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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바리 Jun 13. 2019

[U20WC] 이제 남은 건 과정이 아닌 결과, 우승!

U20 월드컵 결승 우크라이나전 프리뷰

#사상첫결승 #우승이눈앞에 #Beyond1983

2019 FIFA U-20 월드컵 4강전 (한국시간 6월 12일)

한국 1-0 에콰도르 / 득점 : 최준(전39)

출전선수 : 이광연(GK) - 이재익, 김현우, 이지솔 - 최준, 고재현(후37 엄원상), 정호진, 김세윤(후9 조영욱), 황태현 - 오세훈, 이강인(후28 박태준)


마지막 한 경기니까 꼭 우승하고 돌아가고 싶요.
- GK 이광연


4강전에도 역시 '빛'광연 (출처 : KFA 홈페이지)


"우승을 목표로 하겠다. 형들과 이야기할 때도 폴란드에서 최대한 오래 머물자고 했다."(이강인)

"당연히 저희 나이에 두려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승을 목표로 애들과 같이 위로 올라가고 싶다." (전세진).


U-20 폴란드 월드컵 시작 전 대표팀 대다수가 자신 있게 '우승'을 목표로 외쳤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 나아가 팬들까지도 '죽음의 조' 예선 통과가 먼저라고 비관적으로 이야기했다. 어린 선수들의 당찬 포부는 근거 없는 허풍이 아닌 실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이었고,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최고의 분위기를 자랑하는 '원팀' U-20 한국 대표팀은 12일(수) 폴란드 루블린에서 에콰도르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남자 축구 사상 FIFA 주관 대회 첫 결승전에 오른 한국은 '1983년 4강 신화'를 넘어 '2019년 우승 신화'를 써 내려갈 기세다. 이번 대회 4승(4승 1무 1패)으로 FIFA 주관 세계 대회 최다승은 물론, 이강인(발렌시아)은 4도움으로 단일대회 한국인 최다 도움을 기록 중이다.


120분 혈투 끝에 올라온 한국, 다크호스 미국을 꺾고 사상 첫 4강에 오른 에콰도르. 양 팀 모두 전반 초반 조심스러운 탐색전을 펼쳤다. 중원과 측면에서 서로 무리하지 않는 공격을 주고받다가 결정적인 순간은 전반 2/3가 지나고 터졌다. 전반 38분 레오나르도 캄파나(바르셀로나SC)가 하프라인 뒤에서 넘어온 공을 따내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연결했는데, 김현우(디나모 자그레브)의 몸에 맞고 굴절되어 이광연(강원FC)의 키를 넘어갔다. 다행히 크로스바를 맞고 골로 연결되지 않았고, 한국은 위기 뒤에 기회를 맞이했다. 전반 39분 아크 서클 먼 거리에서 프리킥을 얻었고, 키커는 에이스 이강인이었다. 모두가 높은 크로스를 예상했지만, 상대 수비수 방심을 틈타 최준(연세대)과 눈이 맞아 곧바로 공격을 시작되었다. 기습적으로 깔아찬 패스는 빠르게 골문까지 향했고, 뒤늦게 수비수 3명이 달려들었지만 최준은 간결하게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터뜨린 아르헨티나 마라도나-클라우디오 카니자의 세트피스 골과 판박이였다.


에콰도르는 실점 이후 빠른 만회골을 위해 더욱 공격적으로 올라왔지만 한국 수비진의 집중력이 한 수 위였다. 후반 26분 디에고 팔라시오스(빌렘Ⅱ)의 강력한 슈팅도 이광연이 안정적으로 쳐냈다. 정정용 감독은 후반 28분 이강인을 빼고 박태준(성남FC)을 투입하며 중원 압박과 역습의 비중을 높였다. 후반 교체 투입된  조영욱은 과감한 돌파로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을 때리고, 키퍼 선방으로 나온 공을 재차 바이시클 킥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를 아쉽게 넘겼다. 선발로 활약한 고재현(대구FC)의 부상으로 투입된 엄원상(광주FC)은 후반 41분 2대1 패스로 측면을 파고들어 정확하게 골망을 흔들었지만, 한발 차이로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경기 종료가 다가올수록 에콰도르의 파상공세는 이광연의 선방쇼에 번번이 막혔다. 후반 42분 코너킥 상황에서 에콰도르의 골이나 다름없는 결정적인 헤더도 막혔고, 종료 직전 골은 VAR 판정으로 오프사이드로 무효 처리됐다. 결국 전반전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낸 한국이 결승 진출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강인과 찰떡 호흡으로 결승골을 터뜨린 수비수 최준 (출처 : KFA 홈페이지)


#사상첫결승 #짠물장신수비 #구사일생VAR

- D조 1위 2승 1무 4골 2실점
VS 미국 2:1 (득점 : 세르히 불레차, 데니스 포포프)
VS 카타르 1:0 (득점 : 데니스 포포프)
VS 나이지리아 1:1 (득점 : 다닐로 시칸)

- 16강 VS 파나마 4:1 (득점 :  다닐로 시칸 2, 데니스 포포프, 세르히 불레차)
- 8강 VS 콜롬비아 1:0 (득점 : 다닐로 시칸)
- 4강 VS 이탈리아 1:0 (득점 : 세르히 불레차)


