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듣는 글'을 위한 실용적 조언

[도서] 김이나의 작사법, 김이나

by 샘바리
좋은 이별이란 거, 결국 세상엔 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면 그때 차라리 다 울어둘 걸
그때 이미 나라는 건 네겐 끝이었다는 건
나만 몰랐었던 이야기
- 아이유, 나만 몰랐던 이야기


별처럼 수 많은 사람들 그 중에 서로를 만나
사랑하고 다시 멀어지고
억겁의 시간이 지나도 어쩌면 또다시 만나
우리 사랑 운명이었다면
내가 너의 기적이었다면
- 이선희,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김이나 : "출산 계획이 없다."

김흥국 : "계획이 없으니 우리나라 저출산 현상이 일어나는 거다. 결혼한지 얼마나 됐냐?"

김이나 : "제가 국가의 숫자를 위해 아이를 낳을 수 없다. 저희 부부는 자식 가진 기쁨을 체험하진 못하겠지만 아이 없는 부부끼리 사는 즐거움을 12년째 누리고 있다. 아이를 안 낳아도 왜 안낳았냐는 질문을 받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김흥국 : "부럽네!" -

MBC 라디오스타 中


예능치트키도 빠르게 인정한 딩크 논리. (출처 : MBC 라디오스타)


'저작권료 1위 작사가', '아이유 이모', '덕질하는 미녀 음악가'. 김이나를 소개하는 수식어구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최근 MBC 예능 <라디오스타>를 통해 작사가의 육성을 거의 처음 접했다. 딩크족이 거의 죄인 시 취급되는 오지랖 넘치는 한국 문화에서 당당히 육아에 대한 부부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모습이 무척 멋져 보였다. ('부럽네!'로 우스꽝스럽게 마무리한 김흥국이 예능 치트키인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소신 있고 단호하게, 하지만 예의 있고 모나지 않게 표현하는 건 매우 어렵고도 대단한 기술이다. 이렇듯 글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사람은 확고한 자신의 신념과 거듭된 실패, 이를 이겨내기 위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걸 엿볼 수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눈으로 읽는 글'에는 익숙하지만, '귀로 듣는 글'에는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책을 읽고 아름다운 선율 위에 최고의 악기인 가수의 목소리로 전하는 글이 제법 매력적이란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남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은 이미 누군가를 웃게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유기견을 돕는다는 사람에게 "그럴 돈이 있으면 아프리카에서 굶어 죽는 애를 도와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프리카에 기부하는 사람에게 가서는 "그럴 돈이 있으면 한국에 못사는 사람이나 도와라"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고는 국내 기부를 하는 사람에게 가서는 "그럴 돈 있으면 나나 줘라"라고 말하겠지. 그런 말 하는 사람치고 돈 생긴다고 누구 위하는 꼴을 본 적이 없다. 당장 내 옆의 가까운 사람 하나라도 도울 마음이 있는 사람이 지구 반대편의 생명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주인 없는 동물을 위할 줄 아는 사람이 사람도 위할 줄 안다. 그러니, 사소한 행복을 느낄 줄 알고 또 줄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타인의 행복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출처 : 유튜브 인터뷰 중)


<김이나의 작사법>은 단순한 작사 스킬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오며 자신이 세운 원칙과 다양한 경험을 들려주려는 책이었다. 음악업계에 종사하고 싶은 이를 위한 매우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조언이 담겨 있었다. '무작정 꿈을 향해 달려라, 노력하고 또 노력해라, 포지 하지 말라'는 희망적이기만 메시지가 제일 위험하다는 걸 알기에, 이제는 이런 솔직한 팁이 더 와 닿더라. 화려한 작곡가나 작사가뿐 아니라 생소한 A&R 담당자,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업군의 협업으로 노래 한곡이 만들어진다는 걸 상세히 소개했다. SM, YG, JYP 등 거대 기획사의 화려한 면에 감춰진 고된 작업 과정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대중이 아는 건 그저 TV 속에서 깐깐하게 공기반 소리반을 외치며 디렉팅하는 JYP나 천재성이 넘치는 여러 스타 뮤지션이 전부니깐 말이다. 실제 직업군에 종사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일반 직장인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신선했다.


