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강상중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갈수록 사회는 팍팍해지고 있다. 삭막한 현실에서 아파하는 이들에게 강상중 교수의 <고민하는 힘>은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길잡이 역할을 했다. 힘든 고민의 시간이 살아갈 힘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 강상중 교수의 새로운 책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이 나왔다. 혼란스러웠던 나의 대학 시절 큰 울림을 전해준 저자의 새 책을 자연스레 기대하고 읽었다. 어느덧 사회로 나와 일을 한 지 5년이 넘어가는데, 여전히 확고한 비전이나 탄탄한 미래는 없다. 그저 하루하루 버텨내기 빠듯한 일상이다. 일은 그저 돈벌이를 위한 수단이라고 치부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고 마음먹지만, 너무나도 많은 시간 내 인생을 차지하고 있는 게 '일'이다. 게다가 일에서 보람이나 성취를 느끼기보다는 나를 잃어간다는 느낌이 드는 적이 많기에 더욱 이 책이 끌렸다. 과연 나는 잘하고 있는 걸까?
제 뿌리가 한국에 있다는 생각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일본 이름인 나가노 데쓰오가 가짜 이름이고, 강상중이 진짜 이름이라는 의식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변하고 싶었습니다. 스스로 변하기 위해 상징적인 행위로 이름을 바꾸려 한 것이지요. 궁극적으로는 어느 쪽 이름이라도 상관없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원래 강상중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었다면 반대로 나가노 데쓰오라고 바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이는 앞에서 언급한 ‘자연스러움’에 가까운 마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저 이제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척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잘 맞는 이름이 우연히 ‘강상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로써 저는 이른바 두 번째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 86~87쪽
저자 강상중의 일본 이름은 나가노 데쓰오다. 재일 한국인 2세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에 오른 그는 출신이 여러모로 자의식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부모님이 야구 선수가 되길 바라고, 공부를 하면 강상중 교수를 얼른 재우려고 얼른 자라고 채근한 일화도 그의 출신 성분 때문이었다. 자이니치인 이상 일본 주류 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기 어렵다는 현실 때문에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또 고민했다. 대학원 진학도 솔직히 취직이 되지 않아서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한국 이름을 쓰는 이유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뿌리인 한국을 잊지 않기 위해서, 사랑하는 조국에 대한 자긍심 따위가 아니라 그저 변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그는 이름도 한국어로 바꾼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불안한 시대일수록 일에 의미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의 의미를 생각하라, 다양한 관점을 가져라, 인문학에서 배우라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자 나다움의 표현이란 것이다. 단순히 열심히 공부하고 경쟁을 이겨내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 모두인 세상은 이미 지나갔다. 그저 생계 수단이 아니라 내 삶의 방식을 만드는 어떤 것으로 일을 받아들여야 더욱 발전하고 오래갈 수 있는 것이다.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다양한 관점을 가지라는 조언이었다. 하나의 영역에 100% 맡기고 운이 따르지 않아 전부를 잃기보다, 리스크 해지를 투자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플랜 B, 대안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하면서 항상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배우고 새로운 도전에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부자연스럽고 거창하게 자아실현을 이뤄내 회사에서 성공하겠다는 다짐보다는 조금 더 자연스러울 필요가 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하고 스트레스받지 않는 게 제일인 시대인 것이다.
저는 일이란 ‘나다움’이나 인생 그 자체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인생에서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일에 쏟고 있으며 직장 동료들은 개인의 인격이나 사고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일에서 얻는 기쁨과 행복은 삶의 보람이기도 할 터입니다. 또 일을 통한 자신의 성장 역시 기대할 수 있겠지요.
오늘날처럼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일을 그저 생계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내 삶의 방식을 만드는 어떤 것’으로 받아들일 기회가 늘어날 것입니다. 일에 임할 때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을 통해 나는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지, 또 사회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매일매일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질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8~19쪽
그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읽는 고전이나 전문서, 어느 정도 집중력이 필요한 일과 관련된 책, 짧은 시간 대략적으로 훑어보는 소설, 잡지 등을 나눈 탄력적인 독서법도 제시한다. 아울러 자신이 감명 깊게 읽었던 5권의 책(<삶의 물음에 예라고 대답하라>, <로빈슨 크루소>, <산시로>, <매니지먼트>, <거대한 전환>)을 비즈니스 퍼슨에게도 추천한다. 아울러 인문학의 중요성을 곱씹으며 혼란스러운 역사 속 리더 5명(벤저민 프랭클린, 이시바시 단잔, 혼다 소이치로, 스티브 잡스, 김대중)을 언급하며 그들의 삶, 그들의 일, 그들의 교훈을 곱씹어 본다. 막연하게 고전을 읽어라, 인문학은 중요하다고 외치는 것보다 본인 인생에서 감명 깊었던 책, 인물을 직접 소개하는 건 매우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그래서 저는 ‘나다움‘에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 합니다. 하나는 스스로가 알고 있는 ‘나다움‘입니다. 사람들이 ‘나다움‘이라는 말을 할 때는 대부분 이것을 가리킵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나다움‘ 이외에도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의 ‘그다움‘도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다움‘은 종종 자기 자신만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지만, 다른 사람이 본 ‘그다움‘은 객관적이며 정곡을 찌를 때가 많습니다.
여전히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없는 이상 일을 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피곤함을 이겨내고 월요일마다 출근길에 올라야 할 것이다. 한때는 사무실의 나와 일상의 나를 완전히 별개라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회사에서 너무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두 개의 자아를 갖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기계가 아닌 이상 마음먹는 대로 고민거리가 단숨에 사라지고, 180도 다른 자아로 쿨하게 집에서 쉴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직장인 2/3 이상이 겪고 있다는 '번아웃 증후군'(극도의 정신적, 신체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은 아마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마음을 달리 먹기로 했다.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을 뽑아 들고, 5년째 버티고 있지만 아직 당첨 복권이란 확신이 없다. 아무리 회사가 굳건하게 잘 버티고 승승장구한다 해도 퇴직 후 남은 인생까지 책임질 수는 없다. (게다가 굳건하기보다는 위태롭고 위기에 처해있다. 언제 어렵지 않은 회사가 있겠지만, 내가 밥 벌어먹는 기업은 확실히 업계 위기와 맞물려 엄청난 위기다.) 회사에서 뽑아먹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영리하게 뽑아내며, 나의 앞가림을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시야를 넓히자. 다양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새로운 걸 도전해봐야 한다. 기업에 들어와서 유리한 점은 어찌 보면 많은 돈을 받는 게 아니라(주지도 않지만!), 본받을만한 인사이트를 지닌 여러 사람을 만나고, 성장을 위한 여러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써먹기 위해 조금은 더 욕심내고, 자신 있게 나서며 진정한 '나다움'을 표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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