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16강 일본전 프리뷰
- F조 2위 2승 1패 3골 2실
VS 포르투갈 0:1
VS 남아공 1:0 (득점 : 김현우)
VS 아르헨티나 2:1 (득점 : 오세훈, 조영욱)
우리의 다음은 우리가 결정한다.
한국은 죽음의 조에서 당당히 살아남았다. 2승 1패로 조 2위. 아르헨티나에 이어 와일드카드가 아닌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유럽 챔피언 포르투갈의 빠른 역습에 무기력하게 패배한 첫 경기만 하더라도 비관적인 여론이 대다수였다. 한수 위의 기량인 세계 정상급 유망주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허둥지둥했기 때문이다. '선수비 후역습' 콘셉트의 전략은 오히려 상대방의 빠르고 정교한 역습에 공략당했다. 다행히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후반전에는 조금 더 차분한 경기 운영을 이어갔다. 1패를 떠안은 팀끼리 격돌한 남아공전은 빗속의 혈투였다. 아르헨티나에 2대 5로 패배한 남아공 역시 1승이 간절했다. 한국은 비가 내리는 열악한 상황에서 체력적 부담을 이겨냈고,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는 후반 23분 정확한 헤더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세트피스를 활용한 거듭된 남아공의 공격도 골키퍼 이광연(강원FC)의 연이은 선방쇼로 무실점 승리를 따냈다.
지면 탈락, 비겨도 불안한 상태에서 맞이한 3차전 아르헨티나전은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정정용 감독의 이강인 활용법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장신 스트라이커 오세훈(아산 무궁화)과 짝을 이뤄 투톱으로 나선 이강인(발렌시아)은 가장 활발한 몸놀림을 자랑했다.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적인 프리롤 위치에 놓인 이강인은 단연 돋보였다. 안정적인 키핑과 정교한 킥을 자랑하며 아르헨티나를 괴롭혔다. 활발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조영욱(FC서울)은 최전방이 아닌 미드필더에서 힘을 보탰고, 정호진(고려대), 김정민(FC리퍼링) 등도 압박에 가담했다. 전반 42분 이강인이 왼쪽 측면에서 돌파 후 정교한 크로스를 올렸고, 오세훈이 간결한 헤더로 선취골을 뽑아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12분 정호진의 패스를 조영욱이 차분하게 밀어 넣었다. 후반 43분 아르헨티나가 중거리슛으로 1골을 만회했지만, 경기는 아르헨티나 킬러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 B조 2위 1승 2무 4골 1실점
VS 에콰도르 1:1 (득점 : 야마다 코타)
VS 멕시코 3:0 (득점 : 미야시로 다이세이, 다가와 교스케, 미야시로 다이세이)
VS 이탈리아 0:0
1999년 세계 청소년 월드컵 준우승. 일본 U20팀은 여전히 카타르(1981년)와 함께 아시아 최고 성적으로 남아있다. 청소년 월드컵이 강한 일본은 2018년 U19 아시아 챔피언십 4강 진출로 세계 진출권을 따냈다. 에콰도르, 멕시코, 이탈리아와 한조에 편성된 일본은 무패로 16강에 진출했다. 쿠보 다케후사(FC도쿄)가 A대표팀으로 월반하며 '전설의 1군'은 아니지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남미 챔피언 에콰도르를 상대로 거둔 무승부는 전반적으로 밀렸지만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프리킥 처리 과정에서 자책골을 내줬지만, 토모야 와카하라의 PK 선방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에콰도르 키퍼의 불안정한 펀칭을 야마다 코타가 밀어 넣으며 승점 1점을 따냈다.
