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과 시샘이 뒤엉킨 한국 근현대사의 중심, 강남!

[도서] 강남의 탄생, 한종수/강희용

by 샘바리
Do you know Gangnam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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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 노 클럽의 대표주자, PSY! 코엑스 인근에 조형물까지 생겼다.

BTS, 김치, 박지성과 함께 외국인의 통과 의례 같은 질문에서 강남스타일은 빠지지 않는다. 싸이의 B급 감성이 유튜브를 타고 수십억 뷰를 기록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국뽕'에 차오른 한국사람들은 의기양양하게 강남스타일은 묻지만, 정작 스스로 '강남스타일'에 대해 설명하라고 한다면 과연 어떨까? 대한민국 심장 도시 강남만큼 복잡한 사연과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지역은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할 것이다. 1963년 경기도 광주군과 시흥군에 속한 논밭은 경부고속도로 기공, 한강대교 건설, 정부 주도의 대규모 시설 이전 등으로 완벽한 현대 도시로 재탄생했다. 격동의 시기에 몇백 원 하는 땅을 샀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운 에피소드는 매우 흔한 레퍼토리다. 아울러 강남특별시란 우스갯소리도 등장하는 강남은 서울, 나아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희로애락이 담긴 공간이다.


공유수면 매립 공사는 봉이 김선달이 환생해도 놀랄 정도로 무조건 남는 장사였다. 건설 비수기인 12월부터 4월까지 노는 중장비와 노동력을 이용해 첫해에는 우선 제방만 쌓아 두고, 다음 해 비수기에 모래를 퍼부어 공유수면을 매립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지 위에 자신들이 직접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거나 아니면 땅을 그냥 국영기업체나 정부 투자기관에 일괄 매각할 수 있었다. 어느 쪽이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였다. 이런 식으로 한강변은 강변도로에 이어 아파트 숲이 되어 갔다. --- pp.53-54


<강남의 탄생>은 강남 개발의 신화를 도시계획 측면에서 차근차근 정리한 도감이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그리고 랜드마크와 지역별로 다양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실려있어 그 어떤 소설보다 흥미로웠다. 사실 서울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한강 다리에 대한 설명이 등장할 때면 지도를 얼핏 얼핏 찾아봐야 했지만, 내가 일하며 지나가 본 공간이 나와 반가움이 앞섰다. 물론 그 속에 숨겨진 다양한 비화를 읽을수록 익숙했던 강남이란 곳이 낯설게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너무나 비합리적이고 심지어 비현실적인 이야기들도 그때 그 시절엔 가능한 일이었다. 청와대에서 땅 투기로 대선자금을 마련한다거나, 집값이 1천 배가 넘게 올랐다거나, 대통령 한마디에 건물이 뚝딱뚝딱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올림픽 개막전에 완공을 하거나. 분명 신화에 가까운 경제성장에서 명과 암은 존재하는데, 이러한 모든 게 응축된 곳이 바로 강남이다. 즉 강남은 정부가 이끌고, 시민이 따라가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곳이었다.


gangnam-3764454_960_720.jpg 한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그들만의 공간, 강남 (출처 : 픽사베이)


강남은 한국인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자, 시샘의 공간이다. 모두가 지나친 특혜를 누리며 강남불패 집값 상승의 원흉이라 욕하지만,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금이야 많이 약해졌다지만, 기득권 세력이 잔뜩 모여 사는 강남이란 공간이 어쨌든 모든 개발 과정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은 공공연하다. 실제 책에서 소개한 언론인, 정치인, 기업가 들의 짬짜미 사례를 보니 부의 재분배는 그저 서민의 꿈이며, 부의 되물림은 너무나도 당연한 수순이더라. 특히 정부는 강제로 학교를 옮기며 한국인의 '교육열'을 이용했고, 고속버스터미널에 강제로 시외버스를 정차시키며 '교통'의 편리성을 극대화했다. 아무런 보상 없이 멀쩡한 학교를 죄다 옮기고, 시외버스를 타기 위해 더 불편하게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쉽게 납득이 되진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때는 '까라면 까는' 군부 독재 시절이었다. '부동산'과 '교육'으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최애템을 주도하는 강남은 앞으로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박종규의 질문은 간단명료했다. “헬기로 돌아본 지역, 즉 과천, 서초, 강남, 잠실 중에서 어느 곳이 가장 장래성이 있고 투자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윤진우는 탄천 서쪽이 가장 유망한 것 같다고 답했다. 바로 오늘날 강남구가 된 땅이었다. 박종규는 “그러면 그쪽을 사 모으라”고 지시했다. 약 2주 후 윤진우가 그 일을 거의 잊고 있을 때 시장실에서 연락이 왔다. 갔더니 “제일은행 고태진 전무실에 가면 돈을 줄 테니 받아 와서 우선 그 돈으로 땅을 사 모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높은 곳에서 나온 자금으로 땅을 사 모으고 땅값이 어느 정도 상승하면 되팔아서 갖다 바친다. 이 사실은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매우 높은 분 한둘과 김현옥 서울시장, 그리고 자기만이 알고 있는 비밀 사항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윤진우는 흥분했다. 당시 청와대는 누구든 생사여탈을 자유자재로 하는 절대 권력이었다. 윤진우는 ‘그 어른에게 잘 보이면 출세길이 훤하게 뚫린다’고 생각하니 흥분 때문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 p.208


