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샘바리 May 12. 2020

[1R] 두 유 노우 '감자 회오리'?

2020 K리그1 1R 리뷰


K리그 랜선 토너먼트, 반장선거. 다채로운 콘첸츠로 개막을 기다렸다. (출처 : K리그 SNS)


K리그 캐릭터 반장선거, 피파온라인 랜선 토너먼트. 코로나 19의 여파로 기나긴 시간을 다양한 콘텐츠로 대리 만족하던 팬들에게 봄이 왔다. 비록 무관중 경기지만 그토록 기다리던 축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국내 축구 팬은 물론 전 세계인들에게 K리그 개막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세계 36개국에 해외 중계권이 판매됐고, SNS 라이브 중계에 368만 명이 넘는 팬들이 몰렸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K리그는 단단히 준비를 마쳤다. 그라운드 안팎으로 철저한 방역 시스템을 펼쳤고, 썰렁한 관람석을 응원가 녹음본, 카드섹션으로 채웠다. 게다가 넘어진 선수를 일으켜주지 않는 심판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백미였다. 단단히 준비한 각 팀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전력을 다해 승리를 위해 뛰었고, 첫 라운드부터 명승부를 빚어냈다. 다소 늦은 개막이었지만, 이것이 축구고, 봄이면 돌아오는 반가운 K리그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K리그 드디어 개막! (출처 : K리그 SNS)



- 전북 1 : 0 수원 : 헨리도 막지 못한 K리그 최고령 이동국


수원 스리백의 중심 헨리, 그걸 뚫은 전북의 레전드 이동국(출처 : 한국프로축구연맹)


전 세계가 주목한 K리그 첫 경기라 너무 긴장한 걸까? 아니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나란히 부진한 모습이 이어진 걸까? 굳게 걸어 닫은 수원의 이임생 감독, 화려한 스쿼드에 비해 번뜩임이 부족한 전북의 모리아스 감독. 두 감독의 맞대결은 지루한 공방전으로 이어졌다.


수원의 에이스는 캐나다 국가대표 센터백 헨리였다. 정통 센터백이 아닌 박대원, 이종성을 이끌고, 리그 최강 전북의 공세를 탄탄히 막아냈다. 특히 신입생 조규성을 피지컬로 압도했고, 적극적인 커트로 위기를 사전 차단했다. 시원시원한 몸싸움은 물론 의외로 날카로운 롱패스도 훌륭했다. (하지만 받아줄 공격수가 없...)


답답한 경기에도 전북은 결국 8년 연속 개막전 무패행진을 이어갔다. 주인공은 "Fouty Fuxxing One!"이란 해외 캐스터의 감탄사를 자아낸 K리그 최고령 공격수 이동국이었다. 교체 투입되고 호시탐탐 골을 노리던 이동국은 후반 38분 코너킥 상황에서 밀집 수비를 뚫고 타점 높은 헤더를 성공했다. 머나먼 영국 땅 미들즈브러 팬들의 추억(?)을 되살아낸 멋진 골이었다.

전북 vs 수원 하이라이트 (출처 : K리그 유튜브)

- 울산  4:0  상주 : 마지막 퍼즐 이청용이 완성한 압도적인 울산


4대0 대승을 이끈 이청용, 주니오 (출처 : 대한축구연맹)


지난해 강등 팀보다 더 최악으로 리그를 마무리한 팀은 울산이었다. 동해안 더비에서 포항에 대패하며 눈앞에서 K리그 우승컵을 골득실 차이로 전북에 내줬기 때문이다. 슬픔을 뒤로하고 울산은 분노의 영입(이청용, 윤빛가람, 정승현, 고명진 등)으로 이를 갈았다. 반면 연고지 이전으로 강등이 예정된 상주는 최악의 분위기로 리그를 맞이했다. 지난달 29일 코로나 19 검사를 받으러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오세훈, 전세진 등 주축 신입생이 빠졌다.


울산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가볍게 선제골을 뽑으며 우승 후보임을 증명했다. '골무원' 주니오가 각이 없는 상황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흔들었다. 상주의 문선민, 진성욱은 빠른 역습을 시도했지만 견고한 울산 포백에 막혔다. 전반 42분 울산 조현우의 킥 미스가 멋진 선방으로 이어진 게 유일한 위협이었다. 전반 막판 주니오는 침착하게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승기를 잡았다.


