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는 글

현실과 이상 사이

by 오아

이미 알고 있겠지만, 여자는 나 자신이다.

나는 나를 제대로 알기 위해 '여자'라는 3인칭을 사용했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라면 자신을 좀 바로 볼 수 있을까 해서다.


객관화한다고 했지만

나의 편협한 시선과 입장이 다분히 존재한다.

또한, 기억을 짜 모아 사실을 최대한 담아내려 했지만

엄청난 자기애를 가진 탓에 미화된 사건이 넘쳐날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쓰다 보니 이렇게 됐다.


나는 아직도 스스로가 좋아 보이는 것에 많은 기쁨을 느끼고

사람들의 시선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글을 쓰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들이 조금씩 정리되어 간다.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정리된 기분이랄까..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다닌(다니고 있는)

회사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고 하기엔 너무 욕이 많음을 인정한다. 그래서 이름을 좀 바꿔봤다.)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에 방향을 찾기 위해

부득이하게 회사들의 스토리가 공개되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아마 모르겠지만)


제삼자의 시선이라고는 했지만, 나는 글을 쓰는 내내 '여자'에 동화되었고

넘치는 감정이입에 지금 두통까지 겪고 있다.

(이런 내가 너무도 징글징글하다.)


사실 글을 준비하던 중에 새로운 이슈가 생겼다.

이직 제의가 온 것이다.

여러 그룹사를 가지고 있는 꽤나 알려진 기업의 입사 제안이다.


나의 무엇이 채용 담당자의 마음을 흔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토록 원하던 '커리어 우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은 고민할 것 없이 '이직'을 권한다.

침몰하는 배는 타고 있는 게 아니라나 뭐라나..

"너는 할 만큼 했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친구들은 내 얘기만 줄곧 들어왔으니, 요미 커피에 좋은 감정이 있을 리가 없다.)


남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이직이.. 나에게는 너무도 어렵다.


"거기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난 이제 가장인데.."

"아이 병원은 어쩌지..?"


사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별거를 했고, 얼마 전 이혼을 했다.

나와 다른 삶이 그저 좋은 것인 줄 알고 시작했던 결혼 생활은

가볍지 않은 상처를 남긴 채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아이와 웃으며 잘 지낸다.

감사하게도 경제적으로도 크게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열심히 일한 만큼 열심히 놀기도 한다.(물론, 아이는 늘 부족하겠지만)


단 하나의 걱정은 아이의 병원 치료이다.

2년 전 알게 된 아이의 희귀 질환 치료가 요즘 가장 큰 고민이요.

단 하나의 소원이다.


일에 대한 가치니.. 다른 삶을 살고 싶으니.. 방향을 찾아야 하니.. 어쩌니 하면서

번지르르한 말을 잔뜩 늘어놓았지만


결국 나는 지금

먹고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돈벌이와 안정적인 생활이 가장 중요하다.

어른으로, 엄마로서 져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이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또 고민이다.

나는 직업을 돈벌이로만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대체 나의 뇌구조는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대체 왜 이러는지 나도 정말 모르겠다.


사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대라!'하고 되는대로 몇 줄을 보냈다.


그런데, 징그럽게도

브런치 공모전이 10월 30일로 연기되었고,

6번째 회사의 면접이 11월로 미뤄졌다.

받아들이고 싶진 않지만

이건 생각을 정리하라는 명백한 신호다.


심지어, 하루에 한편도 어렵던 글을

기한 내 맞춰보겠다고

하루에 세네 편까지 써 내려가는 것을 이놈의 의지를 보며

몇 번이나 헛웃음이 새어 나왔는지 모른다.


나도 내가 진심으로 징글징글하다.


(진짜) 글을 나가며

나는 이제야 결핍에서 벗어날 용기가 생긴 것 같다.

더 이상 보이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보이는 것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결정을 하든, 쉽지는 않겠지만

나는 남에게 보이는 것이 아닌, 나와 아이를 위한 것에 무게를 더 주려 한다.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꿈꾸며 잘 살아갈 수 있는 선택이면 좋겠다.

그리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좀 키우고 싶다.


대단하진 않지만 매일 꿈꾸는 삶

여자는 그런 삶을 바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