나는 회사(양재)와 학교(신촌)를 제외하면 서울과는 거리가 먼 경기도민이었다. 서울도 큰 맘먹고 용산전자상가에서 게임 CD를 사기 위해 중학생이 되어서야 처음 와봤다. 대학교 초년생 시절에도 꾸역꾸역 아침잠을 줄여가며 지하철 2호선 틈바구니에서 통학했다. 어디 산다고 이야기할 때 지하철 2호선 역이 아니면 어디가 어딘지 여전히 헷갈리고 감이 잘 오지 않지만, 어느덧 강남에 익숙해지고 있다.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고, 교통체증이 기본값인 곳에서는 도저히 살 수 없겠다며 '신포도를 앞에 둔 여우'처럼 지내고 있다. 어마어마한 강남 아파트 가격이 너무나 비현실적이라 마치 나는 일부러 한적한 경기도에 산다고 자위하면서 말이다. 강남은 여전히 화려하지만 정 붙이기 힘든 곳이다. 회사에서 회식을 하고 토악질을 하거나, 혹시나 버스에 앉을 수 있을까 기웃거리는 경험만 가득해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추억이 이 공간에서 생길 것이란 예감은 확실하다.


city-3866774_960_720.jpg 높게 솟은 빌딩 숲은 그리 정이 가지 않는다. (출처 : 픽사베이)


어쨌든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는데 '강남'이란 공간을 특정하고 풀어나가는 시도가 무척이나 재밌고,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읽을수록 '강남'이란 공간은 절대 무너지지 않겠다는 믿음이 생겨났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의 과정이 세월호 때와 너무나도 닮았기에 서울, 그리고 한국은 쉽게 바뀌지 않겠다고 느꼈다. 너무나도 강렬하고 아픈 기억이지만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고위 관계자는 애초에 먼저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을 쳤고, 공정해야 할 관공서는 흔쾌히 안전도를 보장했다. 제일 분통이 터지는 부분은 사상자에게 거짓말을 하며 분명 존재했던 생존의 기회를 앗아갔다는 점이다. 대형 참사의 가장 큰 아픔은 사망자, 부상자 수는 물론 국가 시스템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부디 40~50년이 흐른 뒤 강남의 탄생 속편이 나온다면, 조금 더 희망적이고 따뜻한 에피소드가 책에 많이 담겨 있길 꿈꿔본다.


1966년 초 평당 2백~4백 원 수준이던 말죽거리 땅값은 1968년 말 불과 2년 만에 평당 6천 원으로 뛰었다. 부동산투기억제세가 부과되고 불경기 등으로 일시적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강남의 땅값 상승률은 늘 타 지역을 압도했다. 예를 들어 1963년 당시 땅값 수준(지수)을 100이라 했을 때, 1970년 강남구 학동의 땅값은 2,000, 압구정동은 2,500, 신사동은 5,000이 되었다. 7년 만에 각각 20배, 25배, 50배가 오른 것이다. 같은 기간에 중구 신당동과 용산구 후암동은 각 각 10배와 7.5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1979년이 되면 아예 단위가 달라졌다. 학동의 땅값 지수는 13만, 압구정동 8만 9,000, 신사동 10만이었다. 이에 따르면, 1963~1979년 16년간 학동의 땅값은 무려 1천 333배, 압구정동은 875배, 신사동의 경우 1천 배가 올랐다. 같은 기 간 신당동과 후암동의 땅값은 각각 25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물론 강남의 땅값이 그 전에 워낙 낮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정말 놀라운 지가 상승이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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