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레전드 코비 브라이언트를 떠나보내며
What Can I say? Mamba Out.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맘바 아웃.
코비 브라이언트가 불의의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설 연휴 막바지에 들려온 비보는 너무나 충격적이었고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황망하고 안타까웠다. NBA를 즐기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한 시대의 아이콘이 떠난 게 믿기지 않았다. 그 어떤 죽음이 경중이 있겠냐마는, 코비의 죽음에 전 세계가 슬퍼했다. NBA 경기장에서는 24초 공격 제한시간을 그대로 흘려보내며 등번호 24번의 코비를 추모했다. 특히 앤드류 위긴스는 코비가 2014년 마이클 조던의 통산 득점을 뛰어넘은 위치에 공을 내려놓으며 경의를 표했다. 비단 농구계만 그를 기억한 것이 아니었다. AC밀란 산시로 경기장에서는 코비 추모 영상이 흘러나왔고, 호주 테니스 오픈에서 닉 키리오스는 코비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그의 근면성실함, 끈기는 단순히 스포츠 스타뿐 아니라 모든 평범한 이들에게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다. '맘바 멘탈리티'로 요약되는 그의 삶은 어제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최고의 잠재력을 끌어낸 결과물이었다.
It's all about focus.
You wake up every single day to get better today than you were yesterday.
모든 건 집중력에 관한 것이다.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이 되기 위해 매일 아침 일어나는 것이다.
코비는 20년간 오직 LA 레이커스에서만 뛰며 화려한 업적을 남겼다. NBA 우승 5회, MVP 3회(정규리그 1회, 파이널 2회), 올스타 18회, 올림픽 금메달 2회. 지독한 농구광 코비는 '넥스트 조던'으로 평가받는 경쟁자를 모두 제치며 끝까지 살아남았다. 나아가 그를 롤모델 삼아 NBA 무대에 도전하는 수많은 '코비 키즈'를 남기며, 선한 영향력을 떨쳤다. 하지만 단순히 스탯이나 우승 횟수로만 코비를 기억하는 건 한계가 있다. 가장 농구를 잘하는 사람으로 통산 득점 1~3위 카림 압둘 자바,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가장 농구를 사랑하는 사람은 코비 브라이언트가 분명하다. 오직 농구를 잘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꾸준히 쏟아부었다. 새벽 4시에 기상해 약 1,500개의 슛을 던지고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개인훈련을 시작하고, 팀 훈련, 회복, 스트레칭, 아이싱 등 자신의 루틴을 빼먹지 않았다. '완벽'을 위해 자신을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간 노력하는 천재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If you're afraid to FAIL, then you're probably going to FAIL.
만약 실패를 두려워한다면, 너는 아마도 실패할 것이다.
물론 코비는 무리한 개인플레이로 안티가 많았던 스타였다.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지나친 난사로 클러치 타임을 독차지했다. 자신의 열정적인 플레이에 맞추지 못하는 동료들에게 독설을 날리기도 했고, 샤킬 오닐과 1 옵션을 두고 파워 게임을 펼쳤다. 게다가 노장임에도 출전시간을 독차지하며 레이커스의 리빌딩을 저해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누구도 그가 몸소 보여준 농구를 향한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비는 헤이터들의 비난을 자양분 삼아 더욱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진정한 프로페셔널 코비는 해외투어에도 트레이너를 대동해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농구만큼은 허투루 대하지 않았다. 그저 지나칠 수 있는 이벤트 게임에서도 1대 1은 최선을 다했고, 농구 유망주들에게 혹독히 농구 스킬을 전수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슛을 던지는 자신감은 강한 의지의 결과물이었다. 그는 무려 79개의 슛을 던져 81점을 넣었고, 은퇴 경기에서도 무려 60점을 퍼부으며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몸소 증명했다.
Those times when you get up early and you work hard,
those times when you stay up late and you work hard,
those times when you don't feel like working, you're too tired, you don't want to push yourself, but you do it anyway.
일찍 일어나서 최선을 다한 시간들,
늦게까지 남아서 최선을 다한 시간들,
하기 싫고, 너무 피곤하고, 스스로 몰아붙이기 싫지만 어쨌든 그렇게 해온 시간들.
That is actually the dream.
That's the dream.
It's not the destination, it's the journey.
그 자체로 꿈이란다.
그게 바로 꿈이란다.
꿈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이란다.
And if you guys can understand that, then what you'll see happen is you won't accomplish your dreams, your dreams won't come true; something greater will.
그리고 만약 너희들이 이걸 이해한다면, 꿈을 성취하고나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더 대단한 일들이 너희에게 일어나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LA 출장을 갔을 때 겨우 짬을 내 스테이플스 센터를 잠시 들렀다. 림을 부수는 샤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매직 존슨, 카림 압둘 자바, 제리 웨스트 등이 제각기 멋진 모습으로 서있었다. LA 레이커스의 상징인 코비의 동상이 언젠가 나란히 서리란 게 당연해 보였다. 스토어에 있는 노란색 24번 레이커스 유니폼을 보고 하루 24시간, 공격 제한 시간 24초를 충실히 보내려는 코비의 발자취를 추억했다. 그런데 그 장소가 슈퍼스타 코비의 추모 장소가 되리란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 사촌 형 집에서 어깨너머로 본 NBA 경기에서 코비는 언제나 빠르고, 정확했으며, 위기에 강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수비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아름다운 폼으로 슛을 성공시키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어릴 때는 당연한 줄 알았던 코비의 위닝샷이 꾸준한 노력, 수많은 실패,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의 결과물이란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한편 올해 팀 던컨, 케빈 가넷과 명예의 전당 헌액이 확실시되는 시점이라 코비의 작별이 더욱 아쉽다.
I fell in love with you.
너를 사랑하는구나.
A love so deep I gave you my all —
From my mind & body
To my spirit & soul.
너무 깊은 사랑에 난 너에게 내 전부를 주었어.
마음과 육체부터
정신과 영혼까지 말이야.
- Dear Basketball 中
득점 기계 코비 브라이언트의 마지막 기록은 '어시스트'였다. 평생을 패스 좀 하란 이야기를 달고 살았던 그에게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빠른 돌파에 이은 레이업, 간결한 크로스오버 후 점퍼, 포스트업으로 공간을 파고들어 페이드어웨이, 정확한 3점과 자유투. 그는 유타 재즈를 상대로 자신이 가진 모든 공격 기술을 활용해 60점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유망주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뿌려주며 다음 세대를 향한 메시지를 전했다. 단순히 얼마나 많은 연봉을 받는지, 어떤 기록을 세우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 농구를 사랑하는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노력했는지가 중요하다고. 그의 말처럼 농구선수, 골프선수, 화가, 작가든 상관없이, 인생의 주인공이 되길 원한다면 깊게 새길 필요가 있다. 그는 떠났지만 농구를 향한 진정한 사랑, 삶 전체를 아우르는 노력은 엄청난 영감을 남겼다. 게다가 'EGO(자아)', 'Work Ethic(근면)'처럼 와 닿지 않는 영어 단어를 코비의 슛, 패스, 몸싸움 하나하나로 내재화할 수 있었다. 마지막까지 사랑하는 딸과 맘바 스포츠 아카데미로 농구를 하러 가던 코비. 나는 분명 '코비의 시대'를 함께 살았고, 그의 '맘바 멘탈리티'를 오래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