멕시코전 3대 0 대승은 일본의 압박 축구가 빛난 경기였다. 전반 21분 미야시로는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세트피스 공격의 정확도도 훌륭했다. 타가와 고스케는 후반 7분 코너킥을 무방비 상태로 뛰어올라 말끔한 추가골로 연결시켰다. 후반 32분 미야시로가 몸싸움을 이겨내고 3번째 골을 기록하며 멕시코를 완파했다. 패스 축구로 점유율은 앞서지만 부족한 골 결정력으로 시들했던 일본이 아니었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하고 서로 힘을 뺀 3차전 이탈리아전은 0대 0으로 끝났지만 일본은 출혈이 컸다. 로테이션을 가동했지만 PK 실축에 주전 2명이나 부상으로 남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가와 교스키-햄스트링, 사이토 고키-어깨)
29일 경기를 치른 일본은 한국보다 이틀을 더 쉬며 체력을 비축했다. 16강전이 열리는 루블린까지 6시간 가까이 버스 이동을 한 한국이 체력적 부담이 더할 수밖에 없다. 양 팀 모두 공격 진영에서부터 시작되는 전방 압박을 중요시하므로 체력은 중요한 요소다. 일부 해외 베팅업체는 근소하게 일본 승리를 예측하지만, 한일전은 한일전이다. 가위바위보도 일본에게는 져서는 안 된다는 말처럼, 일본을 상대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한국이다. U20 역대 전적은 28승 9무 6패로 한국이 우위다. 한국 역시 공격수 오세훈(아산무궁화), 조영욱(FC서울)이 나란히 골맛을 봤고, 공격의 핵 이강인(발렌시아)도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7경기 만에 골을 기록하며 부담감을 내려놓은 조영욱은 두 번째 출전하는 U20 월드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광연(강원FC) 역시 여러 차례 일대일 위기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아내며 좋은 컨디션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은 유기적인 전방 압박과 탄탄한 기본기의 측면 전개는 여전했고, 무엇보다 거칠어진 점이 돋보였다. 흔히 말하는 예쁘게 패스를 하며 점유율을 올리는 스시타카가 아니라 거칠게 몰아붙이는 게 특징이다. 과감하게 슈팅을 여러 차례 시도하고, 강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수비라인을 안정화했다. 조별 예선에서도 자책골을 제외하면 강호를 상대로 실점도 0이다. 유키 코바야시(185cm, 빗셀 고베), 아유무 세코(182cm, 세레소 오사카)의 주전 센터백은 안정적이고 혼혈 장신 센터백 케네디 미쿠니(192cm, 아비스파 후쿠오카)도 대기 중이다. 3경기 2골로 골맛을 본 타가와 교스케(FC도쿄)가 부상 이탈한 상황에서 더욱 수비적으로 내려앉을 수도 있다. 토너먼트 특성상 승부차기까지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J2리그 10경기 이상 출전하며 프로 경험을 쌓고, 조별리그에서 PK 선방까지 하며 자신감이 오른 토모야 와카하라(교토상가)의 손끝을 넘어야만 한다.
조별 리그를 무사통과한 일본의 전술은 4-4-2 기반 게겐 프레싱이다. 가게야마 마사나가 감독이 독일 퀄른에서 유럽 축구를 배운 영향으로 클롭 감독의 유기적인 전방 압박 전술을 지향한다. 일본은 경기를 한 번에 뒤바꿀 특출 난 스타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J1, J2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중심으로 조직력이 뛰어나다. 강한 압박으로 상대 수비 실수를 유발하면서도, 수비적인 균형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그 중심에는 조별 리그 3경기 풀타임 출전한 주장 사이토 미츠키(쇼난 벨마레)가 있다. 166cm 수비형 미드필더로 다소 작은 키지만 왕성한 활동량과 안정적인 조율로 압박 축구를 이끌고 있다. J리그 소속팀 쇼난 벨마레에서도 10경기나 출전하며 노련함도 쌓았다. 중원에서 공격을 풀어나가는 이강인과 부딪힐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다. 야마다 코타(요코하마 마리너스), 칸야 후지모토(도쿄 베르디) 등 미드필더 동료들과 끈질긴 협력 수비를 펼칠 전망이다.
2003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U20 월드컵 16강전 이후 한국과 일본은 다시 만났다. 당시 한국은 지역예선에서 일본을 이미 꺾었고, 독일도 조별리그에서 이기며 낙승을 예상했다. 하지만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연장전 골든골로 1대 2 허탈하게 무너졌다. 16년 전 아쉬움을 달랠 키맨은 역시 이강인이다. 다행히 '에이스' 이강인의 컨디션이 경기를 치를수록 올라가고 있다. 스리백 위에 활동량, 수비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를 배치해 안정감을 더하고, 역습은 이강인을 전적으로 믿고 있다. 상황에 따라 패스, 드리블 돌파, 중거리 슈팅 등을 과감히 이어가는 이강인의 컨디션은 한국 승리의 필수 요소다. 점유율을 내주더라도 안정적인 수비를 선택한 정정용 감독의 전술은 이강인과 빠른 공격수들이 많기에 가능하다. 한편 순간적으로 2~3명까지 둘러싸는 일본의 협력수비는 오히려 한국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 이강인이 특유의 볼 키핑, 탈압박과 이타적인 패스로 풀어나간다면 8강 진출은 멀지 않다.
VS 일본
2019.06.05(수) 00:30(한국시간)
KBS2, MBC, SBS 중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