오늘 밤 우리는 팀으로서 이겼다. (We won as a team tonight.)
- 세르히 블레차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온 무패의 우크라이나(출처 : FIFA 홈페이지)


우크라이나는 2018 UEFA U-19 챔피언십에서 4강 진출로 세계대회 티켓을 따냈다. B조에 프랑스, 잉글랜드, 터키와 배정되어 쉽지 않은 예선이 예상되었지만, 오히려 깔끔한 3승으로 1위에 올랐다. 4골 2실점의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프랑스를 꺾은 경기가 백미였다. 터키와 잉글랜드를 둘 다 5대 0으로 꺾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에게 1대 2로 무너졌다. 한골씩 주고받으며 팽팽한 균형을 후반 41분 우크라이나 쪽으로 기울었다. 세르히 블레차(디나모 키예프)가 역습 상황에서 빠른 스피드로 골문으로 파고들어 수비수 사이로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준결승 무대에서 만난 포르투갈은 너무나 강력했다. 대회 득점왕에 오른 주앙 펠리페(벤피카), 트린카오 프란시스코(브라가)는 나란히 2골씩 터뜨리며 전반에만 무려 5대0으로 우크라이나를 무력화시켰다. 결국 조 1위로 준결승에 올라온 우크라이나는 포르투갈의 압도적인 개인 기량에 밀리며 무너졌고, 세계 무대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팀은 결국 우크라이나였다. 게다가 이번 대회 끈질긴 경기력으로 무패행진(5승 1무, 10골 3실점) 중이다. 조별리그 2승 1무, 본선 토너먼트 3승으로 한 번도 지지 않을 정도로 상승세를 자랑한다. 경기당 실점은 0.5골에 불과할 정도로 '짠물 축구'의 대명사다. 동유럽 국가답게 탄탄한 피지컬을 자랑하며, 세트피스에 강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골키퍼 191cm 안드리 루닌(레가네스)가 골문을 지키며, 이번 대회 출전 중앙 수비수들의 평균 키가 무려 187cm에 육박할 정도로 높이만큼은 압도적이다. 주장 발레르 본다르(샤흐타르 도네츠크)는 안정적인 수비 조율과 리더십을 발휘하며 다닐로 베스코로바이니(MFK 젬플린)와 함께 6경기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 스리백의 나머지 파이터형 수비수 데니스 포포프(디나모 키예프)로 이번 대회에서 머리로만 3골을 넣을 정도로 이번 대회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한다. 다행히 4강 이탈리아 전에서 경고 누적 퇴장으로 한국전은 나서지 못한다.


다닐로 시칸(FK 마리우폴)의 연속골로 16강, 8강은 가볍게 올라온 우크라이나의 4강 상대는 이탈리아였다. 강호 이탈리아는 작년 U-19 UEFA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포르투갈과 명승부 끝에 3대 4로 패배한 전력의 팀이었다. 특히 8강전 아프리카 말리에게 4골을 넣을 정도로 공격력이 물이 올랐지만, 단단한 우크라이나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전반전은 서로 조심스럽게 수비 위주로 역습을 노린 두 팀은 후반전에 승부수를 던졌다. 빗장수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가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거친 몸싸움과 강력한 압박에 고전하다가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20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유킴 코노플리아(샤흐타르 도네츠그)가 빠르게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블라디슬라프 수프리아(디나모 키예프)를 지나 달려들던 세르히 블레차(디나모 키예프)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34분 데니스 포포프가 퇴장을 당하며 수적 열세에 놓인 우크라이나는 깊게 내려앉았지만 종료 직전 이탈리아가 동점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공격자 파울로 동점골은 취소되고 경기는 그대로 1대 0 우크라이나 승리로 끝났다.


끈끈한 조직력이 돋보이는 우크라이나. 다들 크다. (출처 : FIFA 홈페이지)


★ 누가 이기든 사상 첫 우승!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승부


이제 우승까지 한 경기만 남았다. (출처 : FIFA 홈페이지)


사실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결승을 예측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세네갈, 에콰도르, 이탈리아 등 각 대륙의 강호들을 나란히 무찌른 두 나라는 파죽지세로 마지막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정정용 감독은 여러모로 에콰도르전에서 결승전을 대비했다. 대회 내내 상대 집중 견제를 받아온 에이스 이강인을 후반 28분 과감히 교체했다. 1대 0으로 아슬아슬한 승부에도 교체 투입된 선수들을 믿고, 중원의 안정감을 지키는 핵심 선수의 체력 안배를 선택한 것이다. 본선 무대에 뛰지 않거나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은 자원인 고재현(대구FC), 김세윤(대전시티즌)을 선발로 내세웠고, 결과도 얻었다. U-20 월드컵 최다 출전에 빛나는 조영욱도 득점 이후 자신감이 붙었다. 한편 아시아 예선을 하드캐리했지만 본선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 전세진(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부활도 필수적이다. 각종 대회 결승전에서 유독 강한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 선수이므로, 이번 U-20 월드컵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길 빈다. 최강의 호흡을 자랑하는 이광연-5백의 탄탄한 조직력으로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1골만 넣어준다면 우승은 더 이상 허황된 꿈이 아니다.