울산은 후반 5분 유망주 이상헌의 추가골, 후반 29분 윤빛가람의 묵직한 중거리 골로 4대 0 완승을 이끌었다. 다득점의 중심에는 3,953일 만에 K리그에 복귀한 노련한 이청용이 있었다. 이청용은 중원과 오른쪽 측면을 오가며 간결한 패스와 영리한 탈압박으로 공격과 수비 전체를 조율했다. 김인성, 신진호, 윤빛가람 등과 시너지 효과를 내며 인상적인 풀타임을 소화했다.

울산 vs 상주 하이라이트 (출처 : K리그 유튜브)

- 인천  0:0  대구 : 세징야도 꼼짝 못 한 임완섭표 짠물 축구


꿈에도 마하지가 나올법한 세징야. 노련함을 보여준 데얀.(출처: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 생존왕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팍 돌풍을 일으킨 대구FC가 0대0 무승부를 거뒀다. 3-4-3 포메이션으로 나란히 맞붙은 두 팀은 새로운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K리그2 안산을 이끈 임완섭 감독은 유상철 명예감독의 후임으로 인천의 잔류를 책임진다. 이병근 대구FC 감독대행 역시 안드레 감독의 빈자리를 메우며 수석코치에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


대구FC의 에이스는 올해도 역시 세징야였다. 지난해 리그 공격포인트 1위(15골 10도움)를 기록하며 팀의 돌풍을 이끌었지만, 개막전에서는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 어딜 가도 따라붙는 인천 미드필더 마하지의 맹활약 때문이었다. 스리백 바로 위에서 공격을 이끄는 세징야를 밀착 수비하며 봉쇄했다. 중거리 슈팅이 장기인 세징야가 프리킥을 제외하면 슈팅 1개에 그칠 정도였다.


인천이 임완섭 감독표 짠물 수비로 희망을 봤다면, 반면 대구FC는 베테랑 데얀에게서 돌파구를 찾았다. 지난해 수원에서 전력 외로 밀려난 데얀은 대구에서 새 도전에 나섰고, 후반 18분 교체 투입돼 건재함을 증명했다. 30분 동안 유효 슈팅 3개를 날리며 공격의 활력을 불어넣었고, 에드가에 몰린 견제를 분산시켰다. 한편 무관중으로 고요한 경기장에 고라니를 연상시키는 대구FC 골키퍼 최영은의 호통은 백미였다.



- 광주  0:2  성남 : K리그1의 매운맛을 본 K리그2 절대 강자


광주FC 박진섭 감독 vs 성남FC 김남일 감독 (출처: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FC는 지난해 K리그2를 평정하고 3년 만에 1부 리그로 승격했다. 19경기 무패, 조기 우승 확정을 이끈 펠리페, 아슐마토프 등이 건재했기에 K리그1 데뷔가 기대된 팀이었다. 반면 새롭게 부임한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불안요소가 존재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감독은 둘째 치고, 프랜차이즈 스타 김동준이 이적하며 불안한 기운이 감돌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성남FC가 K리그1의 매운맛을 보여줬다.


경기 초반 성남의 신입생들이 환상적인 호흡으로 선제골을 뽑았다. 임선영의 스루 패스를 오버래핑한 유인수가 크로스로 연결했고, 양동현이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뒤이어 전반 11분 양동현은 밀집된 광주 수비 사이에서도 여유로운 컨트롤과 정확한 슈팅으로 추가골까지 뽑았다. J리그에서 복귀한 스트라이커 양동현은 지난해 탄탄한 수비에 비해 부족했던 성남의 공격력을 완벽히 채워줬다.


K리그2 득점왕(19골) 펠리페, 코스타리카 국가대표 마르코는 성남의 포백에 속수무책이었다. K리그2를 제패한 말컹이 K리그1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것과 달리 펠리페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거친 압박 수비와 짜임새 있는 오프사이드 트랩에 막혀 펠리페는 슈팅 0개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광주FC는 잔류를 피하려면 펠리페를 향한 집중 견제를 뚫어낼 비책이 필요하다.


