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샘바리 Jun 11. 2019

[U20WC]Again1983? Beyond 1983!

U20 월드컵 4강 에콰도르전 프리뷰

#VAR만세 #극장골행진 #Again1983

2019 FIFA U-20 월드컵 8강전(6월 9일)

대한민국 3(3 PSO 2)3 세네갈

득점 : 카벵 디아뉴(전37) 이브라히마 니안(후31 PK) 아마두 시스(연후 15+1, 이상 세네갈) /
이강인(후17 PK) 이지솔(후45+8) 조영욱(연전6, 이상 대한민국)

출전선수 : 이광연(GK) 이재익(후36 엄원상) 김현우 이지솔 최준 정호진 박태준(후35 김정민) 황태현 전세진(후8 조영욱) 이강인(연전 15 3 김주성) 오세훈
우리 팀은 하나다. 선수부터 코치진까지 하나. 그게 우리의 힘이다.
- 정정용 감독


이지솔의 완벽한 헤더로 후반 추가 시간 동점에 성공한 한국 (출처 : KFA 홈페이지)


'원팀' 대한민국이 연장 혈투 끝에 우승 후보 세네갈을 꺾으며 4강에 진출했다. 1983년 멕시코 청소년월드컵 이후 36년 만에 거둔 쾌거다. VAR(Video Assistant Referees, 비디오 판독 시스템) 판정에 울고 웃다가 결국 마지막까지 냉정함을 잃지 않고 승리를 따냈다. 이보다 더 짜릿할 수는 없을 정도로 역사적인 명승부였다. 정정용 감독은 기존 3-4-2-1 포메이션으로 지키는 축구를 선택했다. 기존 스리백 위에 수비력이 좋은 정호진(고려대), 박태준(성남 FC)을 배치했다. 전세진(수원 삼성 블루윙즈), 이강인(발렌시아) 역시 수비에 적극 가담하며 전반전에 강한 세네갈을 방해했다. 하지만 압도적 피지컬을 자랑하는 세네갈은 전반 37분 선제골을 넣었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머리로 떨궈주고, 이를 공격에 가담한 케빈 디아네(FC르망)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아쉽게 전반을 마무리한 한국은 후반 8분 조영욱을 교체 투입하고,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고, 빠른 시간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13분 이지솔(대전시티즌)이 코너킥 상황에서 푸싱 파울을 당했고 VAR 판독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는 에이스 이강인이 나섰고, 강하고 정확하게 왼쪽 구석을 가르며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다음 VAR에 운 쪽은 한국이었다. 후반 27분 이재익(강원 FC)이 수비수와 경합 도중 핸드볼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이광연(강원 FC)이 극적으로 선방했지만, 야속하게도 휘슬이 울렸다. 킥 과정에서 두 발이 모두 골라인에서 벗어났다는 이유였고, 이브라히마 니아네(FC메츠)는 두 번째 시도 끝에 골을 넣었다. 이후에도 세네갈은 2번이나 한국 골망을 흔들었지만 VAR는 핸들링, 오프사이드를 날카롭게 잡아냈다. 마침내 후반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이강인이 올린 빠른 코너킥을 이지솔이 니어 포스트에서 잘라 들어가는 헤더를 성공했다. VAR 판정으로 9분 가까이 주어진 추가시간에 터진 집중력 높은 골이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연장전에도 세네갈을 위협했다. 연장 전반 6분 지친 세네갈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이강인이 수비수 틈 사이로 스루패스를 연결했다. 조영욱은 장신 수비수들 틈에서도 공의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곧바로 강력한 슈팅을 연결해 3번째 골을 만들었다. 정정용 감독은 수비수 김주성(FC서울)을 넣으며 단단히 수비를 이어갔지만, 세네갈의 집중력도 만만치 않았다. 120분이 흐르고 경기 종료 직전 측면 크로스를 아마두 시스(포투나 시타르드)가 골대 구석으로 차 넣으며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의 주인공은 이광연이었다. 김정민(FC리퍼링), 조영욱(FC서울)이 연이어 실축했지만, 이광연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세네갈 4번 키커 디아 은디아예의 공을 막아냈다. 5번 키커 오세훈(아산 무궁화)은 실축했지만, VAR 판정으로 다시 한번 천금 같은 기회를 얻었고, 자신감 있는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마지막 키커 케빈 디아네는 긴장했는지 골대 위로 허무하게 공을 날리며 기나긴 경기가 끝이 났다. 7번의 VAR, 포기하지 않는 두 팀의 맞대결 승자는 '대한민국'이었다.


