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

by 오아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시간이 어서 지나가 주기만을 바라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세상에 저보다 불쌍한 사람은 없는 것 같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가득 찼을 때였어요.

열심히 잘 산다고 살아왔는데

대체 무엇이 상황을 이렇게 만든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가끔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잘 안 쉬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어떻게 끌어올린 자존감인데

이렇게 쉽게 바닥을 칠 수 있나 억울하고

허망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제 탓이라고 했습니다.

가정이 깨진 것도, 아이가 아픈 것도

모두가 제가 욕심을 부린 탓이라고 말이죠.


밖에서는 웃는 모습이 보기 좋은 사람

일을 꽤나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안에서는 구박 덩어리일 뿐이었지요.


저는 저의 이중적인 이 상황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상황을 가리면 가릴수록 마음은 더 견디기 힘들어지더군요.

매일같이 가면을 쓰는 기분이었습니다.


물론, 그 사람들도 제가 힘겨웠겠죠.

온전히 제 입장에서

저에게만 유리하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

모든 것이 니 탓이다.

네가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그랬을 리가 없다.

네가 좀 참았어야지

그래서 가정환경이 중요한 거야

이혼을 대물림하고 싶니?

/


같은 말들은 너무도 큰 상처로 남았어요.

더 이상 제가 '문제 그 자체'로 인식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가슴을 치며 소리쳐도 바뀌지 않는 상황

도움을 줄 어떤 어른도 존재하지 않는

제 배경이 너무도 비참했죠.


저는 살아야 했어요.

이왕이면 잘 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긴긴 시간

끝나지 않을 것 같은 5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나서야 일상을 찾을 수 있었어요.


저의 두 번째 스페인은

개인적으로 가장 어두운 시기에 였습니다.

인고의 시간

한가운데에 있을 때였죠.


온갖 쭈그려 드는 마음을 청산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