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샘바리 Mar 16. 2019

[K리그] 단디해라! 대구FC고? 맨체스터시티고?

K리그1 대구FC 초반 돌풍

한동안 대구 원정 다시 오긴 어렵겠구나..


2013년 8월 25일. 수원 팬인 내가 대구에서 본 마지막 축구였다. 대구FC의 공격은 무기력했고, 경기는 어수선하고 지루했다. 거대한 육상트랙이 돋보이던 대구스타디움은 직관하기엔 꽤 아쉬운 구장이었고, 너무 휑한 느낌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먹은 막창마저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아니라 그런지 기대보단 못했다. 어설픈 배부름을 안고 돌아오는 길에, 만약 대구FC가 강등당하면 시민구단 특성상 예산도 줄어들고 쉽게 K리그1으로 올라오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는 매우 오만한 걱정이었다. (수원 블루윙즈가 강등당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고, 올해 리그 초반이긴 하지만 순위를 보면... 아이고.) 


대구FC는 2013년 강등 후 극적으로 2017년 K리그1으로 복귀했다. 작년 울산 현대를 격파하고 창단 첫 우승컵을 들고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따냈다. '흥행', '성적'과 거리가 먼 시민구단도 옛말이다. 최강의 시야를 자랑하는 새 구장도 생겼고, 매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10월 이후 13경기 연속 무패행진(10승 3무)인 팀 성적이 뒷받침된 환상의 결과다. 리그에선 지난해 우승팀 전북과 비겼고, 심지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에 빛나는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홈에서 '말 그대로' 때려잡았다. 아시아 무대 경험 부족, 다소 얇은 스쿼드 등이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잘 되는 집 대구FC의 비결은 무엇일까?


- '오픈 빨'을 제대로 받고 있는 매진 행렬, DGB대구은행파크!


최고의 시야를 자랑하는 도심 속 DGB대구은행파크 (출처 : 대구FC 페이스북)


대구FC의 새로운 홈구장은 'DGB대구은행파크'다. K리그 최초로 '경기장 명칭 사용권'을 판매한 사례로, 대구은행은 3년간 약 45억 원을 지불한다. 기존 시민운동장을 리모델링해 최신식 축구전용구장으로 재탄생했으며, 애칭은 포레스트 아레나다. 기존 대구스타디움의 가장 큰 문제는 '시야'와 '접근성'이었다. 어마어마한 육상 트랙이 있는 거대한 운동장은 열악한 시야, 텅 빈 관중석이 문제였다. 무려 6만 6422석의 대구스타디움은 웬만한 유렵 빅클럽보다도 크고, 무려 2만 명이 넘게 와도 1/3밖에 차지 않는다. 시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도 떨어졌다. 하지만 'DGB대구은행파크'는 180도 다르다. 그라운드와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7m밖에 되지 않아 코앞에서 선수들의 질주를 느낄 수 있다. 게다가 3호선 북구청역 (도보 7분), 1호선 대구역(도보 12분) 가까이 위치해 팬들이 찾기도 쉽다. 


12,000석 규모의 아담한 사이즈도 K리그 현실에 딱이다. 2002년 월드컵의 가장 큰 유산은 4강 신화와 축구 인프라 구축이다. 하지만 국내 축구 인기와는 동떨어진 지나치게 큰 규모는 항상 발목을 잡았다. 2018년 K리그1의 평균 유료 관중 수가 약 5,400명인 현실에서 4~5만 석 규모는 언제나 휑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인천 유나이티드는 5만 석이 넘는 문학경기장을 떠나 인천 축구전용구장(2만 300석)으로 옮기기도 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 역시 2층 좌석은 스폰서, 구단 현수막을 설치하고, 최대한 1층으로 관중을 유도한다. 현실을 직시하고, 더 많은 관중을 끌어모으기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언제 가도 티켓을 구할 수 있다.", "초대권이 아니면 돈 내고 볼 필요는 없다". 이런 인식을 탈피하고 현실적인 매진 행렬로 입소문을 타는 것도 중요하다. 대구FC는 개장 경기인 제주전(2대0 승), 첫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홈경기 광저우전(3대1 승)으로 '오픈 빨'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 셀링 클럽이 아닌 아시아 무대를 노리는 대구FC


대구FC 유니폼을 입고 아시아 무대를 누빌 세징야(출처 : 대구FC 홈페이지)

시민구단은 셀링 클럽 이미지가 강하다. 유명 선수를 키워내 높은 이적료를 챙기고, 다시 새로운 유망주를 발굴하는 나름의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돌풍 이후 유명 리그, 타 팀에 에이스를 뺏기고, 팀 전체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작년 리그 2위로 마무리한 경남FC는 말컹(허베이), 박지수(광저우), 최영준(전북현대) 등 공수의 뼈대를 전부 내줬다. (물론 조던 머치, 룩 등 경력이 훌륭한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하지만 FA컵 우승으로 이제 아시아 무대를 도전하는 대구FC의 노선은 달랐다. 엄청난 빅스타 영입은 없었지만, 공격의 핵심 선수를 모두 지켜낸 데 성공했다. 2018년 리그 도움왕, FA컵 MVP&득점왕 세징야, FA컵 결승 1,2차전 모두 득점한 에드가를 나란히 붙잡았다.