120분간 부지런히 중원을 누빈 언성 히어로 정호진 (출처 : FIFA 홈페이지)


#조3위와일드카드 #남미복병 #패싱플레이

- B조 3위 1승 1무 1패 2골 2실점
VS 일본 1:1 (득점 : 타가와 자책골)
VS 이탈리아 0:1
VS 멕시코 1:0 (득점 : 곤살로 플라타)

- 16강 VS 우루과이 3:1 (득점 :  알렉산더 알바라도, 세르지오 퀸테로, 곤살로 플라타)
- 8강 VS 미국 2:1 (득점 : 호세 시푸엔테스, 존 에스피노자)
남미 U20 챔피언 자격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에콰도르 (출처 : FIFA 홈페이지)


U-20 월드컵 사상 첫 4강에 오른 에콰도르는 단순히 운이 따른 돌풍의 팀이 아니다. 16강 2회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승승장구 토너먼트에서 강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2019 남아메리카 U20 챔피언십에서 아르헨티나, 브라질, 우루과이 등 강호를 꺾으며 우승한 챔피언이다. 올해 1~2월 열린 U20 남아메리카 칠레 대회에서 에콰도르는 아르헨티나(2위), 우루과이(3위)를 제치고 예선 1위 3승 1패로 본선 무대에 올랐다. 특히 파라과이, 페루를 상대로 3골씩을 넣으며 막강한 화력을 뽐냈다. 6개 국가가 리그로 펼친 본선 리그에서도 3승 1무 1패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U20 월드컵 단골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만나 2승(예선 1대0 , 본선 2대1 승)을 거둘 정도로 천적임을 증명했다. U20 남미 챔피언 에콰도르는 득점왕 레오나르도 캄파나(바르셀로나SC)를 비롯해 디에고 팔라시오스(빌렘Ⅱ), 잭슨 포로조(산토스FC), 곤잘로 플라타(스포르팅CP)를 대회 베스트 11으로 배출하며 역사상 첫 우승을 자축했다.


U20 폴란드 월드컵에서도 에콰도르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B조 3위(1승 1무 1패, 2골 2도움) 와일드카드로 16강에 가까스로 진출했지만, 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남아 우승을 노리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에콰도르는 조별예선을 거쳐갈수록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16강, 8강에서 90분 안에 승부를 내고 체력을 아꼈다.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상대의 압박을 풀어나가는 게 장기다. 16강전 우루과이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침착하게 3골을 몰아넣으며 역전했다. 60%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상대 문전까지 파고들어 페널티킥을 2개나 얻어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8강 상대는 우승후보 프랑스를 꺾고 올라온 미국이었다. 빠른 경기 템포로 주고받는 공격은 날카로웠고, 조금 더 정확도가 높았던 에콰도르가 승자였다. 2골 모두 정확한 중거리 슈팅에서 시작되었다. 호쾌한 선제골은 시푸엔테스(CD아메리카데퀴토)의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 슈팅이었다. 결승골 역시 곤잘로 플라타의 감아 차기가 골대를 맞고 나오자 혼전 상황에서 존 에스피노사(SD아우카스)가 밀어 넣었다.



★ Again 1983? Beyond 1983! 한국 VS 패스 플레이로 물이 오른 에콰도르

4강 신화 재현을 넘어 결승을 노리는 U20 한국 대표팀 (출처 : FIFA 홈페이지)

