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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바리 Apr 01. 2019

[K리그] 황교안 당대표는 정말 몰랐을 것이다.

경남FC 축구장 선거유세 논란


황교안 당대표는 정말 몰랐을 것이다. 경남FC가 얼마나 절실한지.


3월의 마지막 날에도 K리그는 뜨거웠다. 수원 블루윙즈는 베테랑 조원희의 은퇴식을 치렀고, 타가트의 2골로 간절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작년 강등 플레이오프까지 경험한 FC서울은 최용수 감독 복귀와 함께 874일 만에 단독 1위에 올랐다. 2연패에 주춤한 전북 현대는 포항을 붙잡고 분위기를 바꿨다. 평일 퇴근길, 하굣길의 이들을 겨냥해 신설된 '프라이데이 나잇 풋볼' 첫 경기 울산 대 제주 전은 관중 6천여 명을 불러 모으며 불금에 성공했다. 국가대표팀의 볼리비아, 콜롬비아 A매치 승리까지 겹치며 축구 열기가 K리그로 번지고 있는 산뜻한 출발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K리그를 검색하면 제일 많이 나오는 이름은 따로 있다. '황교안'.


배기종의 멀티골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경남FC. 하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출처 : 경남FC 홈페이지)

3월 30일(토) 창원 축구센터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맞대결은 명승부였다. 두 팀 모두 작년 최고의 한해를 펼친 시민구단으로, 올해 아시아 챔피언스에서도 순항 중이었다. (2018년 FA컵 우승 : 대구FC / 리그 2위 : 경남FC) 리그 최상위권 외국인 선수, 유망주와 베테랑의 적절한 조합이 돋보이는 팀들의 맞대결답게 경기는 치열했다. 전반 16분 대구FC 세징야는 환상적인 프리킥 골로 앞서 나갔다. 대헤아 조현우 역시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경남FC의 파상공세를 지켜냈다. 하지만, 교체 투입된 배기종이 후반 30분, 추가시간에 멀티골을 기록하며 짜릿한 극장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포털사이트 메인은 역전승이 아닌 다른 소식이 대부분이었다. '축구장 유세'

졸지에 전국구 구단으로 핫한 관심을 받고 있는 경남FC (출처 : 네이버 스포츠 캡쳐)


4.3 창원 성산 재보선 선거 운동이 K리그 4라운드 홈 경기장에서 펼쳐졌다. 황교안 자유 한국당 대표와 강기윤 후보가 관중석에서 열심히 정치적 활동을 했다. 경기장 내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한국 프로축구연맹 규정을 어긴 것이다. 경남선관위 역시 공개된 장소가 아닌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경기장 안에서의 선거운동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 프로축구연맹은 곧장 상벌위원회를 2일(화) 열기로 결정했고, 정관에 따르면 홈 팀 경남FC에게 가해질 징계는 5가지 정도다.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
 무관중 홈경기
 연맹이 지정하는 제3지역 홈경기 개최
 2천만 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경고


몰랐다는 건 변명이 되지 않는다. 법무부 장관을 지내며 누구보다 법을 잘 알법한 황교안 당대표의 이력은 대체 무엇일까? 심지어 정말 몰랐다고 하더라도 옆에서 위법을 알려줄 법한 스포츠 전문가가 하나도 없다는 것도 한심하다. 하지만 경남FC의 공식 입장에 따르면 그가 몰랐다는 것도 변명이다. 경남FC는 경기 입장 당시에도 정당명, 기호명, 후보자명이 표기된 상의는 입장 불가하다고 안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수행원들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행동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더불어 구단이 징계를 받는다면 도의적,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라리 경남FC 홈유니폼에 마킹이라도 하고 가지..... (출처 : 연합뉴스 이창훈 기자)


정치인에 대한 축구팬의 환멸은 이미 정도를 넘어섰다. 과거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경남FC가 2부 리그로 떨어지면 해체해야 한다고 SNS에 올려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도민구단 경남FC 구단주였다.) 유재호 성남시의원은 와일드카드로 선발된 '황의조 인맥 축구'를 비난했다. (황의조는 성남 출신 선수고,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했다.) 진심으로 도민을 사랑하고, 축구 발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승점 감점, 무관중 홈경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일인지 알 것이다. 프로 스포츠는 팬들의 사랑과 소비로 이어지는 것인데, 텅 빈 경기장만큼 살벌한 장소는 없다. 게다가 승점 10점은 1,2점 차이로 천국과 지옥이 갈리는 강등 싸움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 심지어 경남FC는 심판 매수 혐의로 2016년 승점 10점 감점과 제재금 7천만 원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아마 이런 역사만큼은 황교안 대표가 진심으로, 100% 확실하게 몰랐을 것이다. 



경남FC의 운명은 벌금인가? 무관중 경기인가? 최악의 승점 삭감인가? (출처 : 경남FC SNS)


선거철만 되면 유니폼을 입고 "파이팅!"을 외치며 팀에 대한 애정을 뽐내는 정치인들. 신물이 난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해프닝, 약간의 페널티라고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축구를 업으로 삼는 경남FC 선수단,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K리그1과 K리그2의 차이는 명예는 둘째치고 금전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해체를 주장하겠지만..) 갑질 유세를 펼치는 이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사랑하는 도민들”을 외친다. 과연 매주 찾아오는 축구가 도민들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고 추억인지 곱씹어봤으면 좋겠다. 최근 <마리텔 시즌2>에서 K리그, 해외축구 가리지 않고 즐기는 축구광 연예인 강부자가 화제다. 그만큼의 진정성이나 열정은 바라지도 않는다. 열기를 더해가는 K리그에 괜히 숟가락 얹을 생각하지 말고, 가만히나 있자. 승점이나 뺏지 말고. 제발.


리치강의 열정을 1%라도 좀 본받길... (출처 : 마리텔V 홈페이지)



★ 최종 징계 : "구단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직접적, 적극적으로 위반한 사안은 아니라는 점 등을 감안, 승점 감점이나 무관중 등의 중징계가 아닌 제재금 2천만원의 징계를 결정했다" (상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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