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가 중요한 이유
내가 조리원을 가지 않는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뜨거웠다.
"야 무슨 소리야 미쳤어? 늙어서 개고생 한다 너? 나 2주 했는데도 후회하잖아.. 한 달은 했어야 해.."
"언니.. 진짜 낳고 나서는 지금 몸이랑 달라.. 언니 나이도 있는데 큰일 나.."
우리 엄마는 심지어 조리원 비용을 다 내줄 테니 제발 가라고 당부를 하셨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조리원이 언제부터 있던 거지??? 내 주변에 일찍이 아이를 낳았던 친구들은 대부분 도우미 이모님을 구하거나 친정엄마가 해주셨던 것 같다. 최근 3~4년 전부터는 당연시되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내가 관심이 없어서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때까지도 나는 필수!! 반드시!!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임신 후 안정기가 되면서부터 육아 관련 책도 보고, 정보도 많이 긁어모았는데 그 어디에도 산후조리원을 반드시 가야 한다는 내용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생각이 없어서 예약을 안 하고 있다가 슬금슬금 예약을 알아보던 차... 병원과 연계된 조리원은 이미 꽉 차 있고, 집 근처에서 알아보니.. 딱히 맘에 드는 곳이 없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출산날은 다가오는데 예약은 하지 못했던 나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예약을 하지 못한 것은 못한 게 아니라 안 한 게 아닐까... 내심 내키지가 않았던 것 같아서 조리원 예약을 그만두었다. 유튜브와 책을 꼼꼼히 살펴보면서 나는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틈틈이 산전교육을 하는 병원과 보건소를 찾아다니면서 이미지 트레이닝도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나름 만족스럽긴 하지만 누군가에게 선뜻 권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름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조리원을 가지 않으면 모자동실을 선택할 필요 없이 화장실 가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아이와 한 몸이 되어 움직인다. 아이가 조금의 불편함을 표현하면 어떻게 해서든 그 의미를 알아차리기 위해 별짓을 다해보는데.. 쉽진 않다. 그래도 점차 시간이 지나니 엄마와 아빠가 한 아이에게만 집중하기 때문에 아이의 신호에 빠르게 대처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 아니었나 싶다. 아이의 모든 순간순간을 함께 하다 보니 탯줄도 직접 소독을 해주고, 떨어지는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사실 특별하게 좋은 점이라 할 건 없지만 조리원에서 아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직원분들이 신경을 써주시는지 이런 걱정들을 하면서 내 몸도 챙기지 못하는 성향은 직접 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나처럼 비싼 돈을 주고 간 조리원에서 모든 프로그램도 관심 없고 애만 궁금해할 거라면.. 그냥 집에서 실컷 아이를 보는 게 낫긴 하다.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내 손으로 직접 챙기는 것이 나에게는 조리원을 가지 않은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평균 아이를 낳고 2주에서 3주 정도 조리를 하고 집에 왔을 때의 막막함과 불암함을 나는 출산 이틀 후에 바로 마주했고 2주가 지났을 때는 조리원에서 퇴소를 한 엄마들이 울고 있을 때 나는 미리 울어서 적응단계를 보내고 있었다. 어쨌든 한 번은 겪어야 하는 일들과 감정들을 나는 조금 먼저 시작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들이 빠르건 느리건 어쨌든 우리는 모두 그렇게 엄마가 되어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선뜻 권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리원이 필수인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것도 조리원을 가지 않으니 알 수 있었다. 연습과 실전은 같을 리 없기 때문에 나의 멘탈은 자주 지구를 밖을 벗어났다. 가벼운 인형으로 하던 연습은 온데간데없고 만지면 어딘가가 똑 부러질 것만 같은 가녀린 아기를 만지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못해 초긴장이었다.(하.. 이 꼬물이를 어떻게 만져야 하나)그리고 매일 마주하는 예기치 못한 작은 변화들이 나를 불안하게 했다. 눈곱이 끼었네?(떼어줘야 하나..) 코딱지가 끼었네?(답답할 거 같은데 숨은 잘 쉬어지나..) 나는 궁금한 게 너무나 많았고 확실한 답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것도 몰라서 아이를 바라보면서 늘 물었다.
"엄마가 잘하고 있는 거 맞니?? 미안해 서툴러서"
물을 사람이 없고 내 아이에게 딱 맞는 정답도 없었기에 많이 어설프고, 답답했다. 나의 온신경이 아이에게로 쏠리는 통에 나의 몸이 어떻게 회복되는지는 신경 쓰지 못했다. 앉을 때도, 누울 때도, 모든 움직임에는 통증이 따랐고 집에 와서 하루 이틀은 진지하게 지금이라도 조리원을 가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 조리원에 가서 누워만 있는다고 안 아픈 것도 아닐 테고 최소한의 움직임은 회복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였다.