한국은 8강전 이후 대회 조직위가 제공한 전세기를 타고 루블린으로 이동했다. 이틀의 휴식 이후 곧바로 준결승을 나서야 하는 팀을 위한 혜택이었다. 하지만 정규시간에 8강을 이긴 에콰도르에 비해 승부차기까지 치른 한국의 부담이 더 큰 게 사실이다. (한국은 4강 진출팀 중 가장 적은 휴식을 취한 팀이다.) 정정용 감독 역시 상대에 대한 전술적 준비보다는 컨디션 회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세기 덕분에 개운하게 결전의 땅 루블린으로 온 한국은 최고의 분위기를 자랑한다. 같은 또래의 팀 전원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며, 경기에 1분도 뛰지 못한 선수도 불만이 아닌 응원과 '원팀'을 강조하며 함께하고 있다. 선수들 모두 1983년 4강 신화 재현의 부담감은 극복한 만큼, 이제부터는 선수들이 자신 있게 말하던 우승을 향해 나아갈 시간이다. 한편 단순한 '이름값'이 아닌 탄탄한 '실력'으로 U20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정정용 감독의 맞춤 전술도 기대해볼 수 있다. 박태준, 전세진 등을 세네갈전 선발 명단에 투입하고, 적절한 교체로 팀 전체를 아우르는 용병술이 4강 전에서도 발휘될 전망이다.

패스 플레이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형적인 남미팀 에콰도르 (출처 : FIFA 홈페이지)

에콰도르는 남미 스타일이 흠뻑 묻어 나오는 팀이다. 피지컬의 세네갈, 빠른 역습의 포르투갈, 거친 일본. 에콰도르는 지금껏 맞선 상대와 다른 스타일을 자랑한다. 정교하고 세밀한 패스, 자신 있는 일대일 돌파를 통해 경기를 자신들의 템포로 이끌어간다. 멕시코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에서 1 실점 이상을 허용했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실점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들이 잘하는 패스 플레이를 이어가는 뚝심도 있다. 수비가 아주 강하지는 않지만 골키퍼 모이세 라미레즈(레알 소시에다드B)의 빌드업, 선방으로 토너먼트에서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FIFA 공식 홈페이지 '폴란드 U-20 월드컵에서 주목해야 할 10명의 선수(Ten players poised to star at Poland 2019)'에도 선정된 유망주다. 하지만 매끈한 공격 전개에 비해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약점도 있다. 아직까지 골맛을 보지 못한 공격수 레오나르도 캄파나는 어시스트만 기록하며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큰 경기일수록 스트라이커의 한방으로 승패가 나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남미 득점왕 캄파나는 반드시 꽁꽁 묶어야 한다.


★ 언성 히어로 풀백 맞대결 : 최준&황태현 VS 팔라시오스&에스피노자 


 조직력을 갖추면서 자신감에서 나오는 우승이 목표다. 막연한 생각이 아니다.
- 최준


왼쪽 풀백으로 전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최준 (사진 출처 : KFA 홈페이지)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풀백이다. 단순히 열심히 뛰고 수비만 잘하는 걸 요구하지 않는다. 적절한 타이밍에 과감한 오버래핑과 크로스를 올릴 줄 알아야 하고, 전진하는 수비수의 자리를 메우면서도 측면 수비를 100% 해내야 한다. 한국과 에콰도르 역시 화려하진 않지만 팀에 꼭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좌우 풀백을 자랑한다. 에콰도르는 전통적인 포백을 선호하며, 부동의 좌우 풀백은 디에고 팔라시오스, 존 에스피노자다. 주장으로 팀을 이끄는 존 에스피노자는 이탈리아전 후반 교체를 제외하고 모든 경기 풀타임 출전하며 우측면을 지배하고 있다. 수비는 물론 과감한 오버래핑으로 공격에 가담하는 스타일의 백미는 8강 미국전이었다. 레오나르도 캄파나가 왼쪽에서 찔러준 공을 적극적으로 골문으로 쇄도하며 밀어 넣었고, 이는 결승골이 되었다. 왼쪽 역시 FC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여러 빅클럽이 주목하고 있는 디에고 팔라시오스가 맹활약 중이다. 에레디비지 빌렘Ⅱ에서 27경기를 뛰었으며, 작년 10월 카타르를 상대로 국가대표 데뷔전도 치렀다. 윙과의 연계 플레이는 물론 본인의 공격력도 준수한 편이라 역습 기회에서 조심해야 할 선수다. 미국전 후반 교체를 제외하면 조별리그와 16강 우루과이전에서도 풀타임으로 뛰며 지치지 않는 체력을 선보였다.


