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스트 맨(First Man, 2018)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또하나의 새로운 기록을 수립했다. 스페이스X는 20일(현지시간) 한국군의 첫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Anasis) 2호'를 실은 팰컨9 로켓을 우주로 쏘아 올려, 최단기간에 로켓을 재활용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우주과학 전문매체 '스페이스'가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 5월 30일 첫 민간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에 사용했던 팰컨9 로켓을 재활용해 51일 만에 다시 발사했다. 이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왕복선 아틀란티스호가 세웠던 최단기 재발사 기록을 3일 단축하면서 25년 만에 새 역사를 쓴 것이다.
- 연합뉴스 <51일만에 재발사된 로켓…미국 스페이스X, 재활용 신기록> 中
2020년 7월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 X가 로켓을 재활용하며 성공적인 임무 완수를 성공했다. 1969년 7월 20일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에 발자국을 찍고, 50여 년이 흐른 지금 과학 기술의 발전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광활한 우주를 향한 끝없는 인간의 노력은 꿈을 현실로 바꿔나가고 있고, 여전히 '우주'는 가장 매력적인 소재다. 음악, 첫사랑에 이어 이제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우주'로 떠났다. <위플래쉬>, <라라랜드>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핫한 셔젤 감독의 차기작은 더욱 사실적인 우주 영화다. 달로 떠난 영웅 닐 암스트롱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라 역사적 사실 자체가 스포라면 스포인 이야기다. <인터스텔라>, <그래비티>, <마션> 등 많은 우주 영화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고, 영화관에서만 봐야만 하는 이유를 자랑했기에 <퍼스트맨>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극적 요소보다 차근차근 대장정을 준비하는듯한 <퍼스트맨>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 어찌 보면 답답한 우주선에 비집고 들어가 '함께' 체험하는듯한 느낌이라 그랬나 보다. <퍼스트맨>은 제임스 R. 한센의 원작을 바탕으로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기를 그려냈다. 닐 암스트롱(라이언 고슬링)은 딸을 잃고 슬퍼하지만, 나사의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아폴로 11호의 달 탐사 프로젝트는 뛰어난 동료들도 불의의 사고로 점점 죽어나갈 정도로 역사상 가장 위험천만했다. 홀로 남겨질 아내 자넷 암스트롱(클레어 포이)은 두 아들과 함께 아버지의 위대한 도전을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워할 상황이다. 거듭된 실패에 백인들의 무리한 혈세 낭비란 비난에 휩싸일 무렴 닐 암스트롱은 용기 있게 드디어 달로 떠난다.
아이맥스의 웅장함을 기대했지만, 사실 클라이맥스인 달 착륙 6분 정도 촬영이 전부라고 알려졌다. 우주 그 자체가 주는 어마어마한 위압감이나 무서울 정도의 고독감이 최우선인 영화가 아니다. 대신 미지의 우주로 떠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는 인간의 고뇌에 집중한 영화다. 물론 역사적인 달 착륙 과정은 신비롭고,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듯한 착각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자연스럽게 따라올 미국'뽕'이 심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너무나 당연히 성조기를 꽂고 기념사진을 찍거나 우렁찬 국가 아니며 적어도 심금을 울리는 노래가 흘러나올 줄 알았는데 없었다. 인류 모두가 알고 있는 명장면이 빠진 걸 보면 위대한 미국의 업적이 아닌 한 인간의 위대한 승리에 주목한 것 같다. 고독과 비난, 혼란과 싸워 이겨낸 닐 암스트롱, 나아가 보편적인 인류의 위대한 성취라고 상징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어찌 보면 나사 6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잔잔함이 이어져서 따분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물론 조금만 과하더라도 영웅주의로 빠져버리기 쉬운 소재긴 하지만, <퍼스트맨>은 과감히 그런 요소를 빼버렸다. 대신 아폴로 11호 발사 장면, 우주선 내부, 로켓의 움직임 등은 실제 영상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그러다 보니 익숙한 우주 영화 포맷과 달리 호흡이 다소 느리고 길어서 지루함을 피하기 어려웠다. 우주선 내부를 체험하는 1인칭 묘사가 많다 보니 관객까지 답답할 수 있다 보니 취향을 탈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영화의 완성도보다 재미가 우선인 나 같은 라이트 팬에게는 담담한 이야기가 그리 긴장감 있는 요소가 아니었다. 게다가 3m 안팎의 좁은 우주선 내부, 구토를 유발하는 나사 실험실을 버티고 영화 막판이 되어서야 그나마 광활한 우주가 나오니 약간 실망하기도 했다.
'이것은 한 명의 인간에게는 작은 발검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이다.'란 명대사는 다행히 등장한다. 우주에 대한 경외감은커녕 좁은 공간의 폐소 공포증을 느낄 정도로 이야기가 길어지는데, 드넓은 달이 등장하니 이제야 숙제를 끝마친 느낌이었다. 여러모로 <퍼스트맨>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인지 몰라도, 훌륭하고 탄탄한 영화란 건 인정하지만 또 보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다. 특히 모든 걸 포기하고,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을 결심하고 달에 꼭 가야만 하는 이유가 딱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인류, 과학의 진보라고 포장하기에는 갑자기 딸아이의 유품을 던지는 게 생뚱맞기도 하더라. 그나마 역사에 길이 남을 닐 암스트롱의 업적에 찬사를 보내지만,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그리 깊이 생각해보지 못했구나 정도가 공감이 갔다.
감정 변화가 그리 크지 않은 딱딱하고 재미없는 남자 닐 암스트롱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은 매우 훌륭했다. 라라랜드에서 배우-감독 그 이상의 관계를 맺은 데이미언 셔젤 감독과 라이언 고슬링은 역시 찰떡궁합이었다. 평범한 대다수의 사람 중 한 명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닐 암스트롱에 정말 잘 어울리면서, 틈틈이 등장하는 묘하게 씁쓸한 표정은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깊이 있는 눈빛으로 묵묵히 숭고한 도전에 임하는 모습을 깔끔하게 연기하는 걸 보니 왜 엄청난 미남이 아니더라도 라이언 고슬링이 늘 호평을 듣는지 알 수 있었다. 한편 영상미는 다소 아쉽지만, 그래도 OST 만큼은 여운이 남았다. 영화는 모르겠지만, 노래는 잠들기 전 눈을 감고 조용히 우주를 상상하며 들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