'조리원은.. 천국 이랬는데.. 여기는 지옥인 것인가?'
힘들었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필수라는 조리원을 가지 않아도 운이 좋게 아이와 나에게 큰 문제는 없었다. 그거면 그만일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조리원 얘기만 나오면 마음 한 구석이 쓰린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고 산후조리에 관한 내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몇 가지 아쉬움이 여전히 남아있는 모양이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으로 내가 놓친 몇 가지 과오들만 주의한다면 조리원을 가지 않아도 좋은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도움을 받는 다면 친정이나 남편에게
나는 어쩌다 보니 시어머니께 받게 되었다.
(맞아요.. 시어머니.. 남편의 어머니 맞다고요..)
내가 어머니와 조리를 하게 된 이유는 친정엄마가 지방에 계시기도 했고 긴 시간을 비우고 오신다기에 남편이나 이모님의 도움을 받겠다고 했다. 마침 가까이 계시는 시어머니께서 오며 가며 끼니를 챙겨주신다기에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오며는 하셨는데 가며가 생략되어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들이 생겼다. 아이 낳고 퇴원 전날에 빈집에서 혼자 주무시고 다음날 아이를 맞이하는 정성으로 시작된 조리가 나는 그토록 부담스럽고 마음이 불편했다.
친정엄마와 함께해도 불편할 수 있고 육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다만, 그 갈등을 시어머니와는 표면적으로 드러낼 수 없기에 변하는 것 없이 감정만 쌓이게 되는 것이다. 며느리는 딸이 아님을 확실히 느끼게 된 것도 조리기간 때였던 것 같다. 나는 아이와 열 달을 먼저 만났고 그 아이를 가장 아끼는 사람은 엄마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더 최선을 다하길 바라시는 어머님 마음이 무척이나 서운했다. 아직 내 몸 하나도 성치 않은데 밥을 먹을 때도 아이를 생각해서 많이 먹어라. 쉴 때도 아이를 생각해서 지금 자둬라.. 아이만을 생각해서 집으로 온 것인데 더 생각하라는 이야기들에 기운이 빠졌다. 나는 아직도 조리 때 미역국을 먹으면서 목이 메었던 것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아있다.
남편이 서툴고 부족할지라도 처음부터 함께 해야 육아 동지가 된다. 나는 어머님이 계셔서 남편이 자기 할 일도 모르고 마냥 신나 했던 것이 참으로 얄미웠다.
조리원은 다 같이 생사를 넘나든 사람들끼리 출산 무용담을 나누며 끈끈한 우애를 쌓지만 나는 혼자 죽다 살아났다. 나를 제외한 축제가 조리기간 내내 이어졌고 그 안에서 외롭기도 하고 쓸쓸했다. 남편은 조리가 끝난 후에도 내가 애가 둘이었는지 싶을 만큼 손이 많이 가서 한동안 정신교육에 힘을 쏟아부어야 했다. 육아는 시간 될 때 도와주는 봉사가 아니다. 의무라는 것을 남편도 가능한 한 빨리 알아야 한다. 엄마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같은 출발선에서 함께 시작하는 것이다. 친정엄마가 도움을 주시는 것도 물론 좋지만 마찬가지로 사위에게 물 한 방울 안 묻힐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식사나 집안일 정도의 도움만 받는 게 나중을 위해, 그리고 나의 정신건강에도 좋다.
모유수유에 대한 부담과 자책은 버리기.
도대체 왜 엄마들은 아이를 낳고 젖소 취급을 받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출산을 하고 이틀 후, 집에 오자마자 아버님께서는 젖은 나오냐고 물으셨다. 젖이라.... 후.... 생각 기능이 멈춰서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버님의 강력한 모유 언급의 시작이 어머님의 모유사랑으로 이어졌다. 수유와 유축을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시는 통에 나는 나날이 부담이 커져갔다. 사실 모유양은 적지 않았는데 아이가 잘 물지 못해서 유축으로 수유를 하니 점점 양이 줄었다. 아마 곁에서 잘 물지 못해도 계속 시도해보라며, 포기하지 말라고 누군가 용기를 북돋아 줬다면 완모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얼마나 먹었는지도 알 수 없고, 아기가 힘들어서 조금 물다가 잠드는 모습을 견디지 못했다.
무엇보다 그 순간을 어머니와 함께하니 그렇게나 긴장이 됐다. 그래서 방구석에서 유축을 해서 먹이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조리원을 가든 가지 않든 엄마가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고 싶은 마음은 같다. 다만 집에는 서툰 수유를 도와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엄마의 의지가 더욱 확고해야 된다. 나는 이도 저도 결정하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 결국 유축에서 혼합수유로 마무리했었다. 여러 가지 불가피한 사정으로 모유수유가 힘들다면 맘 편히 분유로 가자. 분유도 분유 외길인생을 걸어온 장인들이 수없는 연구를 통해 만든 식품 아니겠는가? 아이를 위해 엄마가 숭고한 희생이 필요할 일들은 모유 말고도 많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과감히 자책은 버리는 게 좋다. 나는 단유 하는 그날까지 시어머니의 모유를 먹이고 있냐는 전화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시어머니는 완분을 하셨다고....
