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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쟌 Nov 12. 2020

오늘은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내 삶의 전부인 오늘, 그리고 지금

나는 유독이나 시간 낭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일에 우선순위를 정할 때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나에게는 가장 큰 기준이 된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까지의 그 수많은 시간들을 알뜰살뜰 사용해서 지금 쯤 뭐라도 되어 있어야 말이 되는데.....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꼭 뭔가가 되어 있지 않아도 지금 살고 있는 현재가 과거와 조금이라도 달라진 게 있어야 하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



20대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았는데 30대에 그 결과를 확인해 보니 별게 없어서 지난 시간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았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만 가면 드넓은 캠퍼스를 누리면서 성인의 권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막상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취업에 필요한 스펙 쌓기에 바빴고 학기 중, 방학기간을 가리지 않고 쉴 틈 없이 일을 했다. 그래서 겨우 학자금 대출 없이 졸업을 했고 취업만 하면 내 인생은 화려한 게 꽃이 필 줄 알았지만 이 일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 아닌지를 고민하면서 더 나은 곳을 찾아 헤맸다. 그 안에서 인정을 받고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그 푸르렀던 20대를 보냈다.



임신했을 때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내 몸 챙겨가며 오롯이 누릴 수 있는 행복이었지만 열 달 내내 많이 불안해하고 걱정하느라 제대로 된 태교도 못해보고, 여행도 하지 못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인데 제대로 된 만삭 사진 하나 없다. 그때는 임신의 기쁨보다 아이가 뱃속에서 무사하기만을 바랐기 때문에 임산부의 특권을 누릴만한 여유 따위가 없었다. 아이만 낳으면 행복할 줄 알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내가 아이에게 과연 좋은 엄마인지, 좋은 엄마는 어떤 엄마인지.. 고민이 이어졌다.  고민이 고민을 낳고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 대 잔치가 이어졌다.


도대체 나는 언제쯤 오롯이 걱정과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인지.... 지금 하고 있는 걱정이 사라지면 정말 내 마음에 평화가 오고 잔잔하고 고요해지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가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행복할 때가 정말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간 어제를 붙잡고 후회하면서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걱정을 하느라 지금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아무리 아껴 써도 발전이 없었다.



내 인생에서 언제가 가장 행복했냐고 묻는 다면


나는 주저 없이 지금이라고 할 것이다. 과거의 나의 십 대, 이십 대에도 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을 것이다. 다만 그 사실을 지나고야 안다는 것이 아쉽다. 대학 때도 힘들었지만 아르바이트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이직을 몇 번 했지만 결국엔 나와 가장 잘 맞는 회사를 찾아 좋은 추억도 많이 쌓았다. 그때 당시는 또 다른 걱정을 하느라 행복한지도 몰랐을 것이다. 젊은 날에는 젊은지 모르고, 사랑할 때는 사랑이 보이지 않는 노랫말처럼 지금도 나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왜 좋은 일들은 금세 잊어버리는 것일까. 모든 시간들의 소중함은 지나야 뒤늦게 깨닫나 보다. 요즘 들어 점점 나이를 먹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느 순간 내가 주체가 되어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가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제 시간은 예전보다 더 훅훅 지나갈 텐데 또 5년, 10년 후 미래의 나에게 얼마나 떳떳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먼 훗날 나에게 미안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금 하루하루를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야 다가오는 내일에 대한 기대가 생기고 새롭게 마주치는 모든 것이 기쁘고 감사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감사한 게 많을수록 그만큼 행복한 날도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걸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했다.



나는 여행을 떠날 때 비교적 짐을 꼼꼼하게 싸는 편이었다. 무언가 필요할 때 없는 게 싫어서 완벽하게 짐을 싼다. 뭐가 필요할지 몰라 다 때려 넣고 보는 스타일이다. 만약을 위한 여러 상황을 고려해 가방을 가득 채웠고, 철저한 계획에 움직였다. 그때는 스마트 폰이 없던 시절이라 책이나, 지도를 보고 움직였기에 다녀와서도 머릿속에 남았던 건 내가 눈으로 담은 그 모든 순간이 아닌 찾아가는 방법이나 책 속의 그림이다. 추억도 물론 있었지만 더 많은 추억을 담지 못하고 지나갔다.



길좀 잃어버리면 돌아가면 되고, 필요한 게 없으면 사면되는 거였다. 여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건데도 나는 계획안에서 움직이려고 그렇게나 애를 썼다. 처음부터 바뀌는 건 쉽지 않았지만 일부러 짐을 줄이고 정말 없으면 안 되는 물건들만 챙기기 시작했다. 여행에서 어떤 일이 벌어 질지를 고민하고 걱정하기보다는 여행 그 자체에 충실하려고 했다. 막상 필요한 게 없어도 불편하지 않았고 없으면 없는 대로의 또 다른 즐거움이 있었다. 원래 알던 길로 가지 않고 새로운 길로 가니 또 다른 풍경이 보였고 전혀 몰랐던 맛집도 찾았다. 불필요한 것을 버리기 시작하니 새로운 것들이 생겼다. 점점 나의 가방은 가벼워졌고 여행하고 돌아와서 무거운 짐 때문에 개고생 했던 기억들은 서서히 잊혀 갔다.


살면서 모든 게 계획대로 되면야 좋겠지만 그게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 계획에 벗어날 때마다 나는 어렵게 마련한 시간을 나도 모르는 사이 엉뚱한 곳에 쏟아붓고는 한다. 내가 이렇게 걱정하고 고민을 한다 한들 벌어질 일들이 안 생기는 것도 아니고, 지난 시간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걱정하기보다 오늘과 지금을 소중히 생각하고 누려야 한다. 매번 알면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던 것은 과감히 내려놓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움도 없고, 지금까지 와 다른 결과도 기대해 볼 수도 없었다.



생각하는 대로 세상이 보인다



내가 어제 실수한 일들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지나간 일이니까. 아무것도 아닌 다른 일에 목을 매다가 내 눈앞에 소중한 것들을 지나치며 살아온 시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리다. 하지만 그 조차도 지난 일이니까 깔끔하게 털어 버리기로 한다.


일상의 사사로운 걱정들과 고민에 오늘을, 그리고 지금을 담고 있지 못한다면 아마 미래를 위해 하루하루를 견디느라 이 세상에 오직 한 번뿐인 오늘, 그리고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을이 언제 왔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나무는 앙상해지고 바람은 차가워졌다. 하지만 지금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스치듯 지나간 가을을 한껏 누렸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 이루어진 고민들과 섣부른 걱정들은 나만의 착각과 편견일 수 있으니, 내 삶의 전부인 오늘을 행복하고 감사하게 보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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