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 명사

변하지 않은 사람들

by 오아


요즘따라 화가 끊이질 않는다.

작은 계획이 변경될 때마다 여자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말 끝마다 "이해가 안가네..!"를 붙인다.


요즘, 요미 커피는 정말 이해가 안 가는 일 투성이다.


이래라.. 저래라.. 메시지는 넘쳤으며, 직원들은 무기도 없이 각개전투 중이다.

방향이나 비전 따위는 진작에 사라졌다.


그나마 약속되었던 일들, 해야 하는 일들도 '어쩔 수 없단'이유로 너무나 쉽게 번복되고 있다.

여자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게 끔찍하리만큼 싫다.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었다면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한다.

설령, 피치 못할 이유로 방향이 바뀌었다면 '계획' 그 계획이란 것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다. 그래야 방향이 생기고 힘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요미 커피의 경영진은 그저 상황을 모면하는 것에만 급급하다.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걸까?


여자는 독립투사라도 된냥 경영진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다.


"아니~ 명분도 없이 갑자기 이걸 하라고 하시면 어떻게 해요..!"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담당자들을 뽑으셨으면 좀 맡겨주셔야죠. 갑자기 이걸.. 직접... 아니.. 어떻게 해요.."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주세요.. 이건 못하는 거잖아요."


하는 일이 없어서 그럴까..?

경영진은 매주마다 새로운 메시지,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가맹점 수는 정체, 매출은 연일 하락세다.

눈치 빠르고 실력 있는 직원들은 이미 퇴사한 지 오래다.

요미 커피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럴수록 힘을 합쳐야 했다. 지금은 내실을 강화할 때다.


이렇게 아무 말이나 만들어 낼 때가 아니란 말이다.

여자의 속이 타들어 간다.


"아휴.. 그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설득 논리라도 만들어야죠.."

"생각 없이.. 그냥 하면 안 돼요.. 기계가 아니잖아요.."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예요."

"안 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조금만.. 일단 좀 기다려주세요."


여자는 꺾이지 않는 경영진의 요구에 시간을 벌어 볼 심산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볼 마음도 조금은 있다.

감정을 누그러뜨리면 몰랐던 부분을 알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 그렇죠.. 입장은 이해해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건.. 그렇게까진.. 차마 생각을 못했네요."

"하지만.. 해야 해요. 어쩔 수가 없어요."

"누차 이야기 하지만,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이게 최선이에요."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의견 주세요."


친절한 말투.. 숨겨진 강제성.. 애매모호한 제안..

여자는 안다.

이것은 그냥 하라는 메시지다.


여자는 이 상황이 지겹다.

여자는 이미 이전에도 수차례 경영진에 요구해왔다.


명확한 메시지, 단일화된 목표, 그놈의.. 계획과 일정..!


일에 앞서, 누군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줄 것을

회사가 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해 줄 것을 부탁하고 요청했으며

끝내 못 참고 쏘아붙이기까지 했다.


"아니, 어떻게 하냐고요!! 못하시잖아요! 그럼 직원들도 못하는 거예요!!"

"지금은.. 이걸 하고 있잖아요!"

"갑자기 이러면.. 이걸 누가 해요."

"그럼 어떻게 하실 건데요? 계획은 있나요?"

"그냥이요?..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요!!.. 지금.. 기적을 바라세요??"


매번 다른 이슈였지만 여자는 늘 비슷한 말을 했고

안타깝게도 경영진의 대답 역시 늘 비슷했다.


"저희들이 모든 걸 다 알고 있진 않잖아요.."

"그 일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계획 없이도 할 수 있는 건 해야죠."

"타 부서에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제 성격은 그러지 못해서요."

"남자들은 대게 그래요."

"일단 알겠어요. 그만하시죠."


대체 무엇을 그만하라는 걸까?


여자는 성별이나 성격에 대해 묻지 않았다.

여자는 이슈를 논하지만, 경영진은 자신을 방어하기에 바쁘다.

직원들에겐 끊임없는 성장과 변화를 요구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한 톨도 변하려 들지 않는 사람들.

답을 정해놓고 제안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사람들.

정작 일은 벌여놓고 수습하는데 아무 도움 주지 않는 사람들.

여자는 그들이 징글징글하다.


여자는 안다.

요미 커피는 더 이상 여자를 믿지 않는다.







오늘도 여전히

요미 커피의 사람들은 친절하다.


하지만, 여자는 그 친절이 이제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각자 자기의 숨겨진 욕심을 채우기 위해 친절의 가면을 쓴 것 같다.

여자는 그들과 동화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를 때, 아무 권한도 없을 때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저 맡은 일만 잘하면 되었을 때

잘하기 위해, 스스로를 독려하기만 하면 되었을 그때

그때가 좋았다.


여자는 무엇을 이토록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일까?

아직도 뭔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지분이 진짜 있다고 착각하는 건가?

아니면, 그저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불만인 걸까?

무엇이 이토록 여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일까?


꼬리를 잇는 생각들에 머리가 아프다.

이 상황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자는 되뇌어 본다.


오늘은 화내지 말아야지(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

오늘은 모른 채 해야지(어차피 그들 뜻대로 할 거야)

오늘은 적당히 하자(내게 도움 되는 건 없어)


하지만, 되뇌면 되뇔수록 여자는 자신을 갉아먹는 것 같은 기분이다.


여자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