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서 '컨트롤 타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컨트롤 타워를 세우지 않아서,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없어서
우리나라 정치가 이 모양이 된 거라나 어쩐다나..
남의 얘기 같던, 컨트롤 타워의 유행은 돌고 돌아
요미 커피까지 불어왔다.
여자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은 것이다.
대표님은 여자에게 이제 더 많은 부서를 담당해야 한다고 했다.
여자는 신이 난다.
더 많은 부분을 생각하고 감당해야 했지만, 여자는 자꾸만 기분이 좋다.
"아... 네?..? 네!... 그래요..?.. 아... 실장이요...?... 네네.. 잘 알겠습니다."
여자는 기쁘고 놀란 마음을 들킬까 봐
최대한 천천히.. 천천히... 감정을 숨긴 채 회사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단순한 승진이 아니었다.
'부서 통합, 총책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일과 책임이 생긴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성과가 인정받은 것 같은 생각에 기분이 좋다.
여자의 업무량을 아는 사람들은 여전히 (당연히) 이해하지 못한다.
친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체 얼마나 더 일하려고 그래?"
"아휴~ 모르겠다~ 네가 알아서 해..!"
말린다고 말려질 여자가 아니었다.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여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요미 커피가 괜찮아서 일까
유행이 이어져서 일까
요미 커피는 꽤 오래도록 승승장구하고 있다.
정부포상을 시작으로 여기저기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가맹점 역시 몇 년째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매출과 함께 직원도 늘어가면서 생소한 시스템들도 자꾸만 생겨난다.
요미 커피 10년 차
이제 이곳에 여자는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다.
여자는 뿌듯하다.
회사가 성장하니 실력자들이 쏙쏙 들어왔다.
여자는 그들과 대화하는 게 즐겁다.
직원 중에는 여자가 동경했던 학교를 졸업한 직원도 있었다.
여자는 때론 그들에게 지시를 해야 했으며, 그들을 꾸준히 관리해야 했다.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다."
그 누구도 여자에게 결투를 신청하지 않았지만
여자는 그들에게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모르는 것은 못난 상사가 되는 지름길이다.
여자는 잘해나갔지만 왠지 불안하다.
자격 지심 따위 보이고 싶지 않다.
어느 날부터 여자는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라고 해봤자, 부족한 학점을 따는 것과 책을 읽는 것 따위지만
그것은 여자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여자는 시간을 쪼개고 집중력을 높인다.
가끔은 도가 넘치게 예민했지만, 일을 하다 보면 그런 것쯤은 감안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자는 어쩌면 바쁘고 멋진 모습을 통해, 과거를 잊고 싶은 건 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그랬듯 여자는 노력으로 현재를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여자의 불우한 어린 시절, 어두운 모습 따위는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
여자의 의지는 여자를 그런 사람으로 만들었다.
최소한 요미 커피에서 만큼은 여자는 그런 사람이다.
여자는 요즘 시스템에 한참 빠져있다.
경영과 관리에 조금 더 신경 쓴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의 사람도
더 나은 성과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때 여자는 직원들을 꽤나 탓했다.
전공자가... 경력직이..
이 정도도 모른다니...
대체 어디서 뭘 배운 거야?
이런 걸 물어..?
휴... 답답하다.. 답답해
여자는 여자가 그 시절 당연히 알았던 것을 알지 못하는
직원들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모르면 물어서라도 알았어야 했다.
직원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의지가 부족해서다.
그가 모르는 모든 것은 모두 그 사람 탓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여자는 깨달았다.
회사는 그것을 깨닫게 하는 하는 장소이고, 관리자는 그것을 알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제 여자는 매일, 매시간 옷을 갈아입는다
어느 때는 경영을, 어느 때는 인사를, 어느 때는 비전을 전한다.
제대로 일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 이제는 그것이 여자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된 것 같다.
물론, 여자는 여전히 실무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여전히 일로 바쁘지만,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여자는 그들에게 가치를 생각하고 공유해야만 한다.
그것이 회사가 여자에게 권한을 준 이유일 것이다.
"실장님.. 혹시 이 회사에.. 지분 있으세요..?"
열정이 넘치는 여자가 이해되지 않는 것일까?
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여자에게 묻다.
아마도 여자의 행동은 지분이 있어야만 하는 그런 행동이었나 보다.
여자는 직원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그저 웃어넘긴다.
'일은 잘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뿐, 다른 의도와 목적은 없다.'
여자는 여자가 만든 체계와 책임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여자가 많은 일을 감당하고 해낼수록
회사의 대우도 나쁘지 않았다.
여자는 이곳이 만족스럽다.
가끔은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된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내 괜찮아진다.
요미 커피는 어느새 여자의 보호막이 되었다.
여자는 이곳이 매일 아늑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