본인이 생각하는 노래가 돋보이기 위한 가사의 중요성을 펼치고, 프로의 기술을 조금씩 선보이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시나 소설이 아닌 가사는 아무리 아름다워도 어쨌든 노래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가수의 특징, 캐릭터를 상상하며 최적화된 가사를 짓는 게 어찌 보면 히트곡 메이커 김이나의 비법인가 보다. 결국 대중이 좋아하는 가사, 즉 상업성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여러 차례 이야기한다. 소위 말하는 '잘 먹히는' 가사에 대한 힌트를 조금씩 흘리면서. 그리고 모든 직업군에 해당하겠지만, 심지어 창조성이 가장 중요한 예술 분야에서도 '성실함'의 중요선을 재차 언급하는 것도 공감됐다. 게으른 천재가 뚝딱 영감을 받아서 쓱싹 써 내려가는 게 작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위대한 걸작이라도 클라이언트의 원하는 기한 내에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그냥 참으로 아쉬운 작업물로 골방에서 썩힐 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직업은 현실이다.
그러니 부디 순간 불타고 마는 간절함에 속지 말기를.
그리고 제발, 현실을 버리고 꿈만 꾸는 몽상가가 되지 말기를.


창작의 보상은 역시 저작권료! (출처 : KBS 해피투게더)


글을 읽다 보면 작사가 김이나뿐 아니라 인간 김이나도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느꼈다. 좋은 사람의 좋은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찌질한 감성, 내놓지 힘든 속내, 창피한 순간까지도 외면하지 않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기술은 단순한 짬밥에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덕업 일치'에 훌륭한 성공 사례라 그런지 본인이 하는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분명히 있지만, 제법 보람을 느끼는듯해서 부러움도 컸다. 본인이 좋아하고 선망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일하며, 어느 정도의 보상도 얻으며 즐겁게 일하는 건 축복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부모님과 떨어져 있던 트라우마가 쓸쓸한 <저녁 하늘> 가사로 재탄생했단 걸 털어놓는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감성에 푹 빠져 아무것도 못 보는 건 누구나 겪는 일이다. 하지만 그걸 돌이켜보고 곱씹으며 솔직하게 털어놓고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편, 책에 소개된 노래들을 한 번씩 들어보고, 가사를 곰곰이 생각하는 일도 재밌었다. 그냥 아이유, 가인의 목소리에만 집중하던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더라.


"재미있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노래를 감상하는 데 있어서 더 재미있는 요소들을 보여드릴 수 있기를 바라고요. 가수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최대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춰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썼기 때문에, 작사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요. 작사가를 꿈꾸지 않는 분들에게도 기분 좋은 느낌을 전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이나 인터뷰 中


연애 고민에 특화된 프로 방송인 김이나 (출처 : JTBC 하트시그널)

그녀의 바람대로 작사란 재미난 영역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고, 노래를 감상하는 신선한 방법을 전해받았다. 앞으로 다양한 가수와 만나 대중에게 먹히는 노래를 뽑아낼 작사가 김이나를 기대해본다. 너무 상업적이고 뻔한 사랑노래만 쓴다고 욕하는 건 동의하지 못하겠다. 아무 의미 없는 기괴한 영어, 맞춤법 파괴 유행어로 후크송을 뚝딱 만드는 것과는 적어도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제일 인상적인 노래 '나만 몰랐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들어본다. 좋은 이별이란 건 사실 없는 것 같다. 슬프지 않고, 별로 보고 싶지도 않고, 후회도 없다면 그걸 쿨하고 멋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만큼 슬퍼할 추억조차 남아있지 않는 그저 그런 관계였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찌질한 감정도 결국 사람들이 누구나 푹 빠져 헤엄치기 쉬운 감정이며, 애써 외면할 필요는 없다. '연애'라는 로맨틱한 상황의 주연에서 이별 후 순식간에 엑스트라로 전락해버린 듯한 감정도 결국 이겨낼 수 있고, 이겨내야만 하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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