최고 성적 16강을 넘어 우승을 노리는 우크라이나 (출처 : FIFA 홈페이지)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던 우크라이나도 사상 첫 우승을 노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득점은 3인방에 몰려있다. 다닐로 시칸(5경기 4골), 세르히 블레차(6경기 3골 2도움), 데니스 포포프(6경기 3골). 포포프가 나서지 못하지만 MVP 후보로 손꼽히는 다닐로 시칸과 다재다능한 공격형 미드필더 세르히 블레차는 건재하다. 우선 작년 유럽 대회에서도 2골을 터뜨리며, 중요한 경기마다 맹활약했던 세르히 블레챠는 결승전도 선발로 나설 확률이 높다. 이타적인 패스와 과감한 돌파의 선택도 훌륭한 골 결정력이 높은 에이스로, 이탈리아를 무너뜨린 주역이다. 올해 3월 월드컵을 앞두고 펼친 한국과의 U20 친선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하며 1대 0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한편 2001년생 특급 조커 다닐로 시칸은 풀타임 출전이 한 번도 없는데도 순도 높은 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85cm 키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와 골에 대한 집중력이 높은 스트라이커다. 16강 파나마전 멀티골, 8강 콜롬비아전 결승골을 연이어 터뜨리며 득점 감각도 최고조다. 개최지 폴란드와 가까운 홈팬들의 거센 응원을 받는다면 우크라이나는 돌풍을 넘어 기적을 만들 수도 있는 무서운 팀이다.


★ A대표팀도 탐내는 월드클래스 이강인 VS 안드리 루닌


레알마드리드 소속 유망주 안드리 루닌. 역시나 크다. (사진 출처 : FIFA 홈페이지)


한국과 우크라이나는 비슷한 전술로 결승까지 올라왔다. 5백을 바탕으로 탄탄하게 수비를 펼치고, 빠른 역습 전개와 공격수의 마무리에 기대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술이 통하는 이유는 각 팀의 에이스의 존재 덕분이다. 우크라이나의 대표 골키퍼는 안드리 루닌이다. 큰 키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선방과 넓은 활동 범위로 루닌이 골문을 지켜주기에 나머지 수비라인 전체가 안정화될 수 있었다. 주전 스리백은 세트피스와 역습을 틀어막고, 우측 풀백-윙어의 공격 가담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우측 풀백 유킴 코노플리아(샤흐타르 도네츠크)는 5경기 3도움, 윙어 올렉시 카사축(샤흐타르 도네츠크)는 6경기 1도움을 올리며 측면 크로스를 공격 루트로 삼고 있다. 루닌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가네스에서 임대로 뛰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어린 유망주의 재능을 인정하고 6년 계약을 체결했으며, A매치도 3경기나 소화했다. U-20 월드컵 도중에 A대표팀 세브첸코 감독의 호출로 유로 2020 예선전에 소집되기도 했다. 적극적으로 골문 앞으로 빠르게 튀어나와 볼을 걷어내고, 뛰어난 신체 조건으로 여러 차례 선방을 선보이고 있다. 승부차기 승리도 거두며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광연과의 선방쇼 맞대결도 주목할 부분이다.


결승 진출로 골든볼 수상이 유력해진 에이스 이강인. 우승만 남았다. (출처 : FIFA 홈페이지)


한국의 우승을 위해서는 '원팀'은 기본이고, '에이스' 이강인이 터져줘야 한다. 1골 4도움을 기록 중인 이강인은 단순히 스탯 이상의 '선수비 후역습' 전술의 핵심 역할을 120% 수행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왼발 킥력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빛을 발하고 있으며, 수비진이 몰린 상황에서 안정적인 볼 키핑으로 연계 플레이를 어떻게든 이어간다. 8강전 이지솔의 동점 헤더, 4강전 최준의 결승골을 만들어낸 정확한 어시스트는 환상적이었다. 상대 수비수를 속이면서 낮고 빠르게, 하지만 최준이 바로 오른발로 감아 차기 좋을 강도로 찔러준 패스는 명장면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팀을 이끌며 결승까지 올라온 이강인의 주가는 폭등 중이다. 네덜란드 아약스, 프리메라리가 레반테 등의 영입설이 솔솔 들려오고 있다. 대회 4강 진출국 이탈리아, 에콰도르, 우크라이나 모두 독보적인 에이스가 아니라 끈끈한 조직력을 자랑하기에 이강인의 골든볼 수상 확률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골든볼 유력 후보 이강인 스스로 제일 바라는 목표는 단연코 '우승'이다. 흔히 연령별 대표팀은 성적이 아니라 경험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자라나는 유망주들의 본격적인 경쟁 무대는 성인 무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승까지 온 이상 이야기는 다르다. 과정이 아니라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만 한다. 그리고 지금 한국 U-20 대표팀이라면 분명 폴란드 우치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



VS 우크라이나
2019.06.16(수) 01:00(한국시간)
KBS2, MBC, SBS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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