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이상한 논리
결혼이라는 게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달콤한 꿈을 갖고 한 것 같다. 물론 행복한 시간도 참 많다. 그래서 지금에서야 다가온 예기치 못한 고민들이 더욱 크게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큰 에너지를 쏟는 편도 아니고 깊이 생각하지 도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와 친해지는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욕심보단 늘 곁에 있는 몇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관계에 있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들을 포장하고 숨기면서 유지하는걸 참으로 어려워해서 불편하고 맞지 않으면 신경을 잘 안 쓴다. 최대한 감정소비를 하지 않아서 인간관계라는 게 나에게는 단순했었다.
그러나..
이런 나의 관계에 대한 가치관이.. 결혼을 하고 어려워졌고 아이를 낳으면서 수학의 정석의 심화 문제처럼 복잡하고 해답을 봐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 남편과 나는 정말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는 걸 느꼈다. 남편은 결혼 직전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산 시간보다 떨어져 산 시간이 길다. 학비도 내가 벌어서 내고, 치아교정도 내가 벌어서 하고, 독립도 내가 벌어서 했으며, 결혼도 내가 번 돈으로 했다. 나는 스무 살이 넘으면 자연스럽게 금전적, 정서적으로 완벽한 독립을 하는 거라고 어릴 때부터 조기 교육을 받아 왔다. (저를 정말 강하게 키우셨군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사람이 결혼을 해서 한집에 살게 되었다.
시어머니께서는 이제 갓 품을 떠난 아들이 보고 싶고, 어설픈 살림을 꾸린 아들 내외가 많이 걱정되셨을 것이다. 어머님은 집에 반찬도 두고 가시고, 행여 모기가 내 새끼들을 공격할까 싶어 모기장도 달아 두시고,, 하나하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우리 둘이 출근했을 때 여러 번 다녀가셨다. 집이라는 공간이 남편에겐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사는 모두의 공간이라면 나에게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나만의 공간이었다. 우리 부모님조차도 7년 동안 방문하신 적이 손에 꼽힐 정도다.
혼자에서 둘로 가족이 꾸려졌고 나는 적응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나만의 공간이 아닌 건 잘 알겠는데 그래도 함께 살자마자 우리의 공간이 시원하게 개방된 기분이었다.(다들 이리로 모이세요~여기 고소한 신혼집입니다.) 나는 마음이 편할리 없었다.. 게다가 내가 먼저 출근을 해서 집 상태가 어떤지도 알 길이 없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복잡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다른 환경 속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왔기에 남편의 따뜻함이 있는 가정 분위기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단순히 밉보이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내가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렇게 불편한 내 맘을 모르는 남편은 언제나 해맑았다...
"있잖아.. 정말 다 괜찮은데 그래도 내 마음이 너의 마음처럼 편할 수는 없어.... 자긴 아들이고 나는 며느리잖아?"
"아이고오~~ 괜찮다니까.. 우리 엄만 안 그래... 껄껄껄"
"익스큐즈미?!?"
남편의 말은 집이 지저분해도 너를 절대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니 걱정 말란다. 우리 바쁜 거 다 이해하신다고. 너무 고맙고 감격스러워서 눈으로 침을 뱉었다. 남편의 논리는 대략 이렇다.
우리 엄마는 좋은 사람 -> 며느리 눈치를 절대적으로 줄리가 없는 분 -> 그러니 너도 우리 엄마를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됨.(어때??? 이 정도면 센스만점 남편 인정?? 훗)
기적의 효자 논리다. 눈치는 줘도 모르는 사람이 간혹 있지만 안 줘도 볼 수밖에 없고 어려운 게 나의 위치와 역할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나의 입장을 이해시키는데만 꽤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지금은 이해를 한 건지 그저 그런 척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