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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그때 그 말, AI가 대신 했다면 어땠을까?

데이터는 상처를 덜 주나

by 수지이
이거 피드백 맞아요?

너무 사무적이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사장님이 추구하는 건 foolish인데, 나는 너무 official 해서 분위기가 맞지 않다고 했다(foolish는 아마 가볍고 편한 이미지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처음 해 보는 카페 일이지만, 과거에 일하던 곳에서 '이 달의 친절왕'으로 뽑힌 적 있는 사람으로서 꽤 괜찮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친절이 아니라며 똑똑해 보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거기까지였다면 나도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보였을까’ 고민했겠지만, 그 뒤에 "미국에서 대학을 나와도(내 얘기다) 내 밑에서 일하는데···"라고 하는 걸 듣고 이건 피드백이 아니라 기 죽이기구나 싶었다.


말은 쉬운데, 피드백은 어렵다

매장 매니저로 일하게 되었을 때, 모두와 건강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큰 꿈을 가졌다. "이건 어땠고, 그래서 다음에 이렇게 해보자"를 기본 틀로 삼아 대화하니 처음엔 잘 굴러갔다. 하지만 바쁘고 정신없는 상황 앞에선 다 소용이 없었다. 매장이 바빠질수록 처음 나의 결심은 온데간데없고, 스트레스로 인해 점점 너덜너덜해져 가는 멘탈만 남아있었다.

피드백은 간단해 보인다. “잘한 건 칭찬하고, 부족한 건 알려주면 되잖아.” 하지만 실제 상황에선 그렇지 않다. 감정이 쌓인 채로 말을 꺼내는 건 언제나 어렵고, 상대방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하면 말이 목에 걸린다. 말하는 사람도 힘들고, 듣는 사람은 더 힘들다. 기분 좋게 상처 주는 말은 없고, 기분 나쁘지 않게 비판하는 법도 없다. 그래서 요즘엔 이런 생각을 한다.

"피드백, 기계가 하면 더 나은 거 아닐까?"


그 어려운 피드백을 AI가 대신한다면

AI는 감정이 없다. 누구한테 더 친하다고 봐주지도 않고, 오늘 기분이 안 좋아서 괜히 날카롭지도 않다. AI 피드백 시스템이 있다면, “응대 속도 평균 이하”, “고객 응대 시 표정 변화 없음” 같은 식으로 피드백을 줄지도 모른다. 감정은 없지만, 적어도 기준은 있다. 내가 들었던 “사무적이다”는 말이 그렇게 정량화되었다면, 그게 문제인지 아닌지를 내가 스스로 해석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몇몇 회사들은 실제로 AI 기반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IBM은 직원 이직 가능성을 예측하고 성과를 관리하기 위해 AI 분석 결과를 매니저에게 제공한다. 이 시스템은 ‘누가 왜 떠날 것 같은지’를 수치로 보여주며, 매니저는 그걸 토대로 사전에 조치할 수 있다. 이런 사례를 보면, 피드백이 이제 ‘사람이 느낀 것’이 아니라 ‘기계가 감지한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변화가 모두를 더 낫게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애매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을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사람의 말이 남는다

AI 피드백이 더 정확하고,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항상 정확한 정답을 말하는 게 중요한 걸까? 사람의 피드백은 말투, 표정, 말을 건네는 타이밍 같은 ‘정보로는 측정되지 않는 따뜻한 오류’를 담고 있다. 가끔은 잘못된 해석이었더라도, 상대가 “나를 진심으로 보고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피드백은 오히려 AI가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종류의 말이다. 감정 없는 피드백은 상처는 덜할지 몰라도, 기억에도 덜 남고, 변화의 동기가 되기도 어렵다.

AI 자체의 한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IBM의 예측 시스템도 결국 사람이 설계한 기준을 따른다. 알고리즘이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하면 오히려 더 은근한 차별을 강화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정까지는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도 예측할 수 없다. 피드백은 시스템이 될 수 있지만, 관계로 작동할 때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 Series 1. AI가 말을 배우는 시대 》

AI는 말을 배우고, 우리는 말하는 법을 잊어간다.

기술이 기준을 제시할 순 있지만, 말의 무게는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첫 시리즈에서는, 변화하는 말의 풍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할지 고민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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