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원숭이에게
좋은 것만 드려요.
엄마는 너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어
네가 웃는 게 좋고
남들보다 덩치 큰 네가 한없이 귀여워
다섯 살쯤 되면 덜 귀여워질 줄 알았는데
열한 살이 된 지금도
넌 너무 귀여워
그리고 엄마를 너를 닮고 싶어.
너의 늘어지게 게으른 모습도 좋아
여유가 넘쳐흘러넘치잖아
조급함 따윈 없지
나무늘보가 "형님"하고 부를지도 몰라
열한 살 주제에
"엄마! 날 쫌 배워!"라며
허세 떠는 모습까지 사랑스러운 넌
대단한 능력자가 분명해
매일 같이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나의 커다란 원숭이
나는 네가 정말 좋아
"엄마! 나 얼마큼 사랑해?"
"엄마! 나 가장 귀여웠을 때 말해봐"
"엄마! 나 어렸을 때 얘기 좀 해줘"
"엄마! 엄마는 내가 어떨 때 가장 귀여워?"
쉴 새 없이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내 사랑이 부족한 걸까? 문득 걱정이 들기도 해
매일 같이 대답하지만
네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난 네가 그냥 좋아
원숭이도 닮고 수달도 닮았지만
그런 동물을 닮아서 네가 좋은 건 아니야
(그 정돈 너도 알겠지만)
나는 그냥 네가 좋아
그리고 간밤엔 정말 미안했어
엄마가 짜증 많이 부렸지?
병원을 바꾼다는 게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었나 봐
2년 넘도록 치료받은 병원을
바꾸는 게 맞는지 고민되기도 하고
그 병원에서 받아줄지도 고민되었거든
서울과 경기도를 넘나들며 이것저것
하느라 좀 힘들었어
어쨌든 짜증 낸 건 다 내 잘못!
미안해
네 말대로 입꼬리를 올리고 씩 웃을게
그리고
병원 갈 때마다 현질에 넘어가 줘서 고마워
사실 엄마는 천 원 말고
만 원짜리 아이템도 사줄 수 있었어
내일도 같은 마음이지만
네 버릇이 나빠질 수 있으니
엄마는 이번도 천 원까지만 현질 해줄 거야
습관은 중요하잖아 그렇지?
넌 외아들이라 '안돼'를 좀 배워야 할 것 같거든
엄마도 널 너무 귀여워하니까
네가 버릇 나빠지면 안 되잖아
잔소리 이제 그만할까?
이번엔 전신마취도 없고
약물 치료라 많이 힘들진 않을 거야
엄마도 여전히 걱정되는 건 사실이지만
이제 걱정 말고 기대할 거야
깨끗이 나을 수 있도록 말이야
엄마가 열심히 기도할게
원숭이는 쑥쑥 자라서
여자 친구도 사귈 수 있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고
또 더 자라서
네가 그토록 귀여워하는 아이를 가질 수도 있을 거야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하자
그러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
토요일에 퇴원해서
맛있는 거 뭐 먹을 지나 생각해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