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 센스 있는 말투도 학습되는 중입니다.

‘네.’와 ‘넹~’의 차이, AI는 알까?

by 수지이
'네.' vs '넹~'

‘네, 넹, 넴, 넵, 넵넵, 앗 네!, 넬, 넥’의 차이를 설명한 이미지를 본 적 있다. ‘넬’, ‘넥’은 재미로 덧붙인 표현이지만, ‘네’와 ‘넹’의 분위기가 분명히 다르다는 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우리는 그 차이를 말투, 이모티콘, 타이밍 같은 요소로 느낀다. 팀 채팅방에서 “네.”만 반복하는 동료를 보면,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들 때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말의 ‘내용’보다 ‘느낌’을 먼저 읽는다. 일상적인 대화는 물론, 업무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의 한 마디는 말투 하나에 따라 격려가 되기도, 비난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섬세한 커뮤니케이션, 과연 기계도 따라 할 수 있을까?

이제는 ‘그렇다’고 말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AI도 눈치를 본다

최근의 인공지능은 단순히 ‘무엇을 말할지’만 배우지 않는다.

‘어떻게 말할지’, 나아가 ‘어떤 분위기로 말할지’까지 학습한다. 자연어 처리(NLP) 기술은 단어 단위 예측을 넘어, 문맥·감정·의도를 파악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상담 AI는 단순히 “죄송합니다”라고 기계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미묘한 감정을 담은 말투와 표현을 생성할 수 있다. 실제로 콜센터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Cogito는 상담 중 통화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고객이 불쾌함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순간 “공감 표현이 필요합니다”라는 알림을 상담원 화면에 띄운다. 어조, 말 속도, 침묵의 간격 등을 기반으로 상대의 감정 상태를 추정하고, 상담원이 더 일관되고 정중한 응대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어떻게 말할지’ 아는 AI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를 들을 수도 있다. AI 면접 시스템은 지원자의 말뿐 아니라 표정, 시선, 목소리의 떨림까지 분석해 평가 자료로 활용한다. 2023년 기준, 미국 기업의 36%가 AI 기반 비디오 인터뷰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비언어적 요소 분석 기능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2023)


AI의 '톤 앤 매너'

이제 AI는 개인의 말투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말 습관도 학습한다. 기업용 메신저, 이메일, 회의록 등에 쌓인 대화 데이터를 분석해, 팀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과 문제 지점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Humu는 조직 내 대화 패턴을 분석해 리더십 스타일, 피드백의 톤, 회의 중 발언의 분포 등을 읽어낸다. 어떤 팀이 실시간 대화보다 메시지나 문서를 통해 일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는지, 의사결정 과정에서 침묵이 잦은 지까지 파악해 조직문화 개선에 활용한다.

또한, 고객 서비스 챗봇에 브랜드의 말투와 분위기를 학습시키는 일도 점점 보편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고객 상담 챗봇에 ‘친근하고 유쾌한 말투’를 적용해, 20~30대 고객과의 정서적 거리감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이러한 브랜드 언어 훈련은 응대 품질을 높이는 데 쓰일 뿐 아니라, AI가 조직의 언어를 기록하고, 모방하며, 형성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투와 분위기조차도 데이터가 되고, 우리가 만든 말 습관이 이제 AI의 말투가 되고 있다.


눈치는 봐도, 아직 감은 없다

그렇다면, AI는 진짜 ‘말 센스’를 갖춘 존재가 될까?
기술적으로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말투, 어조, 타이밍 등 인간의 표현 방식을 모방하는 수준은 이미 놀라울 만큼 정교하다. 하지만 AI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존재'는 아니다. 복합적인 정서적 맥락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같은 “괜찮아요”도 누가, 언제,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수백 가지 의미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 미묘한 차이를 정서와 경험으로 읽지만, AI는 여전히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론할 뿐이다. AI에게 "괜찮아"라고 말하면, 정말 괜찮은 줄로만 안다. "지금 진짜 괜찮은 거 맞아? 표정을 보니까 아닌 것 같은데?"라고 되묻지는 못할 것이다.


AI는 이제 말투를 배우고, 감정을 흉내 낸다. 기업을 분석하고, 면접을 진행하는 건 물론이고, 그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을 위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대화’는 언제나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말의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전달되는 관계의 온도일 것이다. 똑같이 말할 수 있어도, 마음까지 닿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 Series 1. AI가 말을 배우는 시대 》

AI는 말을 배우고, 우리는 말하는 법을 잊어간다.

기술이 기준을 제시할 순 있지만, 말의 무게는 여전히 사람에게 있다.

첫 시리즈에서는, 변화하는 말의 풍경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할지 고민해보려 한다.

·

·

1-1. 그때 그 말, AI가 대신 했다면 어땠을까?

1-2. 센스 있는 말투도 학습되는 중입니다.

1-3. · · · upcoming · · ·

1-4. · · · upcoming · · ·

1-5. · · · upcoming · · ·

keyword
작가의 이전글1-1. 그때 그 말, AI가 대신 했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