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 2개짜리 호텔
내겐 너무 귀여운 너
아직 깜깜한 새벽
엄마는 오늘도 먼저 깼어
가습기용 수건을 교체해야 하거든
마른 수건을 든 채 문을 열고 나가다가
'메카니멀 꼬우'을 외치던 같은 방 꼬마를 만났어
휠체어를 타고 있더라
그래서 커튼 밖으로 안 나온건 가봐
안쓰럽기도 하지
근데 그 꼬마 꽤 잘 생긴거 알아?
사실 며칠 전부터
귀여운 그 꼬마가 잘 생기기까지 했다고
네게 말해주고 싶었는데
질투할까 봐 참았어
넌 질투쟁이니까
평소라면 모를까. 병원에서 굳이
널 삐지게 할 필요는 없짆아
오늘도 너는 너무 귀엽게 자고 있다
지금은 원숭이보다 수달에 가까움.
자면서도 왼쪽 오른쪽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살이 찌는 체질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아
좀 전에는 자면서
'핳하하..' 하면서 웃었어... 잠꼬대지?
엄마는 네가 좋지만
가끔 네 잠꼬대는 무서워
엄마 쫄보잖아.
그나마 병원이라 다행이지
엄마 무서웠단말이야
이따가 네가 무슨 꿈인지 꼭 기억해서
엄마의 놀람과 궁금증을 해소해주면 좋겠어.
오늘로써 입원 4일째야
원래 계획이라면
교회 가서 예배드리고 단골 카페에 가서
커피와 딸기우유,
요즘 새로 나온 에그타르트를 먹으며 평화로운 하루를
시작했어야 하는데
많은 일정이 뒤엉켰어
갑작스러운 입원- 자잘한 검사 잘해서 고마워
갑작스러운 약물치료-부작용 없어서 고마워
갑작스러운 ct, mri 검사-대체 언제 할 수 있을까
집에 가고 싶다는 네게
온갖 게임과 만화책, 먹을 것으로
회유하느라 엄마는 좀 힘들었어
너도 이런 일 변화는 큰 일로 생각했는지
천 원짜리 현질 따윈 조건으로 걸지도 않더라
덕분에 돈을 꽤나 썻네
병원을 별 두 개짜리 호텔로 표현하는
나의 원숭이
허세 부리는 모습까지 어쩜 이리 귀여운지
기분 좋으면 별 두 개 반,
밥 맛있으면 별 세 개까지 올라가지만
긴긴 지루한 시간들이 많아 별 두 개로 정해지는 이 곳
우린 이 별 2개짜리 호텔을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월요일에는 검사 일정이 꼭 잡히면 좋겠다
너도 너지만
엄마도 좀 힘들거든, 연차도 3일밖에 안 남았고.
무엇보다 네가 만든 클레이로 수십 번째 같은
놀이를 하는 게 사실 많이 힘들어
일단 공룡을 혼종으로 만들어서 도무지
이름을 기억할 수 없고
놀이 패턴이 무한 반복되잖아
조금 더 다른 스토리를 개발해주면 좋겠다
그래도 아프지 않은 너를 보며 감사해
시술 후 중환자실이 아니라
엄마랑 같이 있어서 좋다는 네 웃음이 좋아
그렇지만 엄마는 시술을 할 수도
수술을 할 수도 있다는 얘기와
종양이 나쁘게 변하면 빨리 치료하면 된다는 얘기까지
네게 굳이 설명했어
평생 약만 먹고 나으면 좋겠다는 네게
(엄마도 같은 마음이야)
좋은 얘기만 해줄 순 없었거든
모든 걸 네가 덜 상처 받기 위해서였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대비하지
오늘도 "아항~그렇구나" 하며 대충 듣고
웃어 넘겨줘서 고마워
그래도 결국엔 잘 될 거야. 엄마는 믿어
혈관 시술보다
소변줄 꼽는 게 더 싫다는 너는
비뇨기과 세계 4위라는
이 병원이 왠지 믿음직스럽다고 했지?
넌 정말 웃겨
네 얘길 듣고 엄마는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
니 얘긴 잘 들어보면 틀린 말은 없단말이지
똑똑한 우리 원숭이
(그래도 자만하면 안 돼)
오늘은 7시 40분쯤 밥이 나오고
8시에 약 먹고
혈압 와 몸무게를 재라고 하겠지?
아침밥이 맛있었으면 좋겠다
빵과 밥 서로 다른 타입의 식단에
어제 사온 사과 한 알까지 먹으면
오늘의 식사는 조식 뷔페가 될 거야
병원 4일 차에 들어서니 왠지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아. 여유도 조금 생기고
너랑 부쩍 친해진 것 같아서 좋아.
오늘도 잘 지내보자
(공룡 놀이는 그만하면 좋겠어)