K리그에서 검증된 4년 차 세징야, 여름 임대 영입 이후 쏠쏠한 활약을 펼친 에드가를 향한 러브콜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대구FC는 아시아 무대 도전이란 동기 부여와 30대에 접어든 선수들을 향한 진심으로 이들을 사로잡았다. 대구FC는 세징야에게 은퇴 후 지도자 자리를 약속했고, 심지어 축구 선수 출신인 세징야의 아내에게도 유소년 팀 코치를 제안할 예정이다. 또한 유럽, 브라질, 태국을 오가던 저니맨 에드가에게 안정감 있는 3년 장기 계약을 맺었다. 팀 전술에 확실히 녹아든 브라질 콤비는 2019년 초반에도 맹활약 중이다. 하나원큐 K리그1 2019 개막전 첫 골의 주인공은 에드가였고, 구단 최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득점 역시 세징야가 터뜨렸다. 


- 감독이 밀어주고, 대표이사가 끌어주고. 꿀 케미로 만들어낸 시민구단의 정석. 


프리킥의 달인 안드레가 어느덧 대구FC 감독으로 돌아왔다. (출처 : 대구FC 홈페이지)

구단주, 대표이사, 단장 같은 축구팀 수장은 언제나 팬들에게 욕을 먹는 자리다. 모구단 임원 출신으로 축구단에 큰 관심과 지원이 없거나, 선거철에만 영원할 것처럼 유니폼을 입다가 어느 순간 바뀌어있거나, 아니면 선수 부정선발 의혹에 휩싸여 물러나거나. 하지만 많은 팬들은 2014년 조광래 대표이사 취임 이후 대구FC가 상승세에 올랐다고 인정한다. 조광래는 대우 로얄즈의 주축으로 국가대표팀에서도 맹활약했다. 아울러 유망주 발굴에 적극적이고, '만화 축구'를 내걸고 국가대표팀을 이끌기도 했다. 선수, 감독 시절의 성공을 '대표이사'로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대구FC 대표이사로 취임해, 적극적인 시와의 협조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2017년 K리그1 복귀 이후 잔류 성공, 2018년 FA컵 우승, 새 홈구장 개막, 유망주와 스타플레이어의 조화. 이밖에도 올 상반기 클럽하우스도 완공을 앞두고 있어 전방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2018년 대구FC를 이끈 안드레 감독의 심정이 고스란히 들어있을 문구다. 2015년 코치로 합류해 2017년 11월 대구FC 지휘봉을 잡은 안드레 감독의 2018년은 다사다난했다. 대구FC는 월드컵 휴식기 전까지 1승 5무 9패를 기록하며 강등 1순위로 거론됐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최하위에서 이후 23경기에서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13승 7무 7패를 거두고 K리그1 7위로 마무리했다. 월드컵 이후 국민영웅이 된 골키퍼 조현우는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고, 파릇파릇한 김대원-정승원 등 유망주들까지 제 몫 이상을 해냈다. 안드레 감독은 스리백 전술을 더욱 탄탄하게 가다듬었고, 확실한 팀 컬러를 만들었다. 측면-중원을 오가는 유기적인 협력 수비, 빠르게 뻗어가는 역습 전개, 과감한 공격 시도. 상승세를 탄 젊은 대구FC의 돌풍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게 맨시티야? 대구FC야?


EPL 맨체스터 시티, K리그 대구FC의 공통점은 푸른 하늘색 유니폼이다. 초반 대구FC의 경기력은 EPL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맨체스터 시티와 닮았다. 과연 시즌 막바지에도 대구FC가 맨체스터 시티처럼 리그 순위 최상위권에 남아있을까?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이른 봄이다. 시즌의 성패는 결국 1년이 모두 지나 봐야 알 수 있다. 잘되는 집 대구FC에 대한 여기저기 우려도 많다. '리그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기에는 주전 혹사가 너무 심하다, 에이스 외국인 선수가 부상당하면 대체할 자원이 없다, U22, U20 등 연령별 대표에 주전들이 차출된다.' 하지만 이런 불안 요소가 없는 팀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체력소모가 엄청난 호주 멜버른 원정, 1강으로 손꼽히는 광저우도 홈에서 이기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 1위로 치고 올라갔다. 작년 우승팀 전북 현대, 상위 스플릿 단골팀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도 1승 1 무를 거뒀다. 다음 상대는 공격적인 영입으로 우승팀으로 손꼽히는 울산 현대다. 13경기 무패 기록, 신바람 나는 초반 상승세를 마음껏 만끽하면 된다. 12,000석이 가득 찬 도심 속 포근한 운동장. 알루미늄 바닥을 쿵쿵 발로 구르며 함성을 지르다 보면 직관의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의외로 축구와 사랑에 빠지는 건 순간이니깐. 



NEXT MATCH
3월 17일(일) 14:00 DGB대구은행파크 VS 울산 현대
3경기 연속 매진 임박!!!! (출처 : 대구FC SNS)
티켓 예매 : http://www.ticketlink.co.kr/sports/football/84#reservatio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