내 몸은 내가 더 신경 쓰기
산후조리원이라는 드라마를 보니, 산모의 회복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많았다. 과장된 부분도 있겠지만 어떤 분위기 인지는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나는 출산하고 1인 병실이 없어서 다인실에서 이틀간 있었다. 화장실도 밖에 있고 커튼으로 개인 공간이 구분되었기 때문에 불편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의료진들이 산모의 건강과 회복에 정성을 쏟았다. 그 단 이틀마저도 집에 오면 그립다.(조리원은 오죽할까..) 사실 집에 오면 아이가 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병원에서 내가 대단한 일을 해낸 산모였는데 집에 오는 순간 당연한 일을 한 애엄마가 된다. 아파도 티 내지 않고 최대한 괜찮은 척했는데 진짜 괜찮은 줄 아니.. 뭔가 억울했다. 나도 내가 그런 보상심리가 마음속 깊숙이에서 살랑살랑 피어오르는지 몰랐다. 무슨 말만 하면 애 낳고 예민해서라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예민한 사람을 배려해 주는 게 아니라 예민한 사람보고 마음을 고쳐 먹으라는 게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연분만이 확실히 회복이 빠르구나"
(아닌데요.... 아픈데요.. 회복된 거 아니에요.. 자연분만도 아파요..)
문득 조리원을 가지 않았던 친구의 얘기가 떠올랐다.
"네가 두고두고 서럽지 않을 자신 있으면 집으로 오는 것도 좋아"
그 두고두고 서러움은 몸이 아플 때나, 기분이 다운될 때나, 아무 이유 없을 때나.. 어김없이 나를 따라다녔다. 이렇게 꾸질 꾸질 하게 굴 거면 조리원을 갈 것이지 선택은 내가 해놓고.. 참 못났다는 생각도 든다. 그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어보고자 나는 산후회복에 좋다는 한약을 몇 재나 지어먹었다. 조리원 비용에 뒤지지 않을 만큼 그 쓰디쓴 약을 몇 달간 쬽쬽 들이마셨다.(바로 이 맛이야. 조리의 맛이로구나)
건강한 산후조리는 엄마를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아이를 낳고 나서 앞으로가 진짜 시작이기 때문에 도움닫기를 하듯이 나의 몸을 최우선으로 챙겨야 한다. 남편이든, 친정이든 누군가 곁에 있다면 최대한의 도움을 받고 자신의 고생한 몸에게 소홀하면 절대 안 된다. 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놓쳐서 디스크도 오고, 손목, 무릎도 나갔지만 결국에는 내가 아프면 아이에게 더 미안할 일들이 많아진다. 집에서 조리를 하면 유별나게 손하나 까딱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마음은 조금 불편할지라도 누리세요.. 머지않아 전신을 쉬지 못하게 움직여야 하니 충전하세요..
모든 선택은 엄마를 위해 엄마가
간혹 조리원을 가는 산모들에게 한 마디씩 하는 어른들이 있다.
"우리 때는 그런 거 없이도 애, 둘셋 잘만키웠는데.. 유난스럽게 조리원을 가니?"
"아무리 좋아봐야 집만 하겠어?"
지금 혼란스러운 이 시국을 빌미로 조리원을 가지 않길 바라거나 집에서의 조리를 권하는 어른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조리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거나, 준다 한들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기성세대 어른들과 지금의 엄마들은 다른 세대에 살고 있고 출산, 육아에 관한 모든 것들에 관해 한번은 부딪히게 된다. 그 시작이 출산한 직후 조리원부터라면 나는 엄마가 신중히 결정하는 게 옳다고 본다.
내가 한 생명의 인생을 책임질 준비를 하는 것은 막중한 부담이 따르고 그게 너무 버거워질 때는 산후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준비를 엄마가 잘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게 아이와 엄마를 위한 최선이다.
조리원을 가서도 아이와 함께 하면서 산후 회복에 집중할 수 있고, 조리원을 가지 않아도 내 몸도 챙기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건 엄마가 엄마를 위한 엄마의 결정이다. 그래야 엄마가 행복하고 그 시간을 함께하는 아이에게도 엄마의 행복이 전해진다. 출산을 앞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산후조리 때 서러움이나 상처들은 꽤.. 오래갑니다.
지금의 저처럼(질척질척..이번만 쓰고 그만해야지;)
저는 그때의 아쉬움을 이제는 아이와 행복한 시간들로 채우고 있어요.
출산은 정말 위대하고도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조리기간은 나를 위한 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