8강 미국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주장 존 에스피노자 (출처 : FIFA 홈페이지)


한국은 5백에 가까운 스리백을 사용한다. 최준(연세대)과 황태현(안산 그리너스)은 확고한 주전 풀백으로 스리백과 발을 맞추고 있다. 사실 U19대회, 친선대회를 치르며 가장 약점으로 지적받은 포메이션이 풀백이었다. 답답한 공격 전개와 불안정한 클리어링으로 팬들의 비난을 들었는데, 막상 대회에 접어드니 알토란 같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주장 황태현은 '헌신'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상대 윙어를 막아내고 있으며, 첫 경기 종료 직전 이상준(부산 아이파크)과 교체 아웃을 제외하면 전경기 풀타임 활약 중이다. 울산 현대 유스팀 현대고 출신으로 오세훈, 김현우와 전국대회 우승을 이끈 최준은 이번 대회 최고의 발견이다. 연세대에서 우측 풀백, 왼쪽 윙 등 팀에 필요한 포지션에서 120% 활약하는 최준은 대표팀에도 공수 양면 힘을 보태고 있다. 무려 5ㄱ셔 16강 일본전 오세훈의 머리를 향한 정확한 크로스는 팀을 승리로 이끌었고, 8강 세네갈전 승부차기에선 안정적인 킥으로 골을 넣었다. 전술적 이해도가 높고, 지친 상황에서도 연장전 내내 열심히 경합하고 태클을 하는 끈질긴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플래시백 : 친선대회, 평가전이 아닌 외나무다리 진검승부만 남았다.


- U20 VS 에콰도르 통산전적 : 1승 1패
대한민국 0 - 2 에콰도르 (2017년 3월 30일 제주월드컵경기장, 아디다스컵 U-20)

- 2019년 비공식 평가전
대한민국 1 - 0 에콰도르 (2019년 5월 17일, 득점 : 이강인)
월드컵 직전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강인 (출처 : KFA 홈페이지)


에콰도르와 한국 U20 대표팀 상대전적은 1승 1패로 팽팽하다. 2017년 U20 월드컵을 앞두고 옥석을 가리기 위해 신태용호는 온두라스, 잠비아, 에콰도르와 친선 대회를 치렀다. 백승호, 이승우의 골에 힘입어 온두라스, 잠비아를 이긴 한국은 마지막 에콰도르전에 과감한 실험을 했다. 신태용 감독은 기존 전술과 다른 스리백을 들고 나오고, 한찬희, 조영욱, 백승호 등 주전이 확정적인 선수들은 벤치에 앉혔다. 하지만 에콰도르는 남미 특유의 빠른 공격 전개와 유연한 몸놀림으로 한국 수비진을 적극 공략했고, 선제골에 성공했다. 전반 15분 아요비의 중거리슛이 수비수를 맞고 굴절되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에도 공세는 계속됐고, 전반 27분 골키퍼 안준수가 볼 처리를 위해 골문을 비우고 뛰어나았지만, 카베사가 가볍게 로빙슛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승우, 최민수를 투입해 반전을 꾀했지만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부족한 골 결정력 탓에 아쉽게 0대 2로 경기는 끝났다.


한편 가장 최근 비공개 평가전은 2019 폴란드 U20 월드컵 직전 5월 17일 펼쳐졌다. 실제 대회 베스트 11로 맞붙은 비공개 친선전은 이강인의 후반 32분 골로 1대 0 승리로 끝났다. 골문 앞에서 이강인의 마르세유턴으로 수비수를 벗겨내고, 반박자 빠른 간결한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죽음의 조에 포함되어 수비 불안을 걱정했는데,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오랜만에 무실점 경기를 하며 수비수들 역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비록 연습경기였지만, 승리했던 경험을 되살려 반드시 상대를 다시 한번 이겨야만 한다. 포르투갈,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프랑스 등 우승후보가 대거 떨어졌지만, 한국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강한 팀이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은 팀이 강하다는 걸 한국이 증명하고 있다. 에콰도르는 충분히 해볼 만한 상대고, 한국은 분명히 우승을 노릴만한 팀이다.     


VS 에콰도르
2019.06.12(수) 03:30(한국시간)
KBS2, MBC, SBS 중계


매거진의 이전글 [U20WC] 전반의 세네갈, 후반의 대한민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