광주 vs 성남 (출처 : K리그 유튜브)

- 포항  2:0  부산 : 마, 이게 기동 코인이다!


승격팀 부산에게 K리그1의 매운맛을 보여준 스틸타카 포항 (출처:한국프로축구연맹)

김기동 감독은 지난해 후반기 포항을 완전히 새롭게 재정비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올해도 '기동 코인'은 첫 경기부터 강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대박 조짐을 이어갔다. 반면 극적인 플레이오프로 K리그1 승격에 성공한 부산은 강한 압박에 고전하며 개막전 패배를 떠안았다.


두 팀의 팽팽한 공방전은 영일만 특급 일류첸코의 맹활약으로 포항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 전반 24분 김용환의 정확한 크로스를 일류첸코가 높이 뛰어올라 선제골로 연결했다. 또한 후반 25분 발을 밟혀 넘어지며 페널티킥까지 얻어내며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게다가 한편 저돌적인 윙어 팔라시오스의 스피드는 계속 부산의 측면을 괴롭히며 보는 맛을 더해줬다.


부산의 장점인 화려한 미드필더 라인은 오히려 개막전에서 단점으로 드러났다. 호물로-김진규-김종우 등 K리그 2에서 잔뼈가 굵은 미드필더 라인은 포항에 중원을 내주며 힘을 못썼다. 특히 포항의 최영준은 여유로운 경기 운영과 적재적소에 뿌려주는 패스로 중심을 잡았다. 단순히 많이 뛰는 게 아니라, 영리하게 탈압박하고 파트너 유망주 이승모와 시너지를 내며 주장의 품격을 선보였다.

포항 vs 부산 (출처 : K리그 유튜브)

- 강원  3:1  서울 : 병수볼 매직은 후반 종료 직전부터


병수볼 시즌2의 첫 단추는 성공적 (출처:대한축구연맹)

병수볼 대 욘테나치오. 강원FC와 FC서울의 맞대결은 김병수, 최용수 감독의 지략 싸움으로 관심을 모았다. 특히 지난 시즌 막판 25분동안 5골을 퍼부으며 포항 스틸러스를 5대 4로 꺾은 강원FC가 주목받았다. 올 시즌 '진짜 축구'를 김병수 감독 밑에서 배우고 싶다며 임채민, 김승대, 신세계 등 제자들이 모두 모였기 때문이다.


점유율 기반 탄탄한 후방 빌드업, 빠른 공격 전개, 에이스 위주가 아닌 팀 플레이 강조,. 강원FC의 강점은 후반 막판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전반은 FC서울의 분위기였다. 강원 공격을 스리백으로 틀어막고, 롱킥 위주의 역습을 펼쳤고 박동진의 선제골로 1승에 가까웠다. 하지만 중앙 수비수 김남춘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강원은 반격에 나섰다.


강원은 발 빠른 김승대를 중심으로 롱패스로 간결한 골 사냥에 나섰다. 교체 투입된 김지현은 후반 17분 동점골을 뽑았고, 승점 3점을 위해 라인을 올린 FC서울은 허점을 노출했다. 후반 38분 김승대가 조재완의 슈퍼 원더골을 도왔고, 4분 후에는 본인이 직접 3번째 쐐기골을 넣으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강원FC의 역전승 DNA는 올해도 유효할 전망이다.

강원 vs 서울 (출처:K리그 유튜브)

- 내맘대로 1R 베스트 일레븐

FW 이동국, 주니오, 양동현

MF 이청용, 마하지, 김승대, 최영준

DF 헨리, 김용환,  불투이스

GK 김영광



- 베스트골 : 조재완(강원FC) VS FC서울


후반 39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터진 조재완의 회오리 감자 슛에 전 세계가 놀랐다. 이골로 1대 1 팽팽한 균형을 이루던 FC서울은 와르르 무너지며 1대 3 역전패를 당했다. 측면에서 김승대가 올려준 공을 감각적인 힐킥으로 돌려 넣으며 원더골에 성공했다. 상대팀(226개)에 비해 무려 2.7배나 많은 614개의 패스를 연결한 강원 병수볼의 마침표는 조재완의 정확한 마무리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