡음은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더 떠들라고 골 세리머니를 하며 스타성을 뽐낸다. 그것은 축구란 한낱 스포츠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에도 훌륭한 조언이 될 것이다. 남과 다르다고, 남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멈출 필요는 없다. 뚜렷한 신념, 이를 뒷받침할 실력이 확실하다면 그건 오만이 아닌 당당한 자신감이기 때문이다.


기자와 설전을 벌이는 즐라탄


정상에 오르는 길은 수천 가지나 된다. 남들이 걷는 길과 달라 보이거나 조금 이상해 보이는 길이 가장 좋은 길일 때도 많다. 튄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것을 나는 싫어한다. 다른 이들과 똑같았다면 나는 이곳에 올라서지 못했을 것이다.
 "나처럼 살아라. 즐라탄처럼 행동해라!" 이런 말을 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떤 길을 택하든지 자기 주관대로 나아가로 말하고 싶은 것뿐이다. 그렇게 살아가려는 사람을 단지 그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며 진정서 따위를 돌리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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