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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바리 Feb 07. 2020

"이보게 관상가 양반, 내가 '백호'가 될 상인가?"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신규 유니폼, 엠블럼 공개

KFA SNS도 인정했다. 자꾸 보아야 정든다고.. 와일드바디와 스크류바가 언젠가는 떠오르지 않겠지..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새로운 엠블럼, 유니폼이 드디어 공개됐다. 최근 2,400억 원+@ 규모의 12년 초대박 계약 소식이 전해져 팬들의 기대치는 높아진 상태였다. 특히 브라질, 프랑스, 포르투갈 등 1등급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해 디자인 차별화, 유니폼 재질 등의 업그레이드가 예상됐다. 월드컵 9회, 올림픽 8회 연속 진출의 대기록을 갖고 있는 아시아의 강호에게 걸맞은 대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졌던 탓일까? 정식 공개 이전에 유출된 유니폼, 엠블럼은 너무나 파격적이었고,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실물이 공개된 이후에도 과감한 디자인과 색감 변화로 팬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 유니폼 : 특별한 문화 에너지 한류와 용맹한 백호의 위풍당당함


새롭게 선보인 대한민국 유니폼 (출처 : KFA 홈페이지)


나이키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디자인을 통해 대한민국의 고유한 문화를 표현했다.


나이키가 선보인 대한민국 새 유니폼은 확실히 특색 있고 강렬했다. 단순히 지난 유니폼과의 차별화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굉장히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홈 유니폼은 한류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되었고, 핑크색 그라데이션이 내려갈수록 진한 빨강으로 이어진다. 태극기의 4괘에서 착안한 물결무늬가 전체적으로 새겨져 있어 특색 있었다. 원정 유니폼은 용맹한 백호의 위풍당당한 모습을 기반으로 손으로 그려낸 듯한 디자인 패턴을 선보였다. 상상 이상의 홈보다 더욱 독특한 디자인인데 마치 한지 위에 붓으로 칠한 느낌이 돋보인다. 많은 팬들이 선호하는 럭셔리한 황금색 로고, 엠블럼, 번호가 포인트다. 개인적으로 문제는 색감이다. 조금 더 강렬하고 묵직한 느낌을 원했는데, 파격적인 핑크와 '투머치' 느낌이 드는 포인트들이 제대로 버무려지지 않은 느낌이다. 혹자는 스크류바와 와일드 바디를 형상화한 것 같다는데 웃프게도 공감이 간다.


- 엠블럼 : 세계적 트렌드에 발맞춘 귀여우면서 날카로운 눈매



새 얼굴을 통해서 ‘두려움 없는 전진’이라는 우리 협회 전 임직원의 각오가 축구팬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신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상징인 호랑이 엠블럼이다. 방패 문양 안에 백호가 공을 누르고 있는 전신이었는데,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눈매와 무늬만으로 단순화했다. (유벤투스, 맨체스터 시티 등도 엠블럼을 단순화했다.) '포워드 애로우'란 디자인 모티프에 걸맞게 사각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힘 있는 눈매와 날카로운 라인으로 백호 얼굴만 남았다. 레드, 블루, 블랙, 화이트를 주요 컬러로 사용했고, 'KFA고딕' 전용서체 등 통일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2001년부터 사용하던 전통적인 엠블럼이 파격적으로 바뀐 터라 아직은 거부감이 크다. 개인적으로도 유니폼과 더불어 무게감이 떨어지는 인상이라 조금은 아쉽다. 게다가 역동성, 용맹함, 도전정신을 상징한다는데 뮤지컬 라이온 킹이나 고양이가 떠올라 귀여움이 먼저 다가온다. 하지만 다이어리, 일반 의류 등에 활용된다고 가정하면 바뀐 엠블럼이 훨씬 심플하고 매력적일 것 같다.


 

최근 엠블럼 교체는 심플함이 대세다. 유벤투스(왼쪽), 맨체스터시티(오른쪽) 모두 디자인을 단순하게 바꿨다.


 안주와 도전의 기로에서 도전을 택했다.
새 얼굴에 새 각오를 담아 두려움 없이 전진해 나가겠다.
- 정몽규 회장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너무나 과도해 보이는 난해한 디자인도 선수들이 실착을 하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보면 금세 적응될 것이다. (마치 내복이라 놀림받던 지난 홈 유니폼도 이제 보면 괜찮아 보이는 것처럼.) 그저 현실에 안주하는 것보다 것보다는 차라리 과감하게 변화를 시도하는 게 낫다. 마치 팀 단체 유니폼처럼 기본 킷에 색상 조합, 엠블럼만 돌려쓴 성의 없는 디자인보다는 과감한 게 훨씬 칭찬받을만하다. (올해 공개된 J리그 몇몇 팀의 나이키 유니폼을 보라.) 게다가 호불호의 영역인 디자인보다 기능성 측면에서는 100% 개선에 성공했다. 흡습성, 통기성, 신축성이 기존 드라이 핏보다 뛰어나면서 가벼운 '베이퍼 니트' 재질이 채택됐다. 엠블럼 단순화 역시 세계적인 추세며, 기존 팬들의 거부감과 어색함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럴수록 지속적인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콘텐츠로 익숙해질 기회를 자주 부여할 필요가 있다.


나이키의 복사&붙여넣기. 2020 J리그 3팀 원정 유니폼(왼쪽), 2013 CSL 유니폼(오른쪽)


한편 유니폼 이외에도 후디, 오버롤, 여성용 의류 등 굿즈도 대거 내놓을 예정이라는 희소식도 들린다. 부디 최근 한층 뜨거워진 축구 열기에 부합하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콘텐츠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길 바란다. 월드컵 4강, 올림픽 동메달 등 지난 엠블럼으로 거둔 위대한 성과를 뛰어넘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훌륭한 성과를 거둔다면, 자연스레 새로운 유니폼과 엠블럼이 달라 보일 게 분명하다. 결국 중요한 건 대표팀의 열정적이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고, 이런 새로운 변화는 어쨌든 환영할만하다. 11마리의 온순한 얼룩말이 도망 다니는지, 아니면 강렬한 백호가 상대를 제압하는지는 결국 그라운드에서 판가름날 것이다.


19년 만에 얼굴이 바뀐 KFA (출처 : KFA 홈페이지)




P.S.1 - 권창훈이 핑크색 국대 유니폼 22번을 달고, 올림픽 메달을 따내길 기원합니다. 그리고 제발 은퇴 전에는 수원으로 돌아와 줘.


P.S.2 - 처음 보는 축구화는 뭘